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남동아파트 물건을 보겠다는 초보 투자자분과 통화를 했는데,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한남동이면 일단 안전한 거 아닌가요?” 솔직히 이 말이 제일 위험합니다. 한남동은 이름값이 강한 동네입니다. 그런데 경매장에서 이름값만 보고 들어가면, 낙찰받는 순간부터 계산서가 달라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착각을 했습니다. 강남, 용산, 한남동 같은 지역은 입지만 좋으니 권리분석이 조금 복잡해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현장 몇 번 뛰어보면 알게 됩니다. 좋은 입지일수록 경쟁자가 많고, 경쟁자가 많을수록 낙찰가는 올라가고, 낙찰가가 올라가면 작은 비용 하나가 수익을 갉아먹습니다.
한남동아파트는 시세부터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한남동아파트를 볼 때 초보가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근처 실거래가 평균”만 보는 겁니다. 한남동은 같은 동네 안에서도 단지, 동, 층, 조망, 대지지분, 재건축 기대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같은 전용 84㎡라고 해도 도로 하나, 경사 하나, 한강 조망 여부 하나로 체감 가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가 20억 원인 물건이 있다고 치겠습니다. 주변에 23억 원 거래가 찍혀 있으면 싸 보입니다. 그런데 그 23억 원 거래가 로열동 고층이고, 경매 물건은 저층에 도로 소음이 있는 동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1억, 2억으로 끝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한남동아파트를 볼 때 최소한 세 가지 가격을 따로 봅니다. 첫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의 실제 거래 가격. 둘째, 현재 중개업소에서 부르는 매도 호가. 셋째, 급매로 던졌을 때 바로 받아줄 수 있는 가격입니다. 경매 투자는 세 번째 가격으로 계산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호가로 계산하면 거의 항상 수익이 예쁘게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매도 단계에서 그 숫자는 잘 안 잡힙니다.
권리분석은 등기부보다 점유가 먼저 흔들립니다
등기부등본만 깨끗하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한남동아파트 경매 물건은 고가 주택이 많다 보니 임차인 보증금,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가 수익률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금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를 18억 원으로 예상했는데, 인수해야 할 보증금이 2억 원 숨어 있으면 실제 매입가는 20억 원이 됩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이자까지 붙습니다. “그래도 한남동이니까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투자가 아니라 버티기가 됩니다.
현장에서 제가 꼭 보는 건 매각물건명세서입니다. 법원 문건 중에서 초보가 제일 대충 넘기는 자료인데, 사실 제일 무섭습니다. 여기에는 임차인의 대항력 여부, 배당요구, 점유 관계, 인수되는 권리 가능성이 적혀 있습니다. 문구가 애매하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법원 기록 열람까지 가야 합니다. 한 줄 차이로 수천만 원이 바뀝니다.
- 전입세대 열람 내용과 현황조사서가 맞는지 확인
-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 조건이 있는지 확인
- 임차인 배당요구 종기일을 넘기지 않았는지 확인
- 관리비 체납 가능성과 장기수선충당금 문제 확인
명도는 돈보다 시간이 더 무섭습니다
한남동아파트라고 해서 명도가 특별히 쉬운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고가 아파트일수록 점유자가 버틸 명분과 여력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 중인 물건, 가족이 얽힌 물건,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받은 물건은 말이 길어집니다.
제가 예전에 본 물건 중에는 시세 차익만 보면 1억 원 이상 남아 보이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유자가 이사를 계속 미뤘고, 인도명령 이후에도 협의가 잘 안 됐습니다. 결국 이자와 관리비, 협의금, 시간 비용까지 따지니 실제 남는 돈은 처음 계산의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숫자상 수익률과 손에 쥐는 수익은 다릅니다.
명도 비용은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잡는 게 낫습니다. 고가 아파트는 이사비 협의금도 200만 원, 300만 원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까지 가면 집행관 비용, 보관 비용, 인력 비용이 붙고, 무엇보다 일정이 밀립니다. 대출 이자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낙찰 후에 알아보면 늦습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또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대출입니다. “낙찰받고 나서 은행 알아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한남동아파트처럼 금액대가 큰 물건은 그렇게 접근하면 위험합니다. 낙찰가가 높고 규제 지역 여부, 본인 보유 주택 수, 소득, 기존 대출에 따라 한도가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입찰 전에 최소 2~3곳은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감정가의 몇 퍼센트가 나온다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은행은 낙찰가, 담보가치, 채무자 조건을 같이 봅니다. 18억 원에 낙찰받았는데 생각한 대출보다 1억 원이 덜 나오면, 그때부터 잔금일이 공포가 됩니다.
저는 입찰 전 계산표를 만들 때 낙찰가만 넣지 않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미납관리비 가능액, 명도비, 대출이자 6개월치, 중개수수료, 양도세 시나리오까지 넣습니다. 그래야 ‘이 물건을 얼마에 사야 버틸 수 있는지’가 나옵니다. 수익률은 낙찰받기 전에 이미 대부분 결정됩니다.
초보라면 한남동이라는 이름보다 빠져나올 가격을 보세요
한남동아파트는 분명 매력 있는 자산입니다. 입지, 희소성, 수요층 모두 강합니다. 하지만 경매에서는 좋은 물건이라는 말과 좋은 투자는 다릅니다. 좋은 물건도 비싸게 사면 나쁜 투자가 됩니다. 반대로 평범한 물건도 싸게 사면 버틸 힘이 생깁니다.
입찰표 쓰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딱 세 가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이 가격에 일반 매수자도 살까. 명도가 6개월 밀려도 버틸 수 있을까.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와도 잔금을 칠 수 있을까. 이 세 질문에 하나라도 답이 흐리면 저는 입찰가를 낮추거나 그냥 패스합니다.
경매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물건을 많이 낙찰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안 들어갈 물건을 끝까지 안 들어가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한남동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값에 끌려가면 입찰장에서는 박수를 받을 수 있어도, 잔금일과 명도 현장에서는 혼자 계산서를 받아들게 됩니다. 저는 그런 물건보다, 조금 덜 화려해도 숫자가 끝까지 맞는 물건이 훨씬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