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입찰장에서 아파트 한 건을 보고 꽤 오래 서 있었습니다. 감정가 대비 2회 유찰, 임차인 관계도 복잡하지 않고, 주변 실거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제가 입찰표를 접은 이유는 권리 문제가 아니라 세금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종합부동산세과세대상에 걸리는 순간 보유 비용이 확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경매 초보분들이 자주 놓치는 게 있습니다. 낙찰가만 보고 수익률을 계산합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리비까지는 그래도 넣습니다. 그런데 보유세,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대충 넘깁니다. “나는 비싼 집도 아닌데 무슨 종부세냐”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종부세는 집 한 채 가격만 보는 세금이 아닙니다. 매년 6월 1일 현재, 내가 가진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을 전국 단위로 합산해서 보는 세금입니다.
6월 1일 하루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봅니다. 그날 재산세 납세의무자라면 그 해 종부세 판정에 들어갑니다. 경매 투자에서는 이 날짜가 꽤 중요합니다. 5월 말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이 넘어오면 그 물건은 그 해 보유세 계산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6월 2일 이후 취득이면 보통 그 해 종부세 판정에서는 빠집니다.
물론 일부러 잔금일을 조정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대출 실행일, 법원 잔금기한, 매각허가 확정일, 인도명령 일정이 같이 움직입니다. 그래도 입찰 전에 6월 1일을 의식하느냐 못 하느냐는 차이가 큽니다. 저는 5월 입찰 물건을 볼 때 세금 달력을 먼저 열어봅니다. 수익률 7%로 보이던 물건이 보유세까지 넣으면 4%대로 내려앉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주택은 공시가격 합산 9억 원부터 봅니다
국세청 안내 기준으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는 전국 합산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 9억 원을 빼고, 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합니다. 현재 주택분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입니다. 법인은 기본공제가 0원이라 개인 투자자와 계산 감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공시가격 6억 원짜리 아파트와 4억 원짜리 빌라를 갖고 있다고 해보죠. 합산 공시가격은 10억 원입니다. 2주택 이하 개인이라면 9억 원을 뺀 1억 원에 60%를 곱해 과세표준 6천만 원이 나옵니다. 여기서 세율을 적용하고 이미 낸 재산세 일부를 공제합니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농어촌특별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영향, 양도세 중과 여부까지 같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세대 1주택자는 공제금액이 12억 원이라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매 투자자는 여기서 자주 헷갈립니다. “내 명의로 한 채, 배우자 명의로 한 채면 각각 1주택 아닌가요?” 현장에서는 이런 질문이 정말 많습니다. 종부세의 1세대 1주택 판단은 세대 기준과 명의, 실제 보유 주택 수를 같이 봅니다. 공동명의, 상속주택, 일시적 2주택, 지방 저가주택 같은 특례가 있긴 하지만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요건과 신청을 봐야 합니다.
토지는 더 조용히 걸립니다
경매 물건 중 토지는 종부세를 더 조심해야 합니다. 주택은 다들 어느 정도 신경 쓰는데, 나대지나 잡종지, 상가 부속토지는 대충 넘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종합합산토지는 전국 합산 공시가격 5억 원 초과, 별도합산토지는 80억 원 초과가 기준입니다. 종합합산토지는 나대지, 잡종지, 분리과세가 아닌 농지나 임야 등이 대표적입니다. 별도합산토지는 일반건축물의 부속토지나 일정한 사업용 토지가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물건 중에 지방 시내권 나대지가 있었습니다. 낙찰가만 보면 싸 보였습니다. 주변 상권도 나쁘지 않았고, 장기 보유 후 건축을 생각하면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유한 토지 공시가격과 합치니 종합합산토지 기준을 넘어갔습니다. 토지는 임대수익 없이 세금만 나가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명도도 없고 수리도 없으니 쉬워 보이지만, 현금흐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보유세가 계속 나오면 버티는 힘이 필요합니다.
- 주택: 전국 합산 공시가격에서 개인 기본공제 9억 원, 1세대 1주택자 12억 원 적용
- 종합합산토지: 전국 합산 공시가격 5억 원 초과 여부 확인
- 별도합산토지: 전국 합산 공시가격 80억 원 초과 여부 확인
- 분리과세토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재산세는 별도로 확인
경매 수익률 계산에 종부세를 넣는 방식
저는 입찰 전에 엑셀에 세 줄을 꼭 넣습니다. 첫째, 현재 보유 부동산 공시가격 합계. 둘째, 낙찰 예정 물건의 공시가격. 셋째, 6월 1일 기준 보유 여부입니다. 여기서 대충 감이 옵니다. 종합부동산세과세대상에 새로 들어가는 물건인지, 이미 대상자인데 과표만 늘어나는 물건인지가 갈립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 5억 2천만 원, 예상 전세 3억 6천만 원, 수리비 2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보겠습니다. 겉으로는 자기자본 1억 8천만 원 전후로 굴릴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기존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8억 5천만 원이고, 새 물건 공시가격이 3억 원이면 합산 11억 5천만 원입니다. 개인 2주택 기준으로 9억 원을 넘습니다. 과세표준은 단순히 2억 5천만 원 전부가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해 1억 5천만 원 수준에서 출발하지만, 문제는 숫자보다 방향입니다. 앞으로 공시가격이 오르거나 한 채를 더 받으면 부담이 계단처럼 올라갑니다.
초보 입장에서는 세액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매는 예상 밖 비용이 자주 생깁니다. 점유자가 늦게 나가면 관리비 체납, 이사비 협상, 대출이자, 공실 기간이 붙습니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겹치면 “분명 싸게 샀는데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무리한 입찰가를 300만 원이라도 낮춥니다. 경매에서는 못 사는 것도 실력입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할 물건
첫째는 법인 명의 주택입니다. 법인은 주택분 기본공제가 0원이고 세율 감각도 개인과 다릅니다. 단순히 대출이나 명의 분산만 보고 법인을 쓰면 종부세에서 당황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공시가격은 낮아 보여도 여러 채를 모으면 기준을 넘는 빌라입니다. 수도권 소형 빌라를 여러 개 낙찰받는 전략은 임대 세팅이 잘 되면 현금흐름이 나오지만, 세금과 공실이 같이 오면 계산이 빡빡해집니다.
셋째는 토지입니다. 특히 나대지는 매수 후 바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면 보유 기간이 길어집니다. 개발 호재만 보고 들어갔다가 3년, 5년 묶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넷째는 5월 말 잔금 물건입니다. 시세보다 싸게 받는다는 생각에 급하게 잔금을 넣었는데, 그 해 6월 1일 기준으로 바로 보유세 판정에 들어가면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겁먹을 세금은 아닙니다. 다만 모른 척하고 들어가도 되는 세금은 더더욱 아닙니다. 입찰가를 쓰기 전에 공시가격, 보유 주택 수, 토지 구분, 6월 1일 기준일만 확인해도 위험한 물건을 꽤 걸러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대단한 비법보다 이런 작은 숫자를 자꾸 확인합니다. 돈을 버는 입찰도 중요하지만, 안 물려도 될 비용을 피하는 입찰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