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물 37건을 직접 훑어봤더니 초보가 먼저 걸러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부동산매물 37건을 직접 훑어봤더니 초보가 먼저 걸러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경매를 처음 시작하겠다며 부동산매물 캡처를 37장이나 보내왔습니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상가까지 종류도 다양했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중 절반은 입찰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접어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싸 보이는 매물과 살 수 있는 매물은 완전히 다릅니다.

현장에서 오래 굴러보면 감정가가 낮다거나 최저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싸 보이면 먼저 의심합니다. 왜 여러 번 유찰됐는지, 왜 현장에 가면 분위기가 다른지, 왜 명도 얘기만 나오면 다들 말을 흐리는지 봐야 합니다.

사진이 좋은 부동산매물일수록 현장은 더 봐야 합니다

초보 때 가장 많이 속는 게 사진입니다. 방은 넓어 보이고, 창은 밝고, 주변은 조용해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복도 냄새가 심하거나, 주차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바로 앞에 소음원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서울 외곽 빌라 물건을 봤을 때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전용면적 46㎡, 방 3개, 최저가 1억 6천만 원대라 꽤 좋아 보였습니다. 근처 실거래는 2억 초반도 찍혀 있었고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건물 진입로가 승용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폭이었고, 낮에도 1층 복도 조명이 켜져 있었습니다.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매매 문의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3천만 원 남는 물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팔 때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컸습니다.

  • 사진이 밝아도 실제 채광 시간은 따로 봐야 합니다.
  • 주차 가능 문구가 있어도 세대당 주차 대수와 실제 주차 스트레스는 다릅니다.
  • 역세권이라고 해도 언덕, 골목, 횡단보도 위치에 따라 체감 거리가 달라집니다.
  • 내부 상태보다 건물 관리 상태가 더 치명적일 때가 많습니다.

부동산매물은 컴퓨터 앞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버리는 겁니다. 괜찮은 물건을 찾는 능력보다, 위험한 물건을 빨리 버리는 능력이 돈을 지켜줍니다.

싸게 나온 이유를 못 찾으면 입찰하면 안 됩니다

경매나 공매 물건을 보면 감정가 대비 60%, 50%까지 내려간 부동산매물이 있습니다. 이때 초보는 “운 좋게 싼 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법원 경매판에 운만으로 남는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싸진 데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권리관계입니다.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이 인수되는지, 대항력 있는 점유자가 있는지, 유치권 주장이 붙었는지, 지분 물건인지 봐야 합니다. 등기부 한 줄, 매각물건명세서 한 문장 놓치면 낙찰받고도 속이 탑니다.

예전에 지방 상가 물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감정가 3억 2천만 원, 최저가 1억 5천만 원대였습니다. 표면상 수익률은 좋아 보였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기존 임차인이 시설비를 많이 들였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주변 공실도 많았습니다. 월세 150만 원 받을 수 있다는 중개업소 말만 믿으면 계산이 예뻐집니다. 하지만 실제 임대료를 100만 원으로 낮춰도 공실 기간 6개월을 넣으면 수익률이 확 꺾입니다.

제가 먼저 보는 숫자들

  • 최근 실거래가와 현재 호가의 차이
  • 급매 기준으로 팔릴 수 있는 보수적 가격
  • 취득세, 법무비, 이자, 수리비, 명도비 포함 총투입금
  • 잔금 납부 후 매도 또는 임대까지 걸릴 시간
  • 최악의 경우 1년 보유했을 때 버틸 수 있는 현금

수익 계산은 좋게 잡으면 누구나 돈을 법니다. 문제는 시장이 내 계산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부동산매물을 볼 때 예상 매도가를 높게 잡기보다 비용을 먼저 두껍게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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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은 어렵게 보이지만 순서는 단순해야 합니다

권리분석을 처음 배우면 용어가 겁납니다. 근저당, 가압류, 전세권, 임차권등기, 가처분, 지상권 같은 말들이 한꺼번에 나오니까요. 그런데 실전에서는 순서를 정해놓고 하나씩 지워가야 합니다.

먼저 말소기준권리를 찾습니다. 그다음 그보다 앞선 권리가 있는지 봅니다. 임차인이 있다면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같이 봐야 합니다. 서류끼리 말이 조금씩 다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초보에게 늘 말하는 게 있습니다. 등기부만 보고 “깨끗하다”고 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보증금이 얼마인지, 배당으로 다 빠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점유자가 소유자 가족인지 임차인인지에 따라 명도 난이도도 달라집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할 물건

  • 대항력 있는 임차인 보증금이 불명확한 부동산매물
  • 지분만 나오는 물건
  • 유치권 문구가 반복해서 나오는 물건
  • 불법 증축 가능성이 있는 다세대, 근린생활시설
  • 관리비 체납이 크거나 확인이 어려운 오피스텔, 상가

물론 이런 물건이 전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고수는 이런 데서 기회를 찾기도 합니다. 다만 초보가 첫 입찰로 들어갈 물건은 아닙니다. 돈을 벌기 전에 먼저 시장에서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시세조사는 중개업소 전화 세 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동산매물 시세를 볼 때 플랫폼 호가만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호가는 매도자의 희망 가격입니다. 실제 돈이 오간 가격은 따로 봐야 하고, 지금 팔리는 가격은 또 다릅니다.

저는 보통 세 단계로 봅니다. 최근 실거래, 현재 매물 호가, 현장 중개업소 반응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에 팔릴까요?”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그냥 물으면 대부분 높게 얘기합니다. 저는 “잔금 치르고 바로 팔아야 한다면 얼마까지 내려야 거래가 붙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답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 아파트라도 3층과 17층, 남향과 서향, 올수리와 기본형은 가격 차이가 큽니다. 빌라는 더 심합니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도로 폭, 주차, 엘리베이터, 누수 이력 때문에 2천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경매 투자에서 수익은 낙찰받는 순간 생기는 게 아닙니다. 팔리거나 임대가 맞춰져야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 전부터 출구를 봅니다. 누가 이 부동산매물을 살지, 전세로 들어올 사람은 어떤 조건을 볼지, 대출은 얼마나 나올지까지 같이 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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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가는 욕심보다 생존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입찰장에 가면 분위기가 묘합니다. 다들 조용한데, 막상 봉투 넣는 순간 마음이 흔들립니다. “100만 원만 더 쓸까”, “이번엔 꼭 받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올라오죠. 저도 초보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100만 원이 나중에 수리비, 이자, 명도비와 겹치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입찰가는 낙찰받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총사업비에서 거꾸로 나와야 합니다. 예상 매도가 2억 4천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 500만 원, 수리비 700만 원, 이자와 관리비 400만 원, 명도비 300만 원을 잡았다면 이미 1천900만 원이 비용입니다. 여기에 최소 기대수익을 넣으면 쓸 수 있는 금액은 생각보다 낮아집니다.

초보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낙찰 사례가 아닙니다. 안 들어가야 할 부동산매물을 거르는 기준입니다. 낙찰을 못 받으면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하지만 잘못 받으면 몇 달 동안 돈과 시간이 묶이고, 밤에 잠이 안 옵니다.

저는 지금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일부러 하루 더 둡니다. 다음 날 다시 봤을 때도 숫자가 맞고, 권리관계가 설명되고, 현장 리스크가 감당 가능하면 그때 입찰가를 씁니다. 경매는 빨리 달리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좋은 부동산매물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판입니다.

부동산매물 37건을 직접 훑어봤더니 초보가 먼저 걸러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