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전세대출 이자가 식비보다 커진 집을 봤습니다. 보증금이 3억 원이고 대출이 2억 4천만 원이었는데, 금리 3.8% 기준 월 이자만 약 76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금리가 4.5%로 올라가면 월 이자는 90만 원으로 뛰어요. 같은 집에 사는데 매달 14만 원이 더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1. 전세대출 한도보다 월 이자를 먼저 본다
전세대출을 알아볼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얼마까지 나오나요?”입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한도보다 중요한 숫자가 월 이자입니다. 대출이 많이 나오는 것과 감당 가능한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3억 원 집에 들어가면서 80%인 2억 4천만 원을 빌린다고 해볼게요. 금리별 월 이자는 대략 이렇습니다.
- 연 3.5%: 월 약 70만 원
- 연 4.0%: 월 약 80만 원
- 연 4.5%: 월 약 90만 원
여기에 관리비 18만 원, 공과금 12만 원, 인터넷과 보험료까지 붙으면 집 때문에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120만 원을 넘기기도 합니다. 전세라서 월세가 없다고 느끼지만, 대출을 많이 끼면 사실상 ‘이자 월세’를 내는 구조가 됩니다.
2. 보증금 5천만 원 차이가 생활비를 바꾼다
전세 집을 볼 때 2억 5천만 원짜리와 3억 원짜리의 차이는 딱 5천만 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5천만 원을 대출로 더 빌리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금리 4%라면 5천만 원의 월 이자는 약 16만 7천 원입니다.
16만 7천 원이면 한 달 장보기 예산의 절반이 될 수 있고, 아이 학원비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계부에서 이 금액을 볼 때 “조금 더 좋은 집값”이 아니라 “앞으로 24개월 동안 매달 빠질 고정비”로 봅니다. 2년이면 약 400만 원입니다.
집 컨디션이 정말 다르다면 낼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하루 40분 줄고, 아이 돌봄 동선이 안정되고, 곰팡이나 누수 걱정이 줄어든다면 돈값을 하는 선택일 수 있어요. 다만 “이 정도 차이는 괜찮겠지”로 넘기기에는 월 16만 원은 꽤 큽니다.
3. 대출 갈아타기는 수수료와 보증료까지 넣어 계산한다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갈아타기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단순히 금리만 비교하면 계산이 흔들립니다. 기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인지세, 보증료, 은행 우대금리 조건을 같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 2억 원을 연 4.2%에서 3.7%로 낮춘다면 금리 차이는 0.5%포인트입니다. 연 이자 절감액은 약 100만 원, 월로 나누면 약 8만 3천 원입니다. 그런데 갈아타는 데 드는 비용이 60만 원이라면 최소 8개월은 살아야 본전입니다.
계약 만기가 6개월 남았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을 수 있고, 18개월 이상 남았다면 검토할 만합니다. 사실 가계부에서는 ‘좋은 금리’보다 ‘내가 실제로 아끼는 총액’이 더 중요합니다.
4. 보증보험은 비용이 아니라 사고 대비 예산이다
전세대출을 끼고 들어갈 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도 같이 봐야 합니다. HUG, HF, SGI서울보증처럼 기관마다 조건과 보증료율이 다르고, 주택 유형이나 보증금, 부채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숫자는 신청 시점에 다시 확인해야 하지만, 계산 방식은 단순합니다. 보증금액에 보증료율과 기간을 곱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 원, 보증료율 연 0.115%, 2년이면 보증료는 약 69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2만 8천 원대입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전세보증금이 묶였을 때의 스트레스와 이사 차질을 생각하면 저는 이 항목을 보험료가 아니라 주거 안전비로 분류합니다.
특히 빌라, 다세대, 시세 파악이 어려운 집, 집주인 대출이 많은 집은 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계약서 쓰고 나서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선택지가 확 줄어듭니다.
5. 내 가계부에 남는 숫자로 결정한다
제가 전세대출을 볼 때 쓰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월 이자와 관리비를 합친 주거 고정비가 세후소득의 25%를 넘으면 긴장합니다. 30%를 넘으면 다른 지출을 꽤 세게 줄여야 합니다.
세후 월소득이 350만 원인 집이라면 주거 고정비 25%는 약 87만 원입니다. 대출 이자 76만 원에 관리비 18만 원만 더해도 이미 94만 원입니다. 여기에 교통비, 식비, 보험료, 통신비가 붙으면 저축은 남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운 좋을 때만 하는 일이 됩니다.
반대로 세후 월소득이 600만 원인 집이라면 월 이자 90만 원도 부담률이 다릅니다. 같은 금액의 전세대출이어도 누구에게는 무리이고, 누구에게는 관리 가능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남의 대출 후기보다 내 가계부 3개월 평균이 더 정확합니다.
계약 전 계산 순서
- 전세보증금에서 내 돈을 뺀 실제 대출액을 적는다
- 금리를 0.5%포인트 높게 잡아 월 이자를 계산한다
- 관리비, 공과금, 주차비, 보증료 월 환산액을 더한다
- 세후소득 대비 주거 고정비 비율을 본다
- 비상금 3개월치가 남는지 확인한다
전세대출은 나쁜 빚도 아니고 무조건 좋은 빚도 아닙니다. 좋은 집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도구일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 승인 문자가 생활의 승인까지 해주지는 않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숫자를 내 가계부 안에 앉혀보고도 숨이 괜찮으면, 그때는 꽤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