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KIA 경기를 보다가 김도영 타석에서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 쪽을 비추는 장면을 꽤 유심히 봤다. 그냥 팬이 많은 스타라서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광주까지 내려와 그의 타석을 보고 있었다는 흐름 자체가, 이제 김도영이라는 이름이 KBO 안쪽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신호처럼 보였다.
2024년이 만든 기준선
김도영을 말할 때 2024년은 피해 갈 수 없다. 141경기, 타율 .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 1.067. 숫자만 놓고 보면 타자 한 명이 한 시즌에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임팩트를 한꺼번에 보여준 시즌이었다.
특히 143득점은 단순히 많이 홈을 밟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출루, 장타, 주루, 뒤 타선과의 연결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기록이다. KBO 기록 흐름에서 봐도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은 김도영의 2024년이 얼마나 넓은 방식으로 경기를 흔들었는지 보여준다.
30홈런-30도루도 강했다. 더 중요한 건 나이다. 만 20세 10개월 13일에 30-30을 찍었다는 건, 완성형 스타라기보다 아직 성장 곡선 위에 있는 선수가 이미 리그 최상단을 건드렸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MLB 관심도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 툴이 더 큰 무대에서 어디까지 통할까”라는 평가로 넘어간다.
MLB가 보는 건 홈런 숫자만이 아니다
팬 입장에서는 39홈런, 40홈런 같은 숫자에 먼저 눈이 간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스카우트 시선은 조금 다르다. 홈런 개수보다 타구 질, 빠른 공 대응, 스트라이크존 관리, 포지션 유지 가능성, 부상 이력까지 같이 본다.
2026년 8월 26일 롯데전은 그래서 상징적이었다.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스카우트들이 현장을 찾은 경기에서 김도영은 1회말 시속 155km 직구를 밀어 우월 3점 홈런으로 넘겼다. 시즌 39호. 2024년의 38홈런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새로 쓴 순간이었다.
이 장면이 재미있는 건 “잡아당긴 괴력”이 아니라 “밀어서 넘긴 빠른 공 대응”이었다는 점이다. KBO에서 장타를 많이 친 타자가 MLB 평가에서 늘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 리그 환경, 투수 구속, 변화구 완성도, 수비 위치 선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른 공을 늦지 않게 보고, 반대 방향으로 담장을 넘기는 타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2025년의 부상이 오히려 평가표에 남긴 것
사실 김도영의 흐름이 계속 직선으로만 간 건 아니었다. 2025년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반복됐다. 개막전 왼쪽 햄스트링, 복귀 뒤 오른쪽 햄스트링, 이후 다시 왼쪽 햄스트링 문제가 이어지며 시즌을 제대로 길게 끌고 가지 못했다.
그 시즌 기록은 30경기 타율 .309, 7홈런, OPS .943 수준으로 남았다. 표본은 작지만 타석에 섰을 때 생산성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문제는 몸이었다. MLB 구단들이 관심을 보일 때 가장 먼저 물어볼 대목도 아마 여기일 것이다. “풀시즌을 버틸 수 있나”, “도루와 수비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하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나” 같은 질문 말이다.
근데 이 지점이 꼭 감점만은 아니다. 2026년에 다시 장타 페이스를 끌어올렸다는 건 회복 이후의 반응을 보여준다. 스타는 한 번 폭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꺾인 뒤 다시 비슷하거나 더 높은 레벨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진짜 평가가 붙는다.
최연소 40홈런은 놓쳤지만 이야기는 커졌다
2026년 9월 6일 KT전은 묘했다. 김도영은 시즌 40호 홈런을 치면 이승엽의 최연소 40홈런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지만,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4타수 4안타 1볼넷 3득점. 다섯 번 모두 출루했다.
기록 팬 입장에서는 아쉬운 날이다. 39홈런에서 멈춘 채 날짜가 지나갔으니 최연소 40홈런 타이틀은 사라졌다. 그런데 경기 안으로 들어가면 김도영은 전혀 죽은 타자가 아니었다. 상대가 조심스럽게 승부했고, 그는 홈런 욕심만으로 타석을 망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선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2024년: 38홈런 40도루, MVP급 전방위 생산력
- 2025년: 반복된 햄스트링 부상, 짧은 표본 속 OPS .943
- 2026년: 39홈런으로 개인 최다 홈런 경신, MLB 스카우트 현장 관심 확대
김도영의 MLB 관심은 아직 소문보다 관찰에 가깝다
솔직히 지금 당장 “곧 간다”로 몰아가는 건 너무 빠르다. 포스팅 자격, 병역 변수, KIA의 구단 계획, 선수 본인의 선택이 남아 있다. 하지만 관심의 온도는 분명히 올라갔다. CAA스포츠 관계자가 KIA 캠프를 찾았던 일, 양키스와 텍사스가 여러 명의 스카우트를 광주에 보낸 흐름은 그냥 지나가는 체크가 아니다.
김도영의 매력은 단일 장점이 아니라 조합에 있다. 3루를 볼 수 있는 내야수, 30도루 이상을 해본 주자, 40홈런 문턱까지 간 장타자, 그리고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 MLB 구단 입장에서는 완제품보다 업사이드가 큰 자원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의 포인트는 명확하다. 첫째, 건강하게 풀시즌을 반복해야 한다. 둘째, 빠른 공과 고급 변화구 대응을 국제대회에서도 보여줘야 한다. 셋째, 3루 수비 안정감을 숫자와 장면으로 같이 증명해야 한다. 공격형 3루수로 평가받으면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진다.
나는 김도영을 볼 때마다 홈런 수보다 타석의 분위기를 더 보게 된다. 상대 배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지, 실투 하나를 놓치지 않는지, 안타가 필요한 날에는 안타로 경기를 움직이는지. MLB 관심이라는 말이 과열된 기대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지금 김도영이 쌓는 숫자와 장면은 그 관심을 꽤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