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맥북프로를 샀다면서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오피스랑 포토샵도 같이 결제해야 하냐”였습니다. 솔직히 그 질문을 들으면 저는 약간 반사적으로 말합니다. 맥북프로 값도 이미 충분히 비싼데, 기본 작업용 앱까지 줄줄이 구독으로 깔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맥북프로는 비싼 장비입니다. 2026년 기준 14형 맥북프로는 M5 계열로 시작하고, 상위 M5 Pro나 M5 Max로 가면 가격이 훅 뛰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싼 노트북을 사면 비싼 프로그램도 당연히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무료·오픈소스 앱만 집요하게 써보니, 실제로 돈을 써야 하는 구간은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1. 문서 작업은 LibreOffice부터 깔아도 충분합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파일을 매일 주고받는 사람이라면 Microsoft 365가 편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개인 문서, 가계부, 간단한 발표 자료, PDF 내보내기 정도라면 LibreOffice로 꽤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맥북프로 성능에서는 실행 속도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큰 표를 열 때 약간 투박한 느낌은 있지만, 무료라는 점을 생각하면 불평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서식이 복잡한 문서를 그대로 주고받는다면 레이아웃이 살짝 깨질 수 있습니다. 이건 무료 앱의 문제가 아니라 문서 호환성 싸움에 가깝습니다.
- 문서 작성: LibreOffice Writer
- 표 계산: LibreOffice Calc
- 발표 자료: LibreOffice Impress
- 주의할 점: 회사 제출용 최종 파일은 PDF로 한 번 확인
2. 사진 편집은 GIMP와 Krita를 나눠 쓰는 쪽이 낫습니다
포토샵 대체 앱을 찾으면 대부분 GIMP 하나만 이야기합니다. 근데 저는 조금 다르게 씁니다. 사진 보정, 누끼, 레이어 편집은 GIMP가 낫고, 그림이나 브러시 작업은 Krita가 훨씬 편합니다.
맥북프로의 좋은 화면을 생각하면 색감 작업 욕심이 생기는데, 무료 앱도 기본기는 충분합니다. GIMP는 인터페이스가 예쁘지는 않습니다. 처음 켜면 “이게 2026년에 쓰는 앱 맞나”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능은 탄탄합니다. Krita는 태블릿이나 펜 입력을 같이 쓸 때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무료 사진 앱에서 조심할 부분
검색 광고로 뜨는 다운로드 버튼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무료 이미지 편집기라고 해놓고 설치 관리자를 따로 내려받게 하거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끼워 넣는 경우가 아직도 있습니다. 맥에서는 Gatekeeper 경고가 뜬다고 무조건 나쁜 앱은 아니지만, 개발자 이름과 배포 경로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3. 영상 편집은 DaVinci Resolve 무료판과 Kdenlive가 현실적입니다
맥북프로를 산 이유가 영상 편집이라면 선택지가 조금 갈립니다. 색보정과 안정성을 중시하면 DaVinci Resolve 무료판이 강합니다. 오픈소스 쪽을 고집하면 Kdenlive도 쓸 만합니다. 다만 Kdenlive는 프로젝트 구조와 자막 작업에서 가끔 손이 더 갑니다.
제가 실제로 해본 기준으로, 4K 짧은 브이로그나 강의 컷 편집은 무료판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유료 기능이 필요한 순간은 고급 노이즈 제거, 협업, 일부 고급 효과 쪽입니다. 유튜브용 10분짜리 영상 만드는 데 매달 편집 프로그램 구독료부터 낼 필요는 없습니다.
- 색보정까지 욕심날 때: DaVinci Resolve 무료판
- 오픈소스 중심으로 가고 싶을 때: Kdenlive
- 화면 녹화와 방송: OBS Studio
- 오디오 편집: Audacity
4. 개발용 맥북프로라면 무료 도구만으로도 세팅이 끝납니다
개발 때문에 맥북프로를 샀다면 돈 쓸 곳이 더 줄어듭니다. 터미널, Git, VS Code 계열 편집기, Docker 대안 도구, 데이터베이스 클라이언트까지 무료 선택지가 많습니다. 저는 유료 IDE가 꼭 필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VSCodium이나 VS Code 계열로 먼저 시작합니다.
패키지 설치는 Homebrew를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서도 함정이 있습니다. 터미널에 아무 명령어나 복사해서 붙여넣는 습관은 위험합니다. 특히 블로그 댓글이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치 명령은 한 줄씩 읽고 실행해야 합니다. 맥북프로가 비싸서 안전한 게 아니라, 사용자가 덜 위험하게 써야 안전합니다.
- 코드 편집: VSCodium 또는 VS Code 계열
- 버전 관리: Git
- API 테스트: Bruno
- DB 관리: DBeaver Community
- 컨테이너 관리: Colima 같은 무료 도구 조합
5. 맥북프로에서 무료 앱 받을 때는 ‘공식 경로’가 제일 싸게 먹힙니다
무료 앱을 찾을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무료 다운로드”만 보고 아무 버튼이나 누르는 겁니다. 돈 아끼려다가 이상한 설치 파일을 받으면 시간과 데이터가 더 비싸게 나갑니다. 맥은 윈도우보다 덜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광고성 설치 파일과 가짜 업데이트 안내는 맥 사용자도 노립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맥 앱스토어에 있으면 먼저 거기서 확인합니다. 오픈소스 앱은 프로젝트의 공식 저장소나 개발자 배포 페이지에서 받습니다. 패키지 관리자를 쓸 때는 설치될 앱 이름과 의존성을 확인합니다. DMG 파일을 열었을 때 이상한 보안 프로그램, 클리너, 검색 도우미가 같이 보이면 바로 닫습니다.
설치 전에 보는 4가지
- 최근 업데이트 날짜가 너무 오래되지 않았는지
- Apple Silicon 지원 여부가 명확한지
- 설치 파일 이름이 앱 이름과 자연스럽게 맞는지
- 삭제 방법이나 설정 초기화 방법이 안내되어 있는지
6. 그래도 돈을 써야 할 때는 분명히 있습니다
무료만 쓰자는 말이 무조건 결제를 죄악 취급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납품 파일 호환성이 돈과 직결되는 디자이너, 방송 납품 규격을 맞춰야 하는 편집자, 회사 표준 도구가 정해진 개발자는 유료 앱이 시간을 아껴줄 수 있습니다. 이때는 구독료가 낭비가 아니라 작업 비용입니다.
다만 개인 공부, 블로그 운영, 유튜브 시작, 간단한 개발, 문서 작성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맥북프로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앱 구독까지 세트처럼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2주 정도는 무료 앱으로 실제 작업을 해보고, 막히는 지점이 반복될 때 유료 전환을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덜 후회합니다.
제 맥북프로에도 유료 앱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먼저 무료 앱으로 버티고, 정말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만 남겼습니다. 비싼 노트북을 샀을수록 소프트웨어 지출은 더 깐깐하게 봐야 합니다. 장비값은 이미 냈고,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까지 습관처럼 얹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