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매매 직접 뛰어보니,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더라

빌딩매매 직접 뛰어보니,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더라

처음 빌딩을 보러 가면 숫자부터 흔들립니다

얼마 전 강남 외곽에 있는 5층짜리 꼬마빌딩을 보러 갔습니다. 매도가는 42억, 보증금 3억 8천, 월세는 부가세 빼고 1,650만 원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겉으로 보면 연 임대료가 1억 9,800만 원이니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30분만 있어도 종이에 안 나오는 게 보입니다.

1층 점포는 장사가 되는 듯 보였지만 임차인이 권리금을 크게 주고 들어온 업종이었고, 3층은 실제로는 공실인데 렌트프리 기간이라 계약서상 임대 중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옥상 방수는 손을 봐야 했고, 주차장은 4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편하게 넣을 수 있는 건 2대 정도였습니다. 빌딩매매에서 무서운 건 매매가가 비싼 게 아닙니다. 비싼 이유를 모른 채 사는 겁니다.

경매든 일반매매든 저는 항상 현장에서 먼저 봅니다. 등기부, 건축물대장, 임대차계약서도 중요하지만 그 서류들이 진짜 현실과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더 중요합니다. 빌딩은 아파트처럼 같은 동, 같은 평형으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도로 폭, 코너 여부, 엘리베이터 유무, 층별 임차인 성격, 노후도에 따라 가격이 확 갈립니다.

빌딩매매에서 수익률만 보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초보 투자자분들이 제일 많이 묻는 게 수익률입니다. “몇 퍼센트 나오면 괜찮나요?”라는 질문이죠. 솔직히 숫자만 놓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4% 수익률이라도 건물 상태, 대출 조건, 공실 위험, 향후 수선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예를 들어 30억짜리 빌딩이 있다고 해보죠. 보증금 2억, 월세 1,000만 원이면 단순 연 수익은 1억 2천만 원입니다. 보증금을 뺀 실투자 기준으로 보면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이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관리비 미회수분, 공실 기간까지 넣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엘리베이터 교체나 외벽 보수 같은 큰돈이 터지면 1년치 임대수익이 한 번에 날아갑니다.

제가 실제로 봤던 물건 중에는 매도인이 “만실 건물”이라고 강조한 빌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임차인 2곳이 6개월 안에 만기였고, 주변에는 신축 상가 공실이 꽤 많았습니다. 지금은 만실이어도 다음 임차인을 같은 월세로 맞출 수 없다면 그 수익률은 종이 숫자일 뿐입니다.

  • 계약서상 월세와 실제 입금 내역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관리비에 건물주가 부담하는 비용이 숨어 있는지 봐야 합니다.
  • 공실이 생겼을 때 버틸 현금흐름을 계산해야 합니다.
  • 주요 임차인의 업종과 계약 만료 시점을 따로 체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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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보다 무서운 건 건축물대장입니다

경매 투자 오래 한 사람들은 등기부등본을 먼저 봅니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전세권, 지상권 같은 권리관계가 꼬이면 낙찰받고도 머리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빌딩매매에서는 건축물대장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아니, 어떤 물건은 건축물대장이 더 무섭습니다.

무단 증축, 위반건축물, 용도와 실제 사용의 불일치가 대표적입니다. 지하층이 창고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음식점으로 쓰고 있거나, 근린생활시설 일부가 주거처럼 개조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건 당장 월세가 잘 들어온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원상복구 명령이 나오거나, 대출 심사에서 감점이 되거나, 매도할 때 매수자가 가격을 크게 깎습니다.

특히 경락잔금대출이나 일반 담보대출을 생각한다면 금융기관이 보는 기준을 같이 봐야 합니다. 은행은 투자자의 기대수익보다 담보 안정성을 먼저 봅니다. 감정가가 높아도 위반사항이 있거나 임대차 구조가 불안하면 대출 한도가 줄 수 있습니다. 빌딩은 잔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출이 조금만 틀어져도 계약금이 위험해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꼭 확인하는 서류

  • 등기부등본: 소유권, 근저당, 가압류, 가처분, 지상권 확인
  • 건축물대장: 용도, 면적, 위반건축물 여부 확인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용도지역, 도로, 개발 제한 요소 확인
  •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월세, 만기, 특약, 렌트프리 확인
  • 월세 입금 내역: 실제 현금흐름 검증

시세조사는 네이버 숫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빌딩매매를 하다 보면 매도호가와 실제 거래가의 차이가 큽니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 부담이 남아 있는 시장에서는 “팔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 호가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온라인 매물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주변 중개사무소 최소 3곳은 직접 통화하고, 가능하면 그 동네에서 오래 한 중개사에게 최근 실거래 분위기를 묻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질문 방식입니다. “이 건물 괜찮나요?”라고 물으면 대체로 좋은 말이 나옵니다. 대신 “이 가격에 진짜 거래될까요?”, “임차인 다시 맞추면 월세 유지될까요?”, “이 라인에서 안 팔리는 건물은 뭐가 문제였나요?”처럼 물어야 쓸 만한 답이 나옵니다. 현장 중개사들은 말투에서 대충 압니다. 사려는 사람인지, 그냥 떠보는 사람인지.

시세를 볼 때는 평당가만 보면 안 됩니다. 대지면적이 작아도 코너 입지라 노출이 좋으면 임대 경쟁력이 있고, 반대로 대지는 넓어도 도로가 좁거나 경사가 심하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건물 연식도 단순히 오래됐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수선 이력이 좋으면 오히려 관리가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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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면 이런 빌딩은 일단 거리를 두는 게 낫습니다

제가 초보에게 특히 조심하라고 말하는 빌딩이 있습니다. 첫째, 임차인이 한 곳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물입니다. 통임대 건물은 관리가 편해 보이지만 그 임차인이 나가면 공실 충격이 큽니다. 둘째, 불법 용도 변경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린 건물입니다. 당장은 월세가 좋아 보여도 리스크가 매수자에게 넘어옵니다.

셋째, 대출을 최대로 끌어야만 숫자가 맞는 물건입니다. 빌딩은 매입 후에도 돈이 계속 들어갑니다. 누수, 방수, 승강기, 소방, 전기, 간판, 공용부 보수 같은 비용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잔금 치르고 통장에 여유가 거의 없다면 작은 공사 하나에도 흔들립니다.

넷째, 명도 이슈가 남아 있는 물건입니다. 경매 물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상가 임차인은 주거 임차인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영업 손실, 시설비, 권리금 이야기가 붙으면 협상이 길어집니다. 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것과 실제로 빨리 비우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 수익률이 주변보다 유난히 높은 물건은 이유를 끝까지 캐야 합니다.
  •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으면 비용과 대출 영향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 주요 임차인 매출이 약해 보이면 재계약 가능성을 낮게 봐야 합니다.
  • 잔금 이후 6개월치 이자와 수선비는 따로 남겨야 합니다.

좋은 빌딩은 싸게 사는 것보다 버틸 수 있게 사는 겁니다

10년 넘게 경매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 돈을 버는 사람보다 버티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겁니다. 빌딩매매도 같습니다. 매입가를 5천만 원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출 구조가 버틸 만한지, 임차인이 빠졌을 때 감당 가능한지, 큰 수선비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라면 초보 투자자에게 처음부터 큰 빌딩을 권하지 않습니다. 작은 근린생활시설이나 꼬마빌딩이라도 임대차 구조가 단순하고,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건물 상태를 눈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물건부터 보는 게 낫습니다. 수익률이 조금 낮아도 리스크가 보이는 물건이 낫습니다. 안 보이는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순간, 빌딩은 자산이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빌딩은 멋있어 보입니다. 내 이름으로 된 건물이 있다는 말도 꽤 달콤하죠. 그런데 실제 소유자가 되면 매달 임대료만 받는 게 아니라 민원, 세금, 수선, 공실, 대출이자를 같이 받습니다. 저는 그래서 빌딩매매를 볼 때 늘 최악의 달을 먼저 계산합니다. 그 달을 견딜 수 있으면 그때부터 가격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빌딩매매 직접 뛰어보니,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더라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