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에서 내려 바로 먹을지, 숙소 찍고 먹을지부터 나눕니다
금오도 취재를 마치고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로 돌아오면 늘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배가 제시간에 닿으면 밥집 선택지가 넓어지지만,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30분쯤 늦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수 여행 맛집은 이름값보다 동선이 먼저입니다.
여수는 맛집이 몰려 있는 구역이 비교적 또렷합니다. 이순신광장과 교동 쪽은 서대회, 갈치조림, 생선구이 같은 식사 메뉴가 많고, 봉산동은 게장백반을 찾는 사람이 많이 갑니다. 돌산과 국동항 쪽은 장어탕, 하모, 회를 먹기 좋습니다. 낭만포차 거리는 밤 분위기는 좋지만 식사보다 술자리 성격이 강합니다.
첫날 오후에 여수에 도착했다면 무리해서 돌산까지 넘어가기보다 중앙동이나 교동에서 밥을 먹는 편이 낫습니다. 주말 저녁 돌산대교 주변은 차가 밀리고, 주차장을 찾다가 식사 시간이 늘어집니다. 반대로 숙소가 돌산에 있다면 굳이 시내로 다시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여수는 바다가 가까워 보이지만, 차로 돌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 가는 사람은 게장보다 백반형 식당이 덜 피곤합니다
여수에 처음 온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묻는 메뉴는 게장입니다. 봉산동 게장백반거리는 관광객에게 익숙하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한 상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게장은 입맛 차이가 큽니다. 짠맛에 예민하거나 아이와 같이 간다면 첫 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라면 첫 끼는 백반형 식당이나 생선구이로 잡습니다. 여수시가 지역 대표 음식으로 소개하는 여수 10미에는 게장백반, 서대회, 갈치조림, 장어구이와 탕, 갯장어회와 샤부샤부, 굴구이, 새조개 샤부샤부 같은 메뉴가 들어갑니다. 실제로 여행자가 실패를 덜 하는 쪽은 여러 반찬이 나오는 한상입니다. 간이 맞지 않아도 먹을 게 남습니다.
교동과 중앙동 일대에서는 서대회무침, 갈치조림, 생선구이를 파는 노포들이 오래 버텨왔습니다. 삼학집처럼 서대회와 갈치 메뉴를 같이 보는 식당도 있고, 대성식당이나 구백식당처럼 생선 중심으로 알려진 집들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화려한 사진보다 회전율, 영업시간, 휴무일을 먼저 봐야 합니다. 특히 수요일 휴무가 있는 집이 있으니 일정표에 바로 넣으면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메뉴별로 어울리는 여행자
- 게장백반: 여수 대표 메뉴를 한 번에 찍고 싶은 2인 이상 여행자에게 맞습니다.
- 서대회무침: 새콤한 양념과 밥을 좋아하고, 낮술보다 식사를 원하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 장어탕: 아침 배를 타야 하거나 전날 많이 걸은 여행자에게 편합니다.
- 하모 샤부샤부: 여름 여행, 부모님 동반, 예산을 조금 넉넉히 잡은 일정에 어울립니다.
- 낭만포차 해물삼합: 맛 자체보다 밤바다 분위기와 술자리가 목적일 때 맞습니다.
계절을 안 보면 비싼 값을 내고도 아쉽습니다
여수 음식은 계절을 많이 탑니다. 여름에는 갯장어, 흔히 하모라고 부르는 메뉴가 힘을 받습니다. 경도회관처럼 하모와 새조개로 알려진 집은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겨울 쪽으로 가면 새조개 샤부샤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메뉴들은 시세가 붙습니다. 둘이 가서 가볍게 먹는 밥값으로 생각하면 계산대 앞에서 놀랄 수 있습니다.
굴구이는 돌산 쪽에서 겨울철에 찾는 사람이 많고, 전어는 가을에 이야기됩니다. 갈치조림과 서대회는 계절 부담이 덜하지만, 관광지 중심 식당은 같은 메뉴라도 가격 차이가 납니다. 어떤 집은 1인분 기준으로 쓰고, 어떤 집은 2인 한상 기준으로 적습니다. 메뉴판 숫자만 보고 싸다 비싸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인원수와 포함 반찬을 같이 봐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여수에서 줄을 오래 서는 식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섬 취재를 하다 보면 배 시간이 늘 머릿속에 있어서 그런지, 한 끼에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정은 금방 지칩니다. 유명한 집보다 11시 전 이른 점심, 또는 오후 5시대 이른 저녁에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여행 만족도를 더 올릴 때가 많습니다.
2박 3일이면 이렇게 먹으면 덜 겹칩니다
첫날은 도착 시간에 맞춰 시내권에서 먹는 게 좋습니다. 여수엑스포역으로 들어오면 이순신광장과 중앙동 방향이 편하고, 자차라면 숙소 주차부터 끝내는 편이 낫습니다. 첫 끼는 서대회나 생선구이, 갈치조림 같은 밥 메뉴로 잡으면 무난합니다. 밤에는 낭만포차 거리로 가도 되지만, 식사라기보다는 2차라고 생각하는 쪽이 맞습니다.
둘째 날은 돌산이나 향일암, 오동도, 금오도 같은 코스와 맞물려 잡습니다. 금오도 비렁길을 다녀오는 날이라면 섬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여수로 돌아와 장어탕이나 게장백반을 먹는 식이 편합니다. 배가 늦게 들어오면 예약한 식당 시간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섬 일정이 있는 날에는 예약 필수 식당을 저녁에 넣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셋째 날은 떠나기 전 포장이나 가벼운 한 끼가 좋습니다. 갓김치, 게장 포장, 김밥류를 챙기는 사람이 많은데, 여름에는 차 안 보관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계산해야 합니다. 여수에서 바로 KTX를 타면 괜찮지만, 차로 순천이나 광양까지 돌 예정이라면 냉장 보관이 안 되는 음식은 욕심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굳이 피하고 싶은 선택도 있습니다
밤바다를 보겠다고 낭만포차 거리에서 무조건 첫 끼를 해결하는 건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사람 많고, 바람 불고, 대기 길면 음식 맛보다 피로가 먼저 옵니다. 또 여수까지 왔으니 해산물만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아도 됩니다. 아이가 있거나 부모님 입맛이 까다롭다면 백반, 장어탕, 생선구이가 훨씬 편합니다.
여수 여행 맛집은 유명한 한 집을 찍는 여행보다 구역과 시간대를 맞추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는 일정이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보다 제시간에 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 일이 더 오래 기억날 때가 많습니다. 여수는 그런 식으로 천천히 먹어야 덜 지치고, 다음 배 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