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예쁜 사진만 보면 작업이 꼬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거실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며 페인트, 조명, 선반 사진을 한꺼번에 보내왔습니다. 사진은 다 예뻤는데, 문제는 순서였습니다. 선반부터 달고 나서 벽을 칠하면 선반 주변에 붓 자국이 남고, 조명을 먼저 바꾸면 천장 보수할 때 다시 분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손재주보다 순서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몇 년은 마음이 급해서 눈에 보이는 것부터 건드렸습니다.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했다가 들뜬 부분이 올라오고, 몰딩을 붙인 뒤 바닥 보양을 하느라 시간을 두 배로 쓴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하루 만에 방 하나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보기, 보양, 건조, 재작업 시간이 들어갑니다.
방 하나를 기준으로 분위기만 바꾸는 작업이라도 넉넉히 2~3일은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하루는 준비와 보양, 하루는 칠이나 설치, 남은 반나절은 건조와 손보기로 보는 편이 덜 지칩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이 순서로 잡는 게 편합니다
초보자라면 큰 공사처럼 생각하지 말고, 더러워지는 작업부터 깨끗한 작업으로 넘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먼지가 많이 나는 작업을 나중에 하면 새로 칠한 벽이나 바닥에 흠집이 생깁니다.
- 1단계: 버릴 물건과 가구 위치 정하기
- 2단계: 벽, 천장, 바닥 상태 확인하기
- 3단계: 구멍 메우기, 실리콘 제거, 면 다듬기
- 4단계: 페인트나 도배처럼 면을 바꾸는 작업
- 5단계: 조명, 커튼봉, 선반, 손잡이 같은 부속 설치
- 6단계: 청소 후 소품 배치
여기서 많은 분들이 2단계를 건너뜁니다. 그런데 벽에 곰팡이가 있거나 벽지가 들떠 있으면 그 위에 뭘 해도 오래 못 갑니다. 페인트 4리터 한 통이 대략 방 하나 벽면 한두 번 칠할 정도인데, 바탕면이 울퉁불퉁하면 양도 더 먹고 붓 자국도 잘 보입니다.
특히 전셋집이라면 못을 박기 전에 계약서와 집주인 동의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접착식 선반도 벽지까지 같이 뜯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원상복구 비용이 더 나올 수 있으니, 무거운 선반은 무타공 제품이라고 해도 하중 표시를 꼭 봐야 합니다.
재료비는 작게 보이고 도구값은 나중에 튀어나옵니다
셀프 인테리어 예산을 잡을 때 페인트, 벽지, 조명 가격만 계산하면 거의 틀립니다. 실제로 돈이 새는 부분은 보양테이프, 커버링, 롤러, 사포, 장갑, 실리콘 헤라 같은 자잘한 도구입니다. 하나하나는 2천 원, 5천 원인데 장바구니에 담으면 금방 5만 원을 넘습니다.
방 하나 페인트 작업을 예로 들면 벽면용 페인트, 프라이머, 롤러 세트, 붓, 트레이, 마스킹테이프, 커버링 비닐, 사포, 퍼티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미 도구가 없다면 재료비만 8만~15만 원 정도는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색을 진하게 바꾸거나 벽 상태가 나쁘면 페인트가 한 통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구는 다 살 필요 없습니다. 전동드릴, 레이저 레벨기, 사다리는 자주 쓸 게 아니라면 빌리는 쪽이 낫습니다. 반대로 줄자, 커터칼, 수평자, 작은 드라이버 세트, 보양테이프는 집에 하나쯤 두면 계속 씁니다. 11년 해보니 비싼 장비보다 정확한 줄자질과 충분한 보양이 결과를 더 많이 바꿉니다.
초보자가 많이 막히는 지점
첫 번째는 색 고르기입니다. 작은 컬러칩에서 예뻐 보인 색이 벽 전체에 칠하면 두 톤쯤 진하게 느껴지는 일이 흔합니다. 가능하면 A4 크기 이상으로 샘플을 칠해보고, 낮과 밤 조명 아래에서 봐야 합니다. 흰색도 다 같은 흰색이 아닙니다. 노란빛이 도는 흰색, 회색기가 있는 흰색, 푸른빛이 도는 흰색이 집 조명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두 번째는 건조 시간입니다. 겉으로 말라 보여도 속이 덜 마른 상태에서 두 번째 칠을 하면 롤러가 이전 칠을 다시 끌고 올라옵니다. 수성 페인트는 보통 2~4시간 뒤 재도장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지만, 습한 날이나 환기가 안 되는 방은 더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급하게 끝내려다 표면이 얼룩지면 결국 하루를 더 씁니다.
세 번째는 수평입니다. 선반이나 액자를 눈대중으로 달면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멀리서 볼 때 기울어 보입니다. 특히 문틀, 창틀, 몰딩이 가까이 있으면 3mm 차이도 눈에 들어옵니다. 스마트폰 수평 앱도 쓸 수는 있지만, 선반처럼 무게가 걸리는 작업은 작은 수평자를 쓰는 게 더 믿을 만합니다.
전기와 수도는 욕심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조명 커버 교체나 전구 교체 정도는 대부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차단기를 내리고, 스위치를 꺼도 전기가 완전히 끊겼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천장 조명 본체를 교체하거나 배선을 만지는 작업은 상황에 따라 자격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오래된 집은 선 색이 표준과 다르게 연결된 경우도 있어 사진만 보고 따라 하기가 위험합니다.
수도도 비슷합니다. 샤워기 헤드, 수전 필터, 배수구 트랩 청소 정도는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벽 안 배관, 싱크대 하부 누수, 양변기 급수관 교체처럼 물이 계속 새면 피해가 커지는 작업은 전문가를 부르는 게 맞습니다. 5만 원 아끼려다 아래층 누수 보상으로 몇십만 원이 나가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직접 하는 재미가 있지만, 모든 작업을 직접 해야 이기는 게임은 아닙니다. 내가 할 작업과 맡길 작업을 나누는 것도 실력입니다. 페인트칠은 직접 하고, 전기 배선은 기사님을 부르는 식으로 섞으면 비용도 줄이고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작은 공간 하나부터 시작하면 감이 빨리 옵니다
처음부터 거실 전체를 바꾸려고 하면 결정할 게 너무 많습니다. 저는 초보자에게 현관, 세탁실, 작은 방 한쪽 벽처럼 범위가 분명한 곳을 먼저 권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손보기 쉽고, 필요한 도구와 시간 감각을 몸으로 익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 한쪽 벽을 칠하고 센서등 커버를 바꾸는 정도라면 주말 하루 반이면 가능합니다. 준비물은 페인트 소량, 롤러, 붓, 보양재, 드라이버 정도입니다. 비용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5만~10만 원 안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신발장과 바닥 보양을 대충 하면 청소가 더 오래 걸립니다.
인테리어는 사진 한 장처럼 딱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살면서 계속 맞춰가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보다 이번에는 벽 하나를 제대로 칠해보겠다는 정도가 오래 갑니다. 손으로 고친 공간은 작은 흠도 눈에 들어오지만, 그만큼 다음 작업을 더 잘하게 만드는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