유산균, 항생제랑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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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항생제랑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항생제를 받아 가시면서 유산균도 하나 골라 달라고 하셨어요. “장에 좋다니까 아무거나 같이 먹으면 되죠?”라고 하셨는데, 사실 유산균은 ‘좋은 균’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복용 간격이나 대상자 제한을 놓치기 쉽습니다.

11년째 약국에서 보다 보면 유산균 질문은 거의 매일 나옵니다. 변비 때문에, 설사 때문에, 항생제 먹을 때 속이 불편해서, 아이 면역에 좋다니까. 이유는 다양한데 제가 먼저 확인하는 건 늘 비슷합니다. 지금 먹는 약이 있는지, 면역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지, 제품에 균주명과 보장균수가 적혀 있는지입니다.

유산균은 많을수록 좋은 걸까요?

유산균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충분한 양으로 섭취했을 때 건강상 이점을 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살아 있는’, ‘충분한 양’, 그리고 ‘건강상 이점’입니다. 그냥 균 수가 높다고 무조건 더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중 제품을 보면 10억, 100억, 500억 CFU처럼 숫자가 큽니다. CFU는 살아서 증식 가능한 균의 수를 뜻합니다. 그런데 미국 NIH ODS의 전문가 자료에서도 건강한 사람에게 유산균을 꼭 써야 한다는 공식 권고량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하루 몇 마리가 정답”이라고 말하기보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균주를 어느 기간 먹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변비 관련 연구에서는 Bifidobacterium lactis나 Bifidobacterium longum 같은 특정 균주가 언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항생제 관련 설사에는 Lactobacillus rhamnosus GG나 Saccharomyces boulardii가 자주 연구됩니다. 이름이 비슷해도 균주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품 라벨에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처럼 큰 분류만 적혀 있고 세부 균주가 불분명하면 기대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항생제와 같이 먹을 때는 간격이 필요합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항생제와 유산균의 병용입니다. 항생제는 나쁜 균만 골라 죽이는 약이 아닙니다. 종류에 따라 장내 세균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묽은 변이나 복부 불편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산균을 항생제와 같은 시간에 삼키면 항생제가 유산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국에서는 보통 항생제 복용 시간과 2시간 이상 띄워서 드시라고 안내합니다. 하루 2번 항생제를 먹는다면 점심과 자기 전처럼 간격이 벌어지는 시간대를 잡는 식입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항생제를 먹는 모든 사람이 유산균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NCCIH 자료에서는 항생제 복용 중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관련 설사 위험을 낮추는 데 일부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어떤 균주를 얼마나 오래 먹는 게 가장 좋은지는 아직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설사가 심하거나 열, 혈변, 탈수 증상이 있으면 유산균으로 버티면 안 되고 진료가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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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은 먼저 상담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성인에게 유산균은 대체로 안전한 편입니다. 처음 며칠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에게 가볍게 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항암치료 중이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분
  •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분
  • 중환자실 치료, 중심정맥관 사용,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분
  • 미숙아, 신생아, 고위험 영아
  • 진균 감염 치료제로 항진균제를 복용 중인 분

NIH ODS와 FDA 관련 안내에서는 면역이 약한 사람, 중증 환자, 미숙아에서 유산균이 드물게 혈류 감염 같은 심각한 문제와 연결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Saccharomyces boulardii처럼 효모 계열 유산균은 항진균제와 함께 쓰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고위험 환자에서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와파린, 면역억제제, 항암제, 장질환 치료제처럼 관리가 필요한 약을 드시는 분은 제품을 고르기 전에 약사나 주치의에게 현재 복용약을 같이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몸에 들어가면 그냥 음식처럼 지나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언제, 얼마나 오래 먹는 게 현실적일까요?

유산균은 식전이냐 식후냐도 자주 묻습니다. 제품마다 코팅 방식과 균주 특성이 달라서 라벨 지시가 우선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속이 예민한 분은 식후가 편한 경우가 많고, 하루 1회 제품은 매일 같은 시간에 먹는 방식이 지속하기 쉽습니다.

복용 기간은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생제 때문에 먹는다면 항생제 복용 기간 동안, 필요하면 복용 후 1~2주 정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변비나 복부 불편감 때문에 먹는다면 최소 2~4주 정도는 몸의 반응을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단, 4주 이상 먹어도 아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복통, 설사, 피부 발진 같은 불편이 생기면 계속 밀고 갈 이유는 적습니다.

하루 섭취량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1일 1캡슐인지, 2캡슐인지, 어린이는 절반인지가 라벨에 적혀 있습니다. “많이 먹으면 빨리 좋아지겠지” 하고 권장량을 넘기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균수가 높을수록 가스, 복부팽만, 묽은 변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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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고를 때는 광고보다 라벨을 보세요

약국에서 제가 보는 부분은 화려한 문구가 아닙니다. 균주명, 보장균수, 섭취 방법, 보관 조건, 유통기한입니다. 특히 냉장 보관 제품인지 실온 보관 제품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균을 표방하는 제품이라면 보관을 잘못했을 때 실제 섭취 시점의 균 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프리바이오틱스나 식이섬유가 같이 들어 있는지입니다. 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민성 장 증상이 있거나 가스가 잘 차는 분은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유당에 민감한 분은 부원료에 유당, 분유, 우유 유래 성분이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솔직히 유산균은 “누구에게나 장 건강 만능템”처럼 팔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목적, 균주, 복용 기간, 현재 질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저는 유산균을 고를 때 효능 문구보다 ‘내가 왜 먹는지’와 ‘먹어도 되는 상태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쪽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산균, 항생제랑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