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것들

상가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것들

얼마 전 지인이 상가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6분, 1층 코너,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60만 원. 매매가는 5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아 보였죠.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가서 30분만 서 있어 보자고 했습니다. 서류보다 먼저 사람 흐름을 봐야 하는 물건이었거든요.

상가는 아파트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1층이라도 횡단보도 앞이냐, 차량 진입로 옆이냐, 출근 동선이냐 퇴근 동선이냐에 따라 임차인 장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가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월세 숫자만 보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겁니다. 월세가 들어온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월세 260만 원이면 괜찮아 보였던 물건

지인이 가져온 물건은 단순 계산으로 연 임대료가 3,120만 원이었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을 빼고 실투자금을 5억 3천만 원으로 보면 표면 수익률은 대략 5.8% 정도 나옵니다. 요즘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솔깃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점포 앞 보행량은 평일 점심시간에도 생각보다 적었고, 바로 옆 건물 1층 두 칸이 공실이었습니다. 더 신경 쓰였던 건 현재 임차인의 업종이었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었는데, 주변 반경 300m 안에 비슷한 매장이 이미 두 곳 더 있었습니다.

상가매매에서 현재 임차인이 있다는 건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 임차인이 버티는 힘이 약하면 매수 후 6개월, 1년 안에 공실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상 남은 기간이 2년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장사가 안 되면 임차인은 권리금 포기하고라도 나갑니다. 소송까지 가서 붙잡아 둘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운영하면 마음고생이 더 큽니다.

상가매매에서 수익률 계산은 보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초보자들이 많이 놓치는 비용이 있습니다.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이자, 부가세 이슈, 공실 기간 관리비, 시설 보수비입니다. 특히 상가는 건물분에 부가가치세가 붙는 경우가 있고, 포괄양수도 여부에 따라 자금 계획이 달라집니다. 이 부분은 세무사에게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5억 8천만 원, 대출 3억 원, 금리 연 4.8%라고 치면 연 이자만 1,440만 원입니다. 월세 260만 원이 들어와도 1년 임대료 3,120만 원에서 이자 빼면 1,68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 재산세, 종합소득세, 공실 대비 비용, 수리비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은 더 줄어듭니다.

저는 상가를 볼 때 최소한 이렇게 다시 계산합니다.

  • 현재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지 낮은지 확인
  • 공실 3개월을 가정하고 연 수익률 재계산
  •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현금흐름 확인
  • 임차인 퇴거 후 같은 월세로 새 임차인을 구할 수 있는지 검토
  • 권리금이 붙을 만한 자리인지, 그냥 임대료만 높은 자리인지 구분

이렇게 계산하면 처음에 좋아 보였던 상가도 숫자가 확 꺾입니다. 저는 그걸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숫자가 진짜에 가깝습니다. 부동산은 매수할 때는 낙관적으로 보이고, 보유할 때는 비용이 현실로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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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보다 무서운 건 공실입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들은 제가 권리분석만 중요하게 보는 줄 압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등기부, 임차인 대항력, 확정일자, 배당요구, 체납관리비, 유치권 주장 여부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상가매매에서는 권리관계가 깨끗해도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어 있으면 돈이 안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상가는 공실 한 번 나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월세는 가격을 낮추면 비교적 빨리 움직이는 편이지만, 상가는 업종과 입지가 맞아야 합니다. 점포 면적이 애매하거나 전면 폭이 좁거나 기둥이 가운데 있으면 임차인이 쉽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2층 이상 상가는 엘리베이터 위치, 간판 노출, 계단 접근성이 수익률보다 중요할 때도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한 2층 상가는 표면 수익률이 7%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좋죠.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계단이 건물 뒤편에 있었고, 도로에서 2층 간판이 거의 안 보였습니다. 당시 임차인은 학원이었는데 원생 수가 줄어 이전을 고민 중이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현재 월세보다 다음 임차인이 누구일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상가매매 현장조사는 최소 세 번은 가야 합니다

저는 상가를 볼 때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갑니다. 가능하면 비 오는 날도 봅니다. 상권은 시간대마다 얼굴이 다릅니다. 점심 장사가 되는 곳인지, 퇴근길 수요가 있는지, 주말에는 죽는 자리인지 직접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저는 이런 걸 봅니다. 점포 앞에서 사람들이 멈추는지, 그냥 지나가는지. 주변 임차인들이 오래 버틴 업종인지, 최근에 자주 바뀐 업종인지. 배달 오토바이가 많은지, 테이블 손님이 많은지. 주차가 가능한지. 건물 화장실 관리가 되는지. 이런 것들은 매물 설명서에 잘 안 나옵니다.

중개사가 말하는 유동인구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말은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지, 내 임차인의 손님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근길에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 1,000명보다 점심시간에 천천히 메뉴판 보는 사람 100명이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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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면 피하는 게 나은 상가 유형

상가매매를 처음 하는 분이라면 욕심나는 물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수익률이 주변보다 유난히 높게 제시된 물건은 이유가 있습니다. 매도자가 착해서 싸게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공실인데 예상 월세로만 수익률을 만든 물건
  • 현재 임차인의 매출 확인이 전혀 안 되는 물건
  • 관리비가 높아 임차인이 오래 버티기 어려운 물건
  • 분양상가 중 주변 공실이 많은 물건
  • 권리금은 높다고 하는데 실제 양도 가능한 업종이 제한적인 물건
  • 전용률이 낮아 실제 사용 면적이 기대보다 작은 물건

특히 신축 분양상가는 조심해야 합니다. 모델하우스에서 보는 상권 지도는 늘 좋아 보입니다. 예정 도로, 예정 입주, 예정 상권이 빼곡히 적혀 있죠. 그런데 상권은 예정만으로 월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입주가 늦어지고, 주변 상가가 한꺼번에 풀리고, 임차인 모집이 꼬이면 몇 년 동안 빈 점포를 안고 갈 수 있습니다.

상가매매는 잘 사면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잘못 사면 팔기도 어렵고, 비워 두자니 관리비가 나가고, 임차인을 구하자니 월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자에게 늘 말합니다. 좋은 상가를 찾기 전에, 나쁜 상가를 걸러내는 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요. 수익률 표 한 줄보다 현장에서 서성인 30분이 더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상가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