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상추 샐러드를 같이 만들었는데, 같은 양념을 넣었는데도 어떤 그릇은 산뜻하고 어떤 그릇은 물이 흥건했어요. 이유는 상추가 나빠서가 아니라 씻은 뒤 물기, 드레싱 농도, 버무리는 순서가 조금씩 달랐기 때문입니다. 상추는 잎이 얇아서 드레싱을 빨리 먹고, 소금기나 산을 만나면 금방 숨이 죽어요. 그래서 상추 샐러드 드레싱은 맛도 중요하지만 ‘언제 넣느냐’가 꽤 중요합니다.
저는 한식당 주방에서 상추무침도 많이 했고, 고깃집 곁들이 샐러드도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그때 배운 건 간단합니다. 드레싱은 진하게 만들어두고, 상추에는 마지막에 짧게 묻힌다. 이 원칙만 지켜도 집에서 만든 상추 샐러드가 훨씬 덜 물러집니다.
상추 샐러드 드레싱 기본 비율
가장 쓰기 좋은 기본 비율은 상추 100g 기준입니다. 상추 100g이면 보통 씻어서 두 손으로 가볍게 한 움큼 반 정도예요. 밥반찬으로는 2명, 고기 곁들임으로는 3명까지 먹기 좋은 양입니다.
- 진간장 1큰술
- 식초 1큰술
- 설탕 1작은술
- 다진 마늘 1/3작은술
- 참기름 1큰술
- 고춧가루 1작은술
- 통깨 1작은술
여기서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 기준입니다. 계량스푼이 없으면 밥숟가락으로 진간장과 식초는 숟가락 가장자리까지 차지 않게 담고, 설탕은 평평하게 반 숟가락보다 조금 적게 잡으면 됩니다. 마늘은 많이 넣으면 상추의 풋향보다 마늘 매운맛이 앞서요. 특히 바로 먹는 샐러드는 마늘을 욕심내면 입에 오래 남습니다.
이 드레싱은 새콤짭짤한 한식 상추 샐러드 맛입니다. 고기 먹을 때 곁들이기 좋고, 기름진 전이나 만두 옆에도 잘 맞아요. 더 가볍게 먹고 싶으면 참기름을 2작은술로 줄이고 식초를 1작은술 더 넣으면 됩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먹거나 매운맛이 약한 분이라면 고춧가루를 반으로 줄이고 설탕을 아주 조금만 늘리면 부드러워집니다.
물 생기지 않게 손질하는 순서
상추 샐러드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지점은 드레싱이 아니라 물기입니다. 씻은 상추에 물이 남아 있으면 드레싱이 잎에 붙지 않고 그릇 바닥으로 내려가요. 그러면 위쪽은 싱겁고 아래쪽은 짜게 됩니다. 주방에서는 이걸 제일 먼저 봅니다.
상추는 찬물에 2번 정도 흔들어 씻고, 줄기 사이에 흙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빼줍니다. 그다음 체에 세워 5분 정도 둡니다. 시간이 있으면 키친타월이나 면포로 한 번 더 눌러 주세요. 샐러드 스피너가 있으면 10초씩 두 번 돌리면 좋고요. 잎이 찢어질 만큼 오래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상추를 자를 때는 칼보다 손으로 뜯는 쪽이 편합니다. 크기는 한입보다 약간 크게 잡으세요. 너무 작게 찢으면 드레싱 닿는 면이 많아져 빨리 숨이 죽습니다. 특히 청상추는 부드러워서 크게 뜯어도 먹기 괜찮고, 적상추는 줄기 쪽이 조금 질길 수 있으니 줄기 끝만 1cm 정도 잘라내면 식감이 좋아집니다.
드레싱은 섞는 순서가 맛을 바꿉니다
볼에 진간장, 식초, 설탕을 먼저 넣고 설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어 주세요. 이 단계에서 설탕을 녹이지 않고 참기름부터 넣으면 설탕 알갱이가 남아서 어떤 잎은 달고 어떤 잎은 짜게 느껴집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먹어보면 바로 티가 납니다.
설탕이 녹은 뒤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습니다. 고춧가루는 1분만 두어도 수분을 먹고 색이 부드럽게 풀려요.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를 넣습니다. 참기름을 처음부터 넣으면 기름막이 생겨 간장과 식초가 잘 섞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성 있는 재료를 먼저 풀고, 기름은 나중에 넣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양파를 넣고 싶다면 얇게 채 썬 양파 30g 정도가 적당합니다. 매운맛이 강한 양파는 찬물에 5분 담갔다가 물기를 꼭 빼세요. 오이나 깻잎을 같이 넣어도 됩니다. 오이는 반 개 정도 넣을 수 있는데, 오이를 넣으면 물이 더 나오니 드레싱의 식초와 간장을 각각 1작은술씩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상추에 버무릴 때는 20초면 충분합니다
상추는 먹기 직전에 버무립니다. 미리 버무려 두면 10분만 지나도 잎이 축 처지고 그릇 아래에 국물이 생겨요. 손님상에 낼 때도 드레싱은 따로 두었다가 고기 굽기 직전이나 밥상 차리기 마지막에 묻히는 게 좋습니다.
큰 볼에 상추를 먼저 담고 드레싱을 한 번에 다 붓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2/3만 넣고 손끝으로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5~6번 섞습니다. 맛을 본 뒤 싱거우면 남은 드레싱을 조금 더 넣으세요. 상추의 물기 상태가 집마다 달라서 처음부터 다 넣으면 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주방에서도 잎채소 무침은 항상 양념을 남기고 시작했습니다.
젓가락으로 오래 뒤적이면 잎이 눌리고 숨이 빨리 죽습니다. 손으로 살살 섞는 게 제일 낫고, 위생장갑을 쓴다면 손바닥으로 누르지 말고 손가락 끝으로 털어 올리는 느낌이면 됩니다. 이때 간이 약간 세게 느껴져야 밥이나 고기와 같이 먹었을 때 맞습니다. 샐러드만 단독으로 먹을 거라면 간장을 2작은술만 넣어도 충분합니다.
없을 때 바꿔도 되는 재료와 실패 수습법
식초가 없으면 레몬즙을 같은 양으로 넣어도 됩니다. 다만 레몬즙은 향이 더 살아 있어서 참기름을 조금 줄이면 깔끔합니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쓸 때는 1작은술보다 조금 넉넉하게 넣어야 단맛이 맞아요. 매실청을 넣을 때는 2작은술을 넣고 설탕은 빼면 됩니다. 매실청은 단맛과 산미가 같이 있어서 식초를 반 큰술로 줄이는 게 좋습니다.
진간장이 없고 양조간장만 있다면 그대로 써도 됩니다. 국간장은 염도가 강하고 향이 달라서 추천하지 않지만, 정말 그것밖에 없다면 2작은술만 넣고 식초와 참기름으로 맛을 맞추세요. 참기름이 없으면 들기름도 괜찮습니다. 들기름을 쓰면 고춧가루보다 깨를 조금 넉넉히 넣는 쪽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미 너무 짜졌다면 상추를 더 넣는 게 가장 빠릅니다. 상추가 없다면 채 썬 오이나 양파를 넣어 양을 늘리세요. 너무 시면 설탕을 바로 더 넣기보다 참기름을 1작은술 추가하면 산미가 둥글어집니다. 물이 많이 생겼다면 국물을 따라내고 통깨를 조금 더 뿌려 바로 먹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숨이 죽은 상추는 다시 살아나지 않거든요.
상추 샐러드 드레싱은 재료가 화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장, 식초, 단맛, 기름의 균형만 잡고 상추 물기만 잘 빼면 충분히 맛있어요. 저는 이 샐러드를 만들 때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의 국물보다 첫 젓가락의 산뜻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념을 조금 남기고, 짧게 버무리고, 바로 먹는 쪽을 늘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