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이북식찜닭을 같이 만들었는데, 같은 닭을 쓰고도 어떤 분 것은 국물이 맑고 깊었고 어떤 분 것은 닭볶음탕처럼 탁해졌습니다. 양념 차이보다 큰 이유는 끓이는 순서와 불 세기였어요. 이북식찜닭은 빨갛게 조리는 찜닭이 아니라, 닭의 맛을 맑게 뽑아내고 채소와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담백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센 불로 오래 몰아치면 살은 퍽퍽해지고 국물은 흐려집니다.
제가 주방에서 배웠던 방식도 비슷했습니다. 닭을 깨끗이 데치고, 향채를 넣어 은근하게 익힌 뒤, 마지막에 간을 맞춥니다. 간장 양념을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는 것이 포인트예요. 닭고기 자체의 단맛과 육수가 먼저 나오고 나서 간이 들어가야 맛이 둥글게 붙습니다.
재료는 단순하게, 닭 손질은 꼼꼼하게
4인분 기준으로 닭볶음탕용 닭 1마리, 약 1kg을 준비합니다. 물은 데칠 때 넉넉히, 본 조리에는 1.2L 정도면 좋습니다. 닭이 아주 크면 1.4L까지 늘리고, 반 마리로 만들면 700ml 정도로 줄이면 됩니다. 이북식찜닭은 국물도 같이 먹는 음식이라 물을 너무 적게 잡으면 닭찜이 아니라 조림처럼 됩니다.
- 닭볶음탕용 닭 1kg
- 대파 1대, 양파 1/2개, 마늘 6쪽
- 생강 1쪽 또는 생강가루 1/3작은술
- 감자 2개 또는 무 250g
- 당근 1/2개, 표고버섯 3개
- 국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 전후
-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1작은술
닭은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뼈 사이 핏덩이와 내장 찌꺼기를 손으로 훑어 씻습니다. 이 과정을 대충 하면 국물이 누린내 나기 쉽습니다. 특히 등뼈 쪽에 붙은 검붉은 덩어리는 꼭 떼어내야 합니다. 저는 요리교실에서 이 부분을 제일 오래 보여줍니다. 양념을 잘하는 것보다 냄새 날 부분을 먼저 없애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한 번 데친 뒤 약불로 익혀야 국물이 맑습니다
냄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센 불에 올립니다. 물이 팔팔 끓으면 닭을 넣고 3분만 데칩니다. 오래 데칠 필요는 없습니다. 겉의 불순물과 기름막을 걷어내는 정도면 충분해요. 데친 닭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고, 냄비도 한 번 헹궈 다시 씁니다.
이제 본 조리입니다. 냄비에 데친 닭, 물 1.2L, 대파 흰 부분,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센 불에 올립니다. 끓기 시작하면 바로 중약불로 낮춥니다. 뚜껑은 살짝 비스듬히 덮고 25분 끓입니다. 여기서 센 불로 계속 끓이면 국물은 빨리 줄지만 닭 속까지 부드럽게 익지 않습니다. 겉은 익었는데 뼈 가까운 살이 질긴 느낌이 나는 이유가 대부분 이겁니다.
25분 뒤 감자나 무, 당근, 표고버섯을 넣습니다. 감자는 큼직하게 4등분하고, 무는 1.5cm 두께로 썰면 좋습니다. 채소를 처음부터 넣으면 너무 물러져서 국물에 풀어집니다. 닭 육수가 어느 정도 나온 다음 넣어야 채소 맛도 살고 모양도 남습니다. 채소를 넣은 뒤에는 15분 더 끓입니다. 젓가락이 감자에 부드럽게 들어가면 거의 다 된 겁니다.
간은 마지막 10분에 맞추는 게 안전합니다
이북식찜닭은 간을 세게 잡지 않는 편이 맛있습니다. 국간장 1큰술을 먼저 넣고, 소금은 1/2작은술부터 넣어 보세요. 5분 정도 끓인 뒤 국물을 떠서 맛을 보면 닭에서 나온 맛과 간이 섞여 판단하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소금 1작은술을 다 넣으면 닭 크기나 물 증발량에 따라 짤 수 있습니다.
간장만으로 간을 맞추면 색이 진해지고 맛이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국간장은 향만 주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채우는 편이 좋습니다. 집에 국간장이 없으면 진간장 2작은술에 소금으로 맞추면 됩니다. 다만 진간장은 단맛과 색이 있으니 많이 넣지 않는 게 낫습니다.
마지막에 대파 초록 부분을 어슷하게 썰어 넣고 2분만 더 끓입니다. 불을 끄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을 넣습니다. 참기름은 끓이는 중간에 넣으면 향이 날아갑니다. 마지막에 넣어야 닭 냄새를 부드럽게 덮고 고소한 향이 남습니다.
곁들이는 양념장과 대체 재료
담백한 찜닭이라 그냥 먹어도 좋지만, 이북식 느낌을 내고 싶으면 초간장을 따로 내면 훨씬 맛있습니다. 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닭육수 1큰술, 다진 파 1큰술, 고춧가루 1/2작은술, 겨자 약간을 섞습니다. 겨자가 없으면 생략해도 됩니다. 아이가 먹을 때는 고춧가루와 겨자를 빼고 간장, 식초, 육수만 섞어도 충분합니다.
표고버섯이 없으면 새송이버섯 1개를 길게 찢어 넣으세요. 감자가 없으면 무를 조금 더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집니다. 양파가 없을 때는 대파를 1대 반으로 늘리면 단맛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습니다. 마늘은 꼭 들어가는 편이 좋지만, 통마늘이 없으면 다진 마늘 1큰술을 마지막 15분에 넣습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국물이 조금 탁해질 수 있어요.
닭다리살만으로 만들 때는 물을 900ml로 줄이고 총 조리 시간을 30분 안팎으로 잡습니다. 토막 닭보다 빨리 익기 때문에 오래 끓이면 살이 풀어집니다. 반대로 토종닭을 쓰면 물을 1.5L까지 잡고 50분 이상 은근히 끓여야 합니다. 토종닭은 맛은 좋은데 불을 급하게 쓰면 질겨서 씹기 힘듭니다.
실패했을 때 바로 수습하는 방법
국물이 탁해졌다면 이미 세게 끓었거나 닭 손질이 덜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국물을 억지로 맑게 만들려고 오래 끓이지 말고, 체에 한 번 걸러 냄비에 다시 담습니다. 떠오른 기름은 숟가락으로 걷고, 대파와 후추를 마지막에 조금 더 넣으면 냄새가 줄어듭니다.
간이 짜졌다면 물만 붓지 말고 무나 감자를 추가해 10분 더 끓입니다. 물만 넣으면 맛이 얇아집니다. 무 150g이나 감자 1개를 넣으면 짠맛을 받쳐 주면서 국물 맛도 다시 살아납니다. 너무 싱거우면 소금을 바로 많이 넣지 말고 국물을 5분 정도 더 줄인 뒤 1/4작은술씩 나눠 넣습니다.
닭이 퍽퍽하다면 다음번에는 끓기 시작한 뒤 불을 더 낮춰야 합니다. 이미 퍽퍽해진 닭은 국물에 1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먹으면 조금 낫습니다. 뜨거울 때 바로 건져 놓으면 수분이 더 빠져나갑니다. 주방에서도 삶은 닭을 바로 말려 버리면 손님상에 내기 어려웠습니다. 닭고기는 익힌 뒤에도 국물 안에서 쉬게 두는 시간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이북식찜닭은 화려한 양념으로 밀어붙이는 음식이 아닙니다. 닭을 한 번 씻어내고, 물을 넉넉히 잡고, 끓으면 불을 낮추는 것만 지켜도 맛이 꽤 안정됩니다. 저는 이런 음식이 집밥에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재료가 조금 빠져도 큰일 나지 않고, 국물까지 밥에 곁들이면 한 냄비로 식탁이 차분하게 채워지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