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론 대환대출은 금리만 낮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카드론 대환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습니다. 기존 카드론 금리가 연 17.5%인데, 새 대출은 연 12.9%라고 하더군요. 숫자만 보면 당연히 갈아타는 게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원금, 남은 기간, 중도상환수수료, 인지세, 월 납입액을 같이 놓고 계산하니 생각보다 차이가 작았습니다.
카드 상품을 만들 때도 비슷합니다. 혜택률 10%보다 중요한 건 월 한도와 제외 업종입니다. 대출도 똑같습니다. 표시 금리보다 실제 남는 돈이 중요합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 카드론을 더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 은행권 대환 상품, 정책성 대출 등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조건을 대충 보고 움직이면 월 납입액만 줄고 총이자는 늘어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1. 금리 차이는 최소 3%포인트 이상부터 따져볼 만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론 잔액이 1,000만원이고 남은 기간이 36개월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기존 금리 연 17.5%, 새 금리 연 12.5%라면 단순 금리 차이는 5%포인트입니다. 원리금균등 기준으로 대략 월 납입액은 35만9천원 수준에서 33만5천원 안팎으로 내려갑니다. 월 2만4천원 정도 차이입니다.
36개월 전체로 보면 약 86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금리 15.5%, 새 금리 13.9%처럼 차이가 1.6%포인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1,000만원 기준으로 월 차이는 8천원 안팎에 그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도상환수수료나 신규 대출 부대비용이 붙으면 체감 이득은 더 줄어듭니다.
제가 보는 1차 기준은 간단합니다. 잔액 500만원 미만이면 금리 차이가 4%포인트 이상, 잔액 1,000만원 이상이면 3%포인트 이상일 때부터 제대로 계산할 만합니다. 물론 신용점수 회복이나 여러 건 통합 목적이 있으면 기준은 달라집니다. 그래도 금리 차이 1%포인트만 보고 움직이는 건 실익이 작을 때가 많습니다.
2. 월 납입액 감소와 총이자 감소는 다른 말입니다
대환대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보는 착시가 월 납입액입니다. 기존 카드론 월 48만원을 내다가 새 상품에서 월 29만원이 된다고 하면 좋아 보입니다. 근데 기존 대출은 24개월 남았고 새 대출은 60개월이면 총이자는 오히려 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900만원을 연 16%로 24개월 갚으면 총이자는 대략 157만원 수준입니다. 같은 900만원을 연 12%로 60개월 갚으면 월 납입액은 확 낮아지지만 총이자는 약 300만원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금리는 낮아졌는데 기간을 늘린 탓입니다.
그래서 카드론 대환대출을 볼 때는 월 납입액보다 총상환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현금흐름이 너무 빡빡해서 연체를 막는 게 목적이면 기간 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이자를 더 내는 대신 연체 리스크를 줄이는 거래입니다. 이걸 금리 절약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3. 중도상환수수료와 부대비용을 먼저 빼고 계산합니다
카드론은 상품과 회사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거나 낮은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렇다고 보면 안 됩니다. 신용대출로 갈아탈 때는 새 대출 쪽의 조건도 같이 봐야 합니다. 대출금액이 커지면 인지세가 생길 수 있고, 일부 상품은 플랫폼이나 보증 구조에 따라 비용이 붙을 수 있습니다.
계산식은 단순합니다. 예상 절감이자에서 갈아타는 비용을 빼면 됩니다.
- 예상 절감이자: 기존 대출 총이자 - 새 대출 총이자
- 갈아타는 비용: 중도상환수수료 + 인지세 + 기타 비용
- 실제 이득: 예상 절감이자 - 갈아타는 비용
예상 절감이자가 60만원인데 비용이 18만원이면 실제 이득은 42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상 절감이자 20만원, 비용 15만원이면 실제 이득은 5만원입니다. 신용조회, 서류, 실행 과정까지 감안하면 굳이 갈아탈 이유가 약합니다.
4. 카드론 여러 건이면 통합 효과가 따로 있습니다
카드론을 한 건만 쓰는 사람보다 여러 카드사에서 나눠 쓴 사람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카드론 300만원, 현금서비스 120만원, 리볼빙 잔액 180만원처럼 흩어져 있으면 금리도 문제지만 관리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결제일이 다르고, 이자 산정 방식도 다르고, 실수로 연체가 나기 쉽습니다.
이 경우 대환대출의 가치는 금리 절감만이 아닙니다. 납입일을 하나로 모으고, 고금리 현금서비스나 리볼빙부터 끊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리볼빙은 카드 결제 구조 안에 숨어 있어서 체감이 늦습니다. 매달 결제금액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잔액이 남고, 그 잔액에 높은 수수료율이 붙습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서도 카드대출과 리볼빙 금리는 신용점수 구간별 차이가 크게 납니다.
다만 통합한다고 소비 습관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대환 후 카드 한도가 그대로 살아 있고, 생활비를 다시 카드론으로 메우면 부채는 더 커집니다. 저는 대환을 실행할 때 기존 카드론 한도 하향이나 현금서비스 차단을 같이 걸어두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5. 이런 사람에게는 카드론 대환대출이 맞고, 이런 사람에게는 애매합니다
맞는 경우
- 카드론 금리가 연 16% 이상이고 은행권 또는 정책성 상품으로 10~13%대 가능성이 있는 사람
-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이 섞여 있어 납입 관리가 어려운 사람
- 최근 3개월 연체가 없고 소득 증빙이 가능한 사람
- 대환 후 카드론을 다시 쓰지 않겠다는 통제가 가능한 사람
애매한 경우
- 남은 원금이 작고 만기가 6개월 이하인 사람
- 금리 차이가 1~2%포인트에 그치는 사람
- 월 납입액만 줄이려고 상환기간을 2배 이상 늘리는 사람
- 대환 직후 카드 사용액을 줄일 계획이 없는 사람
카드론 대환대출은 빚을 없애는 상품이 아닙니다. 비싼 빚을 덜 비싼 빚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월 납입액이 줄었다고 소비 여력이 생긴 게 아니라, 상환 구조를 다시 짠 겁니다.
제가 실제로 계산한다면 세 숫자만 먼저 봅니다. 현재 남은 총상환액, 새 대출의 총상환액, 갈아타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이 세 개를 빼고도 30만원 이상 남으면 실행 쪽으로 봅니다. 10만원 안팎이면 굳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카드 혜택도 그렇고 대출도 그렇습니다. 광고 문구보다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최종 금액이 더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