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문진표를 작성하다가 “만성질환 영어로 뭐라고 써야 해요?” 하고 묻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해외 보험 서류, 영문 진단서, 유학·취업 검진 서류를 준비할 때 특히 헷갈리죠.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오래 관리하는 병을 말하는 건 알겠는데, 영어 표현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라서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우선 가장 기본 표현은 chronic disease입니다. “chronic”은 오래 지속되는, 만성적인이라는 뜻이고 “disease”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만성질환을 가장 직역에 가깝게 쓰면 chronic disease가 됩니다. 다만 실제 의료 서류에서는 chronic condition, chronic illness, noncommunicable disease도 자주 나옵니다.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쓰임이 조금씩 다릅니다.
만성질환 영어로 가장 많이 쓰는 말
일상적인 설명이나 병력 기재에는 chronic disease 또는 chronic condition을 쓰면 무난합니다. 미국 질병관리기관에서도 만성질환을 대체로 1년 이상 지속되고,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하거나 일상생활에 제한을 줄 수 있는 상태로 설명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콩팥병, 심장질환 같은 병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제가 병동에서 자주 본 표현은 “past medical history” 옆에 적는 chronic disease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씁니다.
- chronic disease: 만성질환
- chronic condition: 만성 건강상태, 오래 관리해야 하는 질환
- chronic illness: 만성병, 장기간 앓는 병
- underlying disease: 기저질환
- comorbidity: 동반질환
여기서 중요한 건 chronic disease와 underlying disease가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성질환은 병의 지속 기간과 관리 필요성에 초점이 있고, 기저질환은 현재 상태나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존 질환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당뇨병이 있다면, 당뇨는 만성질환이면서 동시에 기저질환이 될 수 있습니다.
chronic disease, chronic condition, NCD는 어떻게 다를까요?
chronic disease는 가장 익숙한 표현입니다. 질병명 중심으로 말할 때 잘 맞습니다. “I have a chronic disease”라고 하면 “저는 만성질환이 있습니다”라는 뜻으로 통합니다. 다만 영어권 의료 현장에서는 disease라는 말이 조금 딱딱하거나 진단명 중심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chronic condition은 조금 더 넓은 표현입니다. 진단명이 명확한 병뿐 아니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건강 상태까지 포함할 때 씁니다. 환자 안내문이나 보험 서류에서 자주 보입니다. “Do you have any chronic conditions?”라고 물으면 고혈압, 당뇨, 천식, 심장질환, 만성 통증, 정신건강 질환까지 넓게 답할 수 있습니다.
chronic illness는 환자가 오래 앓고 있는 병이라는 느낌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질병 자체보다 생활 속 부담, 증상, 치료 지속성에 초점이 있습니다. 환자 경험을 말할 때 자연스럽습니다.
NCD는 noncommunicable disease의 줄임말입니다. 우리말로는 비감염성 질환 또는 비전염성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만성 호흡기질환을 대표적인 NCD로 설명합니다. 즉 NCD는 “남에게 옮는 병이 아닌, 오래 관리가 필요한 주요 질환군”을 말할 때 많이 씁니다. 공중보건 자료나 국제 보고서에서는 chronic disease보다 NCD라는 표현이 더 자주 나올 때가 있습니다.
검진 문진표나 영문 서류에는 이렇게 쓰면 됩니다
검진센터에서 실제로 많이 도와드렸던 부분이 바로 병력 기재였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 써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진단받은 병명, 복용 중인 약, 수술·입원 이력, 현재 조절 상태를 짧게 쓰면 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으면 “Hypertension, on medication since 2020”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Type 2 diabetes, taking oral medication”이라고 쓰면 됩니다. 천식은 “Asthma, intermittent inhaler use”처럼 흡입제 사용 여부를 붙이면 의료진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 고혈압: hypertension
- 당뇨병: diabetes mellitus 또는 type 2 diabetes
- 이상지질혈증: dyslipidemia 또는 hyperlipidemia
- 만성콩팥병: chronic kidney disease
- 협심증: angina
- 심근경색 과거력: history of myocardial infarction
- 천식: asthma
- 만성폐쇄성폐질환: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 지방간: fatty liver
- 갑상선기능저하증: hypothyroidism
근데 여기서 하나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완치됐다”고 생각해서 안 쓰는 분들이 있는데, 의사가 과거력을 확인해야 하는 병은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전에 심근경색, 뇌졸중, 암 수술, 만성콩팥병, 간경변, 결핵 치료 이력이 있었다면 현재 증상이 없어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약 처방, 조영제 검사, 마취, 입원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은 증상이 조용할 때가 더 무섭습니다
내과 병동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아픈 데가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고혈압은 혈압이 160, 170까지 올라가도 두통이 없는 분이 많고, 당뇨도 혈당이 꽤 높아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은 거의 증상으로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만성질환은 영어 단어를 아는 것보다 숫자를 같이 보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혈압은 집에서 반복 측정했을 때 135/85mmHg 이상이 자주 나오면 진료 상담이 필요합니다. 병원 기준으로는 보통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봅니다. 공복혈당은 126mg/dL 이상이 반복되면 당뇨병 평가가 필요하고, 당화혈색소는 6.5% 이상이면 당뇨 진단 기준에 들어갑니다. LDL 콜레스테롤은 개인 위험도에 따라 목표가 달라서, 숫자 하나만 보고 괜찮다 아니다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검진 결과지에서 빨간 글씨가 하나 있다고 바로 큰 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빨간 글씨가 적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콩팥 기능, 간 수치, 빈혈, 단백뇨는 이전 결과와 비교해야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작년보다 조금 나빠진 흐름이 반복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만성질환이 있거나 의심되는 분이라면 다음 상황에서는 미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병을 겁내라는 뜻이 아니라,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 집에서 잰 혈압이 180/120mmHg 이상이거나, 가슴통증·호흡곤란·마비·말 어눌함이 같이 있을 때
-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으로 반복되거나, 식후 혈당이 계속 높게 나올 때
- 소변에 거품이 심해졌거나 단백뇨, 혈뇨가 반복될 때
-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심한 피로, 야간 발한, 지속되는 미열이 있을 때
- 가슴이 조이거나 계단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새로 생겼을 때
- 복용 중인 약을 끊은 뒤 혈압·혈당·증상이 흔들릴 때
- 검진 결과에서 재검, 정밀검사, 추적검사 권고를 받았을 때
만성질환 영어로는 chronic disease라고 쓰면 대부분 통합니다. 하지만 실제 몸 관리는 단어보다 기록이 중요합니다. 진단명, 약 이름, 최근 검사 수치, 언제부터 앓았는지를 알고 있으면 어느 병원에 가도 설명이 훨씬 쉬워집니다. 병은 이름보다 흐름을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진 결과지를 받으면 그냥 접어두지 말고, 작년 수치와 나란히 놓고 한 번은 천천히 읽어보는 쪽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