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일산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일부러 큰길을 조금 비켜 걸었습니다. 라페스타나 웨스턴돔처럼 이름난 곳도 좋지만, 저는 이상하게 버스 정류장에서 두 블록쯤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이 더 궁금하더라고요. 간판은 크지 않고, 창가에는 동네 사람들이 앉아 있고, 메뉴판은 오래된 듯한데 음식 냄새가 먼저 말을 거는 그런 곳들요.
일산맛집을 찾는다고 하면 보통 방송에 나온 집이나 줄 서는 식당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은 조금 다릅니다.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말소리가 부딪히지 않고, 밥 먹고 나와 근처 호수공원이나 작은 주택가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 이번에는 그런 기준으로 직접 들렀던 일산의 밥집과 카페들을 묶어봤습니다.
큰길보다 한 골목 안쪽이 편했다
제가 먼저 걸은 곳은 정발산역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쪽이었습니다. 역 주변은 늘 활기 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들어가면 분위기가 금방 달라집니다. 점심시간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기보다, 단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조용히 들어가 앉는 식당이 많았습니다.
이날 들어간 작은 한식집은 테이블이 7개 정도였고, 메뉴도 많지 않았습니다. 제육, 된장찌개, 생선구이처럼 익숙한 이름들. 그런데 밥이 고슬고슬하고 반찬이 과하게 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솔직히 여행 중에는 특별한 음식보다 이런 밥상이 더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한 끼를 먹고 나서도 몸이 무겁지 않은 곳이요.
가격대는 1인 기준 만 원 안팎이었고, 혼자 온 손님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일산맛집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나오는 화려한 식당은 아니지만,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주인분이 물을 먼저 채워주고, 옆 테이블 어르신은 늘 먹던 메뉴처럼 생선구이를 주문하던 장면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밤보다 낮에 더 좋은 일산의 식당들
일산은 밤에 번화한 이미지가 강한데, 저는 오히려 낮의 식당들이 더 좋았습니다. 특히 백석동과 마두동 사이 골목은 점심 무렵이 지나면 한결 조용해집니다. 회사원들이 빠져나간 뒤 2시쯤 들어가면, 식당 안 공기가 느슨해져 있습니다.
제가 갔던 칼국수집은 면을 삶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나는 육수 냄새가 먼저 올라왔고, 김치는 테이블마다 작은 통으로 나왔습니다. 칼국수 한 그릇은 특별한 장식이 없었지만 국물이 맑고, 면이 너무 퍼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편하게 먹었습니다. 근데 이런 집은 사진보다 실제 온도가 더 중요합니다. 뜨거운 그릇, 조금 김이 서린 유리창, 조용히 TV 뉴스가 흐르는 배경 같은 것들이 같이 기억됩니다.
- 혼밥하기 좋은 시간은 오후 1시 30분 이후였습니다.
- 주차는 가게 앞보다 근처 공영주차장을 쓰는 편이 마음 편했습니다.
- 대표 메뉴 하나만 주문해도 반찬 구성이 충분한 곳이 많았습니다.
유명한 일산맛집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맛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 하루를 너무 빽빽하게 쓰고 싶지 않을 때, 이런 식당은 꽤 괜찮은 쉼표가 됩니다.
호수공원 근처에서는 밥보다 산책 순서가 중요했다
호수공원 근처 식당은 위치 때문에 늘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조금만 시간을 비껴가면 의외로 차분합니다. 저는 저녁 6시보다 4시 30분쯤 이른 식사를 하거나, 점심을 늦게 먹고 해 질 무렵 공원으로 넘어가는 쪽을 좋아합니다.
한 번은 공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동네 돈가스집에 들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두툼한 스타일은 아니고, 얇고 바삭한 옛날식에 가까웠습니다. 접시에는 양배추와 밥, 소스가 단정하게 놓였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맛의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앞서는 곳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식사 후 공원까지 걸어가니 배가 너무 부르지도 않고, 저녁빛이 물 위에 내려앉는 시간이 딱 맞았습니다.
사실 일산 여행은 식당 하나만 찍고 끝내기보다, 식당과 산책길을 붙여서 생각하면 훨씬 부드럽습니다. 밥 먹고 바로 카페에 앉기보다 20분 정도 걸으면, 동네의 표정이 보입니다. 아파트 단지 사이 작은 빵집,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들, 늦은 오후의 버스 정류장 같은 장면들이요.
조용한 카페는 인테리어보다 손님 간격을 봤다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사람이 적은 카페를 찾았습니다. 일산에는 예쁜 카페가 많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은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좌석 간격이 넓고, 음악 소리가 크지 않은 곳을 먼저 봅니다.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여행자의 오후에는 의자와 조도도 꽤 큰 역할을 합니다.
정발산 쪽 골목에서 들른 카페는 2층에 있었고, 창밖으로 큰 풍경이 보이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낮은 건물 지붕과 나무가 조금 보였습니다. 아메리카노는 4천 원대, 디저트는 6천 원 안팎이었고, 손님들은 대부분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펼쳐두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여행지 카페라기보다 동네 사람들이 오후를 보내는 장소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곳에 앉아 있으면 일산맛집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맛집이 꼭 강렬한 맛만 뜻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가격, 부담 없는 응대, 소란스럽지 않은 공간, 그리고 다음 장소로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그런 조건이 모이면 여행 중 꽤 좋은 기억이 됩니다.
일산에서 덜 붐비게 먹고 걷는 방법
제가 몇 번 다녀보니 일산은 시간만 잘 고르면 훨씬 편했습니다. 주말 점심 12시부터 1시 사이는 어디든 붐비기 쉽고, 저녁 6시 이후에는 번화가 쪽이 금방 시끄러워집니다. 반대로 평일 오후나 주말 이른 저녁 전에는 골목 식당들이 꽤 여유롭습니다.
- 정발산역 주변은 큰길보다 주택가 방향 골목을 먼저 걸어보는 편이 좋았습니다.
- 백석동과 마두동 사이에는 점심 손님이 빠진 뒤 조용한 식당이 많았습니다.
- 호수공원 근처는 식사 시간을 앞당기면 산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 영업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 지도 서비스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유명한 곳을 피하려고만 하는 여행이 꼭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걸을 때, 한 골목만 옆으로 빠져도 다른 시간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일산은 그런 도시였습니다. 번화한 얼굴도 있고, 조금 조용히 밥을 먹고 걷기 좋은 얼굴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또 이름난 식당보다 오래된 간판이 있는 골목을 먼저 볼 것 같습니다. 여행은 가끔 대단한 목적지보다, 별일 없이 잘 먹고 천천히 걸은 하루로 더 오래 남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