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산후조리원 상담실에서 둘째 엄마가 수유쿠션을 들고 오셨어요. 첫째 때 유명하다는 걸 샀는데 허리가 더 아파서 거의 안 썼고, 이번에는 조리원 쿠션을 써보고 다시 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판단이 꽤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수유쿠션은 있으면 편한 물건이 맞지만, 모든 엄마에게 꼭 맞는 물건은 아니거든요.
출산 준비물 목록을 보면 수유쿠션이 거의 필수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보면 사놓고 가장 빨리 중고로 내놓는 물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엄마 체형, 의자 높이, 수유 자세, 아기 몸무게에 따라 편한 쿠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유쿠션, 먼저 안 사도 되는 경우
솔직히 말하면 출산 전에 무조건 새 제품으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초산이면 내가 모유수유를 얼마나 하게 될지, 혼합수유가 될지, 분유 위주로 갈지 아직 몰라요. 이건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젖 양, 유두 통증, 아기 빠는 힘, 산모 회복 상태가 다 같이 맞아야 합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출산 전에 급하게 사지 않아도 됩니다.
- 조리원에서 수유쿠션을 빌려 써볼 수 있는 경우
- 집에 단단한 베개나 큰 쿠션이 이미 있는 경우
- 분유수유를 주로 계획하고 있는 경우
- 허리 통증이 심해서 자세를 먼저 봐야 하는 경우
- 집 수유 공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
분유수유라도 수유쿠션을 쓸 수는 있어요. 다만 젖병 수유는 자세 변화가 비교적 자유롭고, 팔 받침이나 일반 쿠션으로도 충분한 집이 많습니다. 반대로 모유수유를 자주 하고, 하루 8회 안팎으로 수유하는 시기에는 쿠션 하나가 손목과 어깨 부담을 꽤 줄여줍니다.
좋은 수유쿠션은 푹신한 것보다 높이가 맞아야 해요
엄마들이 매장에서 만져보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거 폭신해서 좋네요”예요. 그런데 실제 수유에서는 너무 푹 꺼지는 쿠션이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아기를 올렸을 때 쿠션이 눌리면서 엄마가 다시 등을 구부리게 되거든요.
수유 자세에서 중요한 건 아기를 엄마 가슴 높이까지 올려주는 겁니다. 엄마가 아기 쪽으로 숙이는 자세가 오래 반복되면 목, 어깨, 허리에 부담이 옵니다. 상담하면서 보면 출산 후 2주 안에 손목보다 어깨와 날개뼈 통증을 먼저 호소하는 분들도 많아요. 수유 시간이 한 번에 20분만 되어도 하루 8번이면 160분입니다. 거의 세 시간 가까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셈이에요.
고를 때는 이런 부분을 봐야 합니다.
- 아기를 올렸을 때 가슴 높이와 잘 맞는지
- 쿠션 가운데가 심하게 꺼지지 않는지
- 엄마 허리에 둘렀을 때 벌어지거나 밀리지 않는지
- 커버를 분리해서 세탁할 수 있는지
- 소파, 침대, 수유의자 중 어디에서 쓸지 맞는지
키가 작은 엄마는 높은 쿠션이 오히려 어깨를 들리게 만들 수 있고, 키가 큰 엄마는 낮은 쿠션 때문에 계속 구부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편했다는 후기보다 내 몸에 맞는 높이가 먼저예요.
U자형, C자형, 역류방지형 중 무엇을 고를까요
가장 흔한 건 엄마 허리에 두르는 U자형이나 C자형입니다. 초반 모유수유에는 이 형태가 무난합니다. 아기 몸을 엄마 쪽으로 가까이 붙이기 쉽고, 양쪽 방향을 바꿔가며 먹이기도 편하니까요. 단, 허리 둘레에 비해 쿠션이 너무 크면 몸에서 뜨고, 너무 작으면 답답하게 조입니다.
벨트가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몸에 고정이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제왕절개 산모는 복부 절개 부위에 닿는 느낌이 불편할 수 있어요. 자연분만이어도 회음부 통증 때문에 앉는 자세 자체가 힘든 시기에는 벨트보다 일반형이 편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역류방지쿠션을 수유쿠션 대신 쓰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두 제품은 쓰임이 조금 다릅니다. 역류방지쿠션은 수유 후 잠깐 기대게 하는 용도에 가깝고, 수유할 때 엄마 팔과 아기 몸을 안정적으로 받치는 데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또 신생아를 쿠션 위에 오래 두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원 안내에서도 영아 수면 환경은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이 기본이라고 설명합니다. 쿠션은 잠자는 자리보다 깨어 있을 때 보호자가 옆에서 쓰는 보조도구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언제 사면 제일 덜 후회할까요
제가 가장 많이 권하는 방식은 출산 전에는 후보만 골라두고, 조리원이나 병원에서 2~3번 직접 써본 뒤 결정하는 겁니다. 조리원에 있는 쿠션이 내 몸에 잘 맞으면 비슷한 높이와 단단함을 찾으면 되고, 불편했다면 왜 불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허리가 떴는지, 아기가 낮았는지, 쿠션이 밀렸는지 보는 거예요.
그래도 미리 준비하고 싶다면 너무 비싼 제품부터 사기보다 세탁 쉬운 기본형을 추천합니다. 신생아 시기에는 토, 모유, 분유가 생각보다 자주 묻습니다. 커버가 하나뿐이면 밤중에 젖었을 때 난감해요. 가능하면 여분 커버가 있거나, 건조가 빠른 소재가 실사용에서는 더 낫습니다.
중고로 사도 되는지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커버 세탁이 가능하고, 쿠션 솜이 꺼지지 않았고,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오래 눌려 가운데가 푹 꺼진 제품은 피하는 게 좋아요. 수유쿠션은 모양보다 탄성이 중요합니다.
이미 샀는데 불편하다면 이렇게 바꿔보세요
수유쿠션이 불편하다고 바로 실패한 건 아닙니다.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먼저 엄마 등이 기대어지는지 보세요. 허리가 공중에 떠 있으면 아무리 좋은 쿠션도 오래 못 씁니다. 등 뒤에 작은 쿠션 하나를 받치고,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발 받침을 두는 것만으로도 어깨 힘이 빠집니다.
아기 배와 엄마 배가 마주 보게 붙는지도 중요합니다. 아기 얼굴만 가슴 쪽으로 돌리고 몸은 위를 보고 있으면 젖 물림이 얕아지고, 엄마 유두 통증이 심해질 수 있어요. 쿠션 위에 아기를 올린 뒤 엄마가 숙이는 게 아니라, 아기를 엄마 쪽으로 가까이 당기는 느낌이 좋습니다.
수유쿠션 위에 얇은 수건을 한 장 접어 올려 높이를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생후 1개월 전후까지는 아기가 작아서 쿠션 높이가 애매할 때가 많아요. 반대로 쿠션이 너무 높다면 낮은 의자보다 소파나 침대 가장자리에서 다시 맞춰보는 게 낫습니다.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느꼈고, 상담실에서 수없이 본 건 준비물이 많다고 육아가 쉬워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유쿠션은 잘 맞으면 정말 고마운 물건이지만, 안 맞으면 자리만 차지합니다. 출산 전에 불안해서 사는 물건보다, 내 몸과 아기에게 맞는 걸 확인하고 들이는 물건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