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회계사시험을 준비한다는 지인을 만났는데, 막상 책을 사기 전에 응시자격부터 헷갈린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공인회계사시험은 공부량도 크지만, 시작 전에 챙겨야 할 서류와 기준이 꽤 분명한 시험입니다. 그냥 회계원리 책부터 펼치기보다, 내가 언제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태인지 먼저 확인하는 게 훨씬 현실적입니다.
응시자격부터 먼저 맞춰야 합니다
회계사시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바로 원서접수할 수 있는 시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점과 영어성적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시험 안내 기준으로는 회계학 및 세무 관련 과목 12학점 이상, 경영학 9학점 이상, 경제학 3학점 이상을 채워야 합니다. 대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들었다면 성적증명서를 확인하면 되고, 부족한 경우 학점은행제나 독학학위제 같은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영어는 1차 시험 과목으로 직접 시험을 보는 방식이 아니라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됩니다. 일반 응시자 기준으로 토익 700점, 토플 iBT 71점, 텝스 340점, 지텔프 Level 2 65점, 플렉스 625점, 아이엘츠 4.5점 등이 대표 기준입니다. 다만 시험연도마다 서류 접수 기간과 인정 방식이 공고로 나오기 때문에, 접수 직전에 확인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영어성적은 미리 받아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1차와 2차는 성격이 꽤 다릅니다
1차 시험은 객관식 중심입니다. 과목은 경영학, 경제원론, 기업법, 세법개론, 회계학으로 구성됩니다. 배점은 회계학이 150점으로 가장 크고, 세법개론과 기업법이 각각 100점, 경영학과 경제원론이 각각 80점입니다. 총점은 510점이라서 회계학 비중이 눈에 띄게 큽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회계학을 가볍게 보고 지나가면 나중에 점수 회복이 꽤 힘들어집니다.
2차 시험은 논술형에 가깝고, 과목은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원가회계, 재무회계입니다. 1차가 넓게 많이 아는 시험이라면, 2차는 답안을 쓰는 힘이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알아도 계산 과정을 깔끔하게 쓰고, 문제에서 요구한 순서대로 답을 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재무회계와 세법은 공부 시간이 길어지기 쉬워서 초반 계획에서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좋습니다.
초보자는 순서를 잘 잡아야 덜 흔들립니다
처음 준비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모든 과목을 같은 무게로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전 과목이 중요하지만, 공부량과 점수 영향이 다릅니다. 보통은 회계원리와 중급회계로 회계학의 기본 틀을 만들고, 원가관리회계와 세법을 붙여가는 흐름이 많습니다. 그다음 재무관리, 경제학, 경영학, 기업법을 시험 일정에 맞춰 쌓아가는 식입니다.
- 1단계: 응시자격 학점과 영어성적 준비 상태 확인
- 2단계: 회계원리, 중급회계, 세법 기본 개념 확보
- 3단계: 객관식 문제로 1차 점수 감각 만들기
- 4단계: 2차 과목은 답안 작성 연습을 따로 진행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비전공자가 처음 시작한다면 1년 안팎으로는 상당히 빡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업 수험생도 하루 8시간 이상 공부하는 경우가 흔하고, 직장인이라면 평일 2~3시간과 주말 시간을 묶어 장기전으로 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솔직히 회계사시험은 단기간 암기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같은 문제를 여러 번 풀면서 계산 속도와 실수 패턴을 줄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기출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봐야 합니다
기출문제는 실력이 오른 뒤에 푸는 자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초반에도 한 번은 훑어보는 게 좋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묻는지 알아야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세법은 조문을 외우는 느낌으로만 접근하면 금방 지칩니다. 그런데 기출을 보면 어떤 계산 구조가 반복되는지, 어떤 예외 규정이 자주 나오는지 감이 생깁니다.
1차 객관식은 시간 관리도 중요합니다. 아는 문제인데 계산이 길어져서 뒤쪽 문제를 못 보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문제풀이를 할 때는 맞혔는지만 보지 말고, 몇 분이 걸렸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2차는 더 노골적으로 연습량이 드러납니다. 답안지를 직접 써보면 머릿속으로는 알던 내용이 문장과 계산식으로 잘 나오지 않는 순간이 많습니다.
일정 관리가 합격 가능성을 크게 바꿉니다
2026년 제61회 공인회계사시험의 경우 1차 시험은 3월 2일, 2차 시험은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일정으로 공고되었습니다. 해마다 날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1차는 연초, 2차는 여름에 치러진다고 생각하면 공부 계획을 세우기 쉽습니다. 원서접수와 서류 제출은 시험일보다 훨씬 앞서 진행되니, 시험공고가 뜬 뒤에만 움직이면 일정이 빠듯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회계사시험을 준비할 때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보다 ‘이번 주에 어떤 과목의 어떤 약점을 줄였는지’를 보는 방식이 더 낫다고 느낍니다. 공부량이 워낙 많아서 막연히 열심히만 하면 쉽게 지칩니다. 반대로 학점, 영어, 1차 객관식, 2차 답안 연습을 순서대로 관리하면 생각보다 길이 또렷해집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보다, 이번 달에 회계학 기본기를 어디까지 만들지처럼 손에 잡히는 목표부터 두는 게 오래 가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