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저녁, 퇴근길 사람들 틈을 피해서 일부러 큰길을 한 블록 벗어나 걸었는데 그날 따라 볶은 차 향이 괜히 생각났습니다. 새로 나온 호지글레이즈드가 궁금하긴 했지만, 줄 서서 마시는 계절 음료보다 조용한 동네 매장에서 천천히 마셔보고 싶었어요.
큰길보다 한 블록 안쪽이 좋았던 이유
호지글레이즈드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2026년 8월 28일 가을 시즌 음료로 내놓은 호지 글레이즈드 티 라떼입니다.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가 다시 나오면서 함께 등장한 메뉴라 그런지, 이름만 들으면 꽤 달고 진한 음료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사실 호지차는 녹차 잎을 볶아 만든 차라 말차보다 색이 어둡고, 맛은 더 구수한 쪽에 가깝습니다.
저는 번화가 매장 대신 주택가와 사무실 골목이 섞인 조용한 매장을 골랐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보이는 매장은 피했고, 출구에서 7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갔어요. 이런 매장은 주말 낮에는 아이 동반 손님이 조금 있지만, 평일 저녁 7시 반 이후에는 의외로 자리가 비는 편입니다. 창가 자리보다 벽 쪽 2인석이 더 조용했고, 주문대 앞도 오래 붐비지 않았습니다.
호지글레이즈드의 첫인상은 달콤함보다 구수함
잔을 받자마자 먼저 느껴진 건 커피 향이 아니라 볶은 곡물 같은 향이었습니다. 글레이즈드 폼이 올라가 있어서 첫 모금은 부드럽고 달아요. 근데 몇 번 더 마시면 단맛보다 호지차 특유의 구수한 끝맛이 남습니다. 말차 라떼가 풀 향과 쌉싸름함으로 기억된다면, 호지글레이즈드는 살짝 태운 보리차와 우유 사이 어딘가에 가까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얼음이 녹기 전보다 10분쯤 지난 뒤가 더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폼의 단맛이 앞에 있고, 시간이 지나면 차 맛과 우유가 조금 더 섞입니다. 단 음료를 자주 마시는 분이라면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덜 과한 느낌이 오히려 좋았어요.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치는 편이라, 커피 대신 차 베이스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이 갔습니다.
사람 적은 시간에 마시면 더 잘 보이는 맛
사실 이런 시즌 음료는 맛보다 분위기에 끌려 주문할 때가 많습니다. 매장 안이 북적이면 첫 모금이 어떤지 느끼기도 전에 자리부터 찾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호지글레이즈드를 마시러 간다면 점심 직후나 퇴근 직후보다, 오후 3시 전후 혹은 저녁 7시 30분 이후를 고를 것 같습니다.
- 평일 오후 3시 전후: 회전이 빠지고 혼자 앉은 손님이 많아 비교적 조용합니다.
- 저녁 7시 30분 이후: 테이크아웃 손님은 있지만 오래 머무는 사람은 줄어듭니다.
- 대형 쇼핑몰 안 매장: 접근성은 좋지만 시즌 음료 주문이 몰릴 수 있습니다.
- 주택가 안쪽 매장: 좌석 수는 적어도 체류 분위기는 더 느긋한 편입니다.
저는 음료를 들고 바로 나오지 않고 30분 정도 앉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는 버스정류장 불빛이 보였고, 매장 안에서는 노트북을 닫는 소리와 얼음 흔들리는 소리 정도만 들렸어요.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이런 시간이 저는 여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낯선 동네의 평범한 카페에서 계절 메뉴 하나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일. 그게 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주문할 때 알면 좋은 작은 차이
호지글레이즈드는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처럼 묵직한 커피 음료를 기대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쓴맛 대신 볶은 차의 고소함이 중심이라, 맛의 방향이 더 차분합니다. 저는 디저트와 같이 먹기보다는 단독으로 마시는 쪽이 좋았어요. 특히 크림이 많은 케이크와 함께하면 음료의 구수한 향이 조금 묻힐 수 있습니다.
단맛을 줄이고 싶다면 주문할 때 시럽이나 폼 조절이 가능한지 직원에게 가볍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 음료의 매력은 글레이즈드 폼에서 시작되는 부드러운 첫맛에 있어서, 처음 마신다면 기본 맛을 한 번 경험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얼음이 많은 음료가 부담스럽다면 천천히 마시기 좋은 자리부터 잡는 게 더 현실적인 선택이었어요.
동네 산책과 잘 맞는 계절 음료
호지글레이즈드는 굳이 멀리 찾아갈 만큼 화려한 메뉴는 아닙니다. 대신 동네를 조금 걷고, 평소 지나치던 골목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조용한 자리에 앉아 마셨을 때 맛이 더 선명해지는 음료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는 신메뉴라기보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작은 핑계에 가까웠어요.
유명 카페 리스트를 따라다니다 보면 장소보다 인증이 먼저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음료 이름보다도 골목의 낮은 건물들, 어두워지기 전의 하늘, 사람이 많지 않은 매장의 공기가 더 또렷했습니다. 호지글레이즈드는 그런 조용한 이동과 꽤 잘 어울렸고, 다음에는 일부러 다른 동네의 한적한 매장에서 다시 마셔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