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얼마 전 단골 손님이 콜드브루를 한 병 사가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거 밤에 마셔도 괜찮아요? 콜드브루는 부드러우니까 카페인도 낮은 거 아닌가요?” 사실 이 오해가 꽤 많습니다. 맛이 둥글고 산미가 덜 튀면 몸에도 순할 것 같지만, 카페인은 맛의 부드러움과 꼭 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콜드브루 카페인은 추출 시간, 원두 양, 물 비율, 희석 농도에 따라 꽤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원두라도 뜨거운 핸드드립 한 잔보다 카페인이 낮을 수도 있고, 진하게 만든 원액을 얼음만 넣고 마시면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콜드브루는 카페인이 높다”거나 “낮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제가 매장에서 잡는 기준은 원액 1:물 1 또는 원액 1:우유 1 정도입니다. 이때 200ml 한 잔 기준으로 카페인은 대략 100~180mg 사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액을 진하게 뽑고 희석을 적게 하면 200mg을 넘기도 합니다. 반대로 원두 투입량을 줄이고 12시간 안쪽으로 끊으면 80mg대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콜드브루 카페인이 높아지는 조건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이나 상온의 물로 긴 시간 우려냅니다. 온도가 낮으면 추출 속도는 느립니다. 대신 시간이 깁니다. 12시간, 16시간, 20시간까지 가죠. 이 긴 시간이 카페인을 천천히 끌어냅니다. 카페인은 물에 잘 녹는 성분이라 산미나 향미 성분보다 비교적 꾸준히 나옵니다.
특히 카페인이 높아지는 조합은 이렇습니다.
- 원두와 물 비율이 1:4~1:6처럼 진한 원액 방식일 때
- 추출 시간이 16시간을 넘을 때
- 분쇄도가 너무 고울 때
- 로부스타 블렌드나 카페인 높은 품종을 쓸 때
- 원액을 거의 희석하지 않고 마실 때
예를 들어 원두 100g에 물 600g을 붓고 18시간 우린 뒤, 원액 120ml에 얼음만 넣어 마시면 꽤 진한 잔이 됩니다. 입에서는 초콜릿처럼 부드럽게 느껴져도 카페인은 제법 묵직합니다. 반면 원두 60g에 물 900g, 10~12시간 추출이면 맛은 연하지만 오후에 마시기 편한 쪽으로 갑니다.
분쇄도도 중요합니다. 콜드브루용은 보통 핸드드립보다 조금 굵게 갑니다. 너무 곱게 갈면 쓴맛, 텁텁함, 미세한 가루감이 늘고 카페인도 더 많이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집에서는 설탕 입자보다 굵고 굵은 소금보다는 약간 작은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편합니다.
맛은 부드러운데 왜 잠이 안 올까
뜨거운 커피는 향이 강하고 산미가 먼저 올라옵니다. 그래서 몸이 “이건 진한 커피다”라고 빨리 느끼죠. 그런데 콜드브루는 산미가 둥글고 쓴맛도 비교적 낮게 느껴집니다. 낮은 온도에서 추출하면 날카로운 산미와 일부 쓴맛 성분이 덜 도드라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부드러움 때문에 많이 마신다는 겁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300ml 한 잔 마시면 꽤 마셨다고 느끼는데, 콜드브루 라떼는 우유와 섞이면서 음료처럼 넘어갑니다. 250ml 한 잔을 금방 마시고, 오후에 한 잔 더 마시기도 쉽습니다. 카페인은 한 잔의 농도보다 하루 총량이 몸에 더 크게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 기준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400mg 이하가 자주 언급됩니다. 임신 중이거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그보다 낮게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커피 말고도 초콜릿, 녹차, 에너지 음료, 일부 탄산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콜드브루만 계산하면 실제보다 적게 본 셈이 됩니다.
저는 카페인에 예민한 손님에게 오후 2시 이후에는 진한 콜드브루 원액보다 연한 드립이나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권합니다. 특히 “커피 마셔도 잠 잘 자요”라고 하던 분들도 어느 시기에는 달라집니다. 피로가 쌓였거나 수면 리듬이 무너졌을 때는 같은 150mg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집에서 카페인을 조절하는 방법
집에서 콜드브루 카페인을 낮추고 싶다면 원두 양, 시간, 희석 비율 세 가지만 만지면 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원액을 진하게 만들지 않는 겁니다. 원두 80g에 물 800g, 즉 1:10 비율로 12시간 추출하면 부담이 덜한 콜드브루가 됩니다. 냉장 추출이면 14시간까지 가도 괜찮지만, 상온에서는 10~12시간부터 맛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카페인을 조금 더 낮게 잡고 싶다면 이렇게 해볼 수 있습니다.
- 원두와 물 비율을 1:10~1:12로 둔다
- 추출 시간은 냉장 12~14시간, 상온 8~10시간에서 시작한다
- 분쇄도는 핸드드립보다 굵게 간다
- 한 잔은 원액 80~100ml에 물이나 우유 120~180ml로 희석한다
- 오후용은 디카페인 원두를 섞어 쓴다
반대로 진하고 묵직한 콜드브루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우유에 섞어 라떼로 마실 거라면 원두 100g에 물 600~700g 정도가 좋습니다. 16시간 전후로 추출하면 초콜릿, 견과, 흑설탕 같은 톤이 잘 올라옵니다. 다만 이건 원액입니다. 물처럼 마실 농도는 아닙니다.
제가 추천하는 기본 레시피는 원두 70g, 물 700g, 냉장 14시간입니다. 추출 후 종이 필터로 한 번 걸러주면 탁함이 줄고 뒷맛이 깨끗해집니다. 마실 때는 원액 100ml에 차가운 물 100ml를 섞습니다. 우유를 넣을 때는 원액 100ml, 우유 130ml 정도가 균형이 좋습니다. 단맛을 넣는다면 시럽보다 우유 양을 먼저 조절하는 게 맛이 덜 무너집니다.
원두 선택도 카페인에 영향을 줍니다
카페인을 이야기할 때 로스팅 정도도 자주 나옵니다. “다크로스트가 카페인이 더 세다”는 말이 있는데, 무게 기준으로 보면 큰 차이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다만 다크로스트는 볶으면서 수분이 빠져 같은 부피로 계량하면 원두가 더 많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스푼으로 대충 뜨면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가능하면 저울을 쓰는 게 좋습니다. 원두 20g과 25g은 별 차이 없어 보여도 카페인과 농도에서는 꽤 차이가 납니다. 콜드브루는 한 번에 여러 잔 분량을 만들기 때문에 작은 오차가 누적됩니다. 물 1L에 원두가 70g 들어갔는지 100g 들어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료가 됩니다.
품종도 봐야 합니다. 아라비카보다 로부스타가 들어간 블렌드는 카페인이 높은 편입니다. 베트남식 커피나 강한 바디감을 노린 블렌드에 로부스타가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우유와 얼음, 연유와 만나면 로부스타 특유의 힘이 매력적으로 살아납니다. 다만 밤에 마실 콜드브루로는 조심스럽습니다.
디카페인 원두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예전 디카페인은 종이 맛, 밋밋한 단맛이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디카페인도 꽤 깨끗합니다. 카페인을 줄이고 싶은데 커피 향은 포기하기 싫다면 일반 원두와 디카페인을 5:5로 섞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맛의 밀도는 남기고 카페인 부담은 낮출 수 있습니다.
내 몸에 맞는 농도를 찾는 감각
콜드브루 카페인은 숫자로만 보면 헷갈립니다. 같은 150mg이라도 오전 9시에 마신 것과 오후 5시에 마신 것은 전혀 다르게 남습니다. 빈속에 마셨는지, 우유와 같이 마셨는지, 평소 잠이 얕은지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에게 처음부터 강한 원액을 권하지 않습니다. 맛은 천천히 올려도 됩니다.
처음 만드는 분이라면 1:10 비율, 냉장 14시간, 원액과 물 1:1 희석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맛이 너무 연하면 다음 번에 원두를 10g 늘리면 됩니다. 쓴맛이 길게 남고 밤에 잠이 밀리면 시간을 줄이거나 희석을 늘리면 됩니다. 레시피를 한 번에 크게 바꾸지 말고 한 가지씩 움직여야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커피는 결국 기분 좋게 마시려고 내리는 음료입니다. 콜드브루의 매력은 차갑고 조용한 단맛, 그리고 날카롭지 않은 질감에 있습니다. 그 매력을 살리면서도 몸에 부담이 덜하려면 진함을 자랑하기보다 내 생활 리듬에 맞는 농도를 찾는 쪽이 더 오래 갑니다. 저는 잘 만든 콜드브루가 센 커피보다 편한 커피에 가까울 때 더 좋다고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