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은 레시피 수보다 설명 방식을 먼저 봐야 합니다
요즘 요리교실에 오시는 분들 중에 에어프라이어를 사놓고도 냉동만두나 감자튀김만 돌린다는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책도 샀는데 그대로 했더니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었다고 하세요. 사실 에어프라이어 요리는 기계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 같지만, 주방에서 보면 작은 오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온도, 시간, 재료 두께, 중간에 뒤집는 순서가 맞아야 맛이 납니다.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을 고를 때 저는 레시피 개수보다 한 가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닭다리살이라도 2cm 두께인지, 냉장 상태인지, 양념을 바른 뒤 바로 굽는지 20분 재웠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책에 이런 설명이 없고 180도 15분처럼 숫자만 적혀 있으면 초보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특히 기계 용량이 3L인지 6L인지에 따라 열 순환도 다릅니다.
제가 주방에서 처음 에어프라이어를 테스트했을 때도 실수를 했습니다. 고등어를 200도에 빨리 익히려고 했더니 껍질은 바짝 탔는데 가운데 살은 촉촉함보다 비린내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그 뒤로는 생선은 물기를 충분히 닦고, 기름을 아주 얇게 바른 뒤, 180도에서 시작해 마지막 2~3분만 온도를 올립니다. 좋은 책은 이런 실패 지점을 미리 적어줍니다.
좋은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 고르는 기준
책장을 넘길 때 사진이 예쁜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따라 할 책인지 보려면 아래 기준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요리 사진만 화려하고 설명이 짧으면 처음 며칠은 재미있어도 금방 손이 안 갑니다.
- 재료의 무게가 컵이나 한 줌만이 아니라 g 단위로 함께 적혀 있는지 봅니다.
- 온도와 시간 옆에 재료 두께, 냉장·냉동 상태가 같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 예열이 필요한 요리와 필요 없는 요리를 구분해 둔 책이 좋습니다.
- 중간에 뒤집는 시점, 바스켓을 흔드는 시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 종이호일 사용 여부와 기름 빠짐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실전에서 편합니다.
- 실패했을 때 수습법이 있는 책은 초보자에게 훨씬 쓸모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목살 300g을 굽는다고 할 때, 그냥 180도 12분이라고 쓰인 레시피는 부족합니다. 두께 1.5cm 목살은 180도에서 8분 굽고 뒤집어 5~6분 더 굽는 식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만약 두께가 2.5cm라면 같은 온도에서 시간이 늘어나고, 겉면 색을 내기 위해 마지막에 200도로 2분 정도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차이를 말해주는 책이 오래 갑니다.
초보자는 한식 반찬과 단백질 요리가 많은 책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베이킹이나 근사한 파티 요리만 많은 책을 사면 의외로 자주 안 펼치게 됩니다. 집밥에서 에어프라이어가 제일 빛나는 순간은 생선, 고기, 두부, 감자, 냉동식품을 덜 번거롭게 익힐 때입니다. 그래서 초보자라면 한식 반찬과 단백질 요리가 많은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을 고르는 게 실용적입니다.
제가 권하는 기본 구성은 닭다리살, 삼겹살, 목살, 고등어, 갈치, 두부, 가지, 감자, 단호박, 냉동만두, 떡, 식빵 정도가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 재료들은 마트에서 구하기 쉽고 실패해도 다음에 바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수 향신료가 많거나 한 번 쓰고 남는 소스가 많은 책은 작은 주방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양념 요리도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고추장, 간장, 설탕, 올리고당이 들어간 양념은 생각보다 빨리 탑니다. 책에서 양념을 처음부터 바르라고만 하면 겉이 까매질 수 있습니다. 저는 닭봉이나 등갈비를 할 때 초반에는 소금, 후추, 기름만 살짝 바르고 70% 정도 익힌 뒤 양념을 발라 3~5분 더 굽습니다. 양념을 두 번에 나눠 바르면 색은 진해지고 탄맛은 줄어듭니다.
레시피를 따라 할 때 온도와 물 양을 이렇게 조절합니다
에어프라이어는 물을 넣는 조리도구는 아니지만, 재료의 수분이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감자채를 씻고 물기를 대충 털어 넣으면 바삭함보다 축축함이 먼저 생깁니다. 반대로 닭가슴살처럼 수분이 적은 재료는 너무 오래 돌리면 퍽퍽해집니다. 그래서 책에 적힌 시간보다 재료 상태를 같이 봐야 합니다.
냉동 재료는 특히 차이가 큽니다. 냉동만두 10개를 180도 10분 굽는 레시피가 있다고 해도 만두피가 두껍거나 속이 큰 제품이면 가운데가 미지근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처음 160도에서 5분 돌려 속을 풀어주고, 기름을 살짝 뿌린 뒤 180도에서 6~8분 더 굽는 방식이 안정적입니다. 겉만 빨리 색 내려고 처음부터 200도로 올리면 가장자리가 딱딱해지기 쉽습니다.
채소는 기름 양이 맛을 좌우합니다. 가지 1개, 약 180g 기준으로 식용유 1큰술은 들어가야 마르지 않습니다. 단호박 300g은 1cm 두께로 썰고 기름 1큰술, 소금 두 꼬집이면 충분합니다. 180도에서 12분 굽고 한 번 뒤집어 5분 더 구우면 가장자리는 달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책에 이런 양 조절이 적혀 있으면 집에서 바로 쓰기 좋습니다.
기계마다 시간이 다른 이유
같은 180도라도 기계마다 실제 열감은 다릅니다. 바스켓형은 열이 빠르게 돌고, 오븐형은 공간이 넓어 예열을 해도 재료가 늦게 익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쓰는 책의 레시피는 적힌 시간보다 2분 짧게 맞춘 뒤 상태를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덜 익은 건 더 익히면 되지만 탄 양념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책 한 권을 오래 쓰려면 내 주방 기준을 적어두세요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을 샀다면 깨끗하게만 보관하지 말고 옆에 메모를 남기는 게 좋습니다. 우리 집 기계에서는 닭날개가 180도 15분보다 17분이 낫다, 감자는 물기를 10분 빼야 한다, 종이호일을 깔면 밑면 색이 덜 난다 같은 기록이 쌓이면 그 책은 내 레시피북이 됩니다.
저는 수업할 때도 레시피 옆에 꼭 조절 칸을 만들어 둡니다. 첫 번째는 책 그대로 해보고, 두 번째는 우리 집 입맛에 맞게 소금 1g을 줄이거나 굽는 시간을 2분 늘립니다. 세 번째부터는 거의 실패가 없습니다. 요리는 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감은 기록에서 빨리 생깁니다.
대체 재료도 책에서 확인하면 좋습니다. 닭다리살이 없으면 닭가슴살로 바꿀 수 있지만 시간은 줄여야 합니다. 삼겹살 대신 목살을 쓰면 기름이 적으니 표면에 기름을 아주 얇게 발라주는 편이 낫습니다. 빵가루가 없으면 부순 크래커나 마른 식빵가루를 쓸 수 있는데, 이때는 소금이 이미 들어 있을 수 있어 밑간을 줄여야 합니다.
에어프라이어 요리 책은 두꺼운 책보다 자주 펼쳐지는 책이 좋습니다. 사진이 조금 덜 화려해도 온도와 순서, 실패 수습법이 친절하면 실제 밥상에는 그쪽이 더 도움이 됩니다. 집밥은 매번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늘 있는 재료로 덜 힘들게 맛을 맞추는 일이니까요. 저는 그런 책이 주방 한쪽에 오래 남는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