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홋카이도 여행 일정을 짜는 지인에게 하코다테를 추천했는데, 생각보다 “거기서 뭘 해야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삿포로처럼 도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바다와 언덕, 전차, 야경, 시장이 한데 붙어 있어서 1박 2일만 잘 써도 꽤 진하게 남는 도시가 하코다테입니다.
하코다테는 천천히 걷는 여행에 잘 맞습니다. JR 하코다테역, 아침시장, 베이 에어리어, 모토마치 언덕, 하코다테산이 비교적 가까운 편이라 동선을 꼬지 않으면 이동 피로가 확 줄어듭니다. 특히 처음 가는 분이라면 “많이 찍기”보다 “시간대 맞추기”가 더 중요합니다.
하코다테 여행은 1박 2일로 이렇게 잡으면 편합니다
가장 무난한 일정은 첫날 오후 도착, 둘째 날 오후 또는 저녁 이동입니다. 첫날은 베이 에어리어와 모토마치를 걷고, 해 질 무렵 하코다테산 야경을 보는 흐름이 좋습니다. 둘째 날 아침에는 하코다테 아침시장에서 해산물 덮밥이나 구운 오징어를 먹고, 고료카쿠를 들른 뒤 다음 도시로 이동하면 동선이 깔끔합니다.
만약 2박 3일이라면 유노카와 온천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역 주변에 묵으면 이동이 편하고, 유노카와에 묵으면 온천 여행 느낌이 살아납니다. 저는 첫 방문이라면 역 주변 1박을 더 추천합니다. 짐 맡기기 쉽고, 아침시장과 전차 이동이 편해서 초반 시행착오가 적습니다.
- 반나절 코스: 아침시장, 베이 에어리어, 하코다테산 야경
- 1박 2일 코스: 모토마치, 하코다테산, 아침시장, 고료카쿠
- 2박 3일 코스: 기본 코스에 유노카와 온천과 트라피스틴 수도원 추가
하코다테산 야경은 시간 선택이 반입니다
하코다테 하면 야경을 빼기 어렵습니다. 하코다테산 전망대는 해발 334m 정도의 높이에서 도시가 바다 사이로 길게 뻗은 모습을 내려다보는 곳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과 홋카이도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대표 야경 명소로 소개하는 곳이라, 실제로 가보면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바로 느껴집니다.
근데 야경은 “밤에 가면 되겠지” 하고 늦게만 움직이면 조금 아쉽습니다. 가장 예쁜 시간은 완전히 깜깜해진 뒤보다 해가 지고 도시 불빛이 하나씩 켜지는 블루아워입니다. 일몰 30분 전쯤 도착해 하늘색이 바뀌는 과정을 보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하코다테산 로프웨이는 산로쿠역에서 정상까지 약 3분 정도 걸립니다. 2026년 기준으로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밤 10시 전후까지 운행되는 기간이 있지만, 가을 정비 기간에는 운휴가 잡히기도 합니다. 하코다테 공식 관광 안내와 하코다테산 로프웨이 공지에서 운행 시간과 혼잡 정보를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특히 2026년에는 10월 20일부터 11월 8일까지 정비 운휴 안내가 나온 상태라, 이 시기 여행자는 버스나 택시 동선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걷기 좋은 구역은 베이 에어리어와 모토마치입니다
하코다테가 매력적인 이유는 풍경의 결이 자주 바뀐다는 점입니다.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붉은 벽돌 창고와 항구 분위기가 먼저 보이고, 조금만 올라가면 모토마치의 비탈길과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 이어집니다. 같은 도시 안인데도 바다 쪽과 언덕 쪽의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하치만자카 같은 언덕길을 일정에 넣으면 좋습니다. 길 끝으로 바다가 보이는 구도라 날씨가 맑을 때 특히 예쁩니다. 다만 겨울에는 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서 신발이 중요합니다. 하코다테는 눈이 쌓이는 계절의 분위기가 멋지지만, 언덕길을 오래 걷는 일정은 속도를 조금 낮춰야 편합니다.
먹거리는 아침에 힘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은 이름 그대로 아침 시간이 가장 살아 있습니다. 해산물 덮밥, 게, 성게, 오징어 같은 메뉴가 많고, 가게마다 가격대 차이도 꽤 있습니다. 대략 1인 식사 예산은 간단히 먹으면 1,500엔 안팎, 해산물을 넉넉히 올리면 3,000엔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관광지 시장이라 저렴함만 기대하기보다는 “아침부터 하코다테다운 한 끼를 먹는다”는 느낌으로 가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럭키삐에로도 하코다테에서 자주 언급되는 로컬 체인입니다. 햄버거 메뉴가 유명하고 지점마다 인테리어가 달라서 가볍게 들르기 좋습니다. 해산물만 계속 먹으면 살짝 물릴 수 있으니, 점심이나 간식 타이밍에 넣으면 균형이 맞습니다.
교통은 전차 중심으로 잡으면 덜 헷갈립니다
하코다테 시내 이동은 노면전차가 꽤 쓸 만합니다. JR 하코다테역 앞에서 고료카쿠공원앞, 주지가이, 유노카와 방면으로 이어져 주요 관광지를 연결해 줍니다. 걷기와 전차를 섞으면 택시 없이도 웬만한 일정은 소화됩니다.
다만 하코다테산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공식 관광 안내에 따르면 2026년에는 야간 혼잡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과 렌터카 통행 제한 시간이 운영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봄부터 9월 말까지는 저녁 시간대 통행 제한이 있고, 겨울에는 산길 폐쇄 기간도 있습니다. 렌터카 여행자라면 “차로 정상까지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로프웨이·등산버스·택시 중 하나를 미리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삿포로와 묶을 때는 이동 시간을 크게 봐야 합니다
하코다테와 삿포로를 함께 가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지도만 보면 가까워 보여도 실제 이동 시간은 짧지 않습니다. 열차로도 몇 시간이 걸리고, 비행기나 버스를 섞어도 공항 이동과 대기 시간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삿포로 3박 일정에 하코다테 당일치기를 넣는 방식은 꽤 빡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코다테를 넣는다면 최소 1박을 권하고 싶습니다. 야경은 밤에 봐야 하고, 아침시장은 아침에 가야 제맛이라 당일치기와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여행의 밀도를 생각하면 하코다테에서 하룻밤 자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계절별로 기대할 포인트가 다릅니다
봄에는 고료카쿠의 벚꽃이 유명합니다. 별 모양 성곽 주변으로 꽃이 피는 풍경이 하코다테 여행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입니다. 여름은 걷기 좋고 밤바다가 시원하지만, 인기 시간대의 하코다테산은 혼잡할 수 있습니다. 가을은 공기가 맑아 야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많지만, 로프웨이 정비 기간과 겹치지 않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겨울 하코다테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눈 덮인 언덕길과 항구 풍경이 잘 어울립니다. 대신 해가 빨리 지고 길이 미끄러워서 일정 간격을 넓게 잡아야 합니다. 하루에 다섯 군데씩 넣기보다 오전 한 구역, 오후 한 구역, 저녁 야경 정도로 나누면 여행이 훨씬 편안합니다.
하코다테는 대단한 테마파크처럼 몰아치는 도시는 아닙니다. 대신 아침에는 시장 냄새가 나고, 낮에는 전차 소리가 들리고, 저녁에는 바다 사이로 불빛이 켜지는 도시입니다. 처음 간다면 욕심내서 멀리 퍼지기보다 역 주변, 베이 에어리어, 모토마치, 하코다테산만 제대로 걸어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