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사무실에 오신 분이 자녀에게 5천만 원을 보냈는데 신고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통장에는 그냥 생활비라고 적어 두셨고, 부모 자식 사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도 있으셨습니다. 그런데 증여세 기준은 마음보다 숫자를 먼저 봅니다. 2026년 기준으로는 누가 누구에게 줬는지, 최근 10년 동안 얼마를 줬는지, 증빙이 남아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세율을 몰라서 틀리는 경우보다 “5천만 원까지는 무조건 괜찮다”라고 알고 있다가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같은 5천만 원이라도 성년 자녀인지, 미성년 자녀인지, 사위나 며느리인지에 따라 공제 금액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10년 합산 기준을 빼먹으면 계산이 바로 틀어집니다.
1. 증여세는 받은 사람이 내는 세금입니다
증여세는 돈을 준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신고하고 납부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 1억 원을 줬다면 납세의무자는 자녀입니다. 부동산을 넘겨줘도 마찬가지로 받은 사람이 기준입니다.
신고기한도 중요합니다.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6년 4월 10일에 증여했다면 2026년 7월 31일까지입니다. 4월 10일부터 딱 3개월이 아니라, 4월 말일부터 3개월이라는 점을 많이 헷갈립니다.
기한 내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가 적용됩니다. 반대로 신고를 놓치면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붙을 수 있습니다. 세금 자체보다 가산세 때문에 기분 나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2. 2026년 증여재산공제 기준은 관계별로 다릅니다
가족 간 증여에서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증여재산공제입니다. 국세청 안내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준으로 2026년 현재 일반적인 공제 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배우자에게 받은 경우: 6억 원
- 직계존속에게 받은 경우: 5천만 원
-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은 경우: 2천만 원
- 직계비속에게 받은 경우: 5천만 원
- 기타 친족에게 받은 경우: 1천만 원
- 그 외 사람에게 받은 경우: 0원
여기서 직계존속은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를 말합니다. 계부·계모도 일정 요건에서는 직계존속 공제 쪽으로 봅니다. 기타 친족은 형제자매, 삼촌, 고모, 이모, 조카처럼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이 대표적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공제가 매년 새로 생기는 금액이 아니라는 겁니다. 10년 동안 합산해서 적용합니다. 성년 자녀가 2022년에 아버지에게 3천만 원을 받고, 2026년에 어머니에게 3천만 원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5천만 원 이하니까 괜찮다”가 아닙니다. 직계존속에게 받은 금액을 10년 안에서 합산해 6천만 원으로 보게 되고, 공제 5천만 원을 넘는 1천만 원 부분이 과세표준 계산에 들어갑니다.
3. 세율은 10%부터 50%까지 누진으로 적용됩니다
공제를 뺀 뒤 남는 금액이 과세표준입니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부터 50%까지 올라갑니다.
- 1억 원 이하: 10%
-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20%, 누진공제 1천만 원
-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30%, 누진공제 6천만 원
-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40%, 누진공제 1억 6천만 원
- 30억 원 초과: 50%, 누진공제 4억 6천만 원
예를 들어 성년 자녀에게 현금 1억 원을 증여하면 공제 5천만 원을 뺀 과세표준은 5천만 원입니다. 세율 1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500만 원이고, 기한 내 신고 시 3% 신고세액공제를 반영해 실제 납부세액은 대략 485만 원이 됩니다.
자녀에게 3억 원을 증여하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3억 원에서 공제 5천만 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2억 5천만 원입니다. 이 구간은 20% 세율에 누진공제 1천만 원을 빼므로 산출세액은 4천만 원입니다. 기한 내 신고를 하면 신고세액공제 120만 원을 차감해 약 3,880만 원을 냅니다.
4. 현금 증여는 통장 흐름이 가장 강한 증빙입니다
현금 증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세무서에서 보는 것은 결국 통장 흐름입니다. 누가 보냈는지, 언제 보냈는지, 어떤 명목인지, 받은 사람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주택을 취득했는데 소득은 부족하고 부모 계좌에서 큰돈이 나갔다면 자금출처 검토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때 “빌려준 돈입니다”라고 말하려면 차용증, 이자 지급 내역, 원금 상환 내역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차용증만 있고 이자가 한 번도 오가지 않았다면 실무에서는 증여로 의심받기 쉽습니다.
생활비와 교육비는 사회통념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증여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받은 돈을 예금하거나 주식 투자,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보냈다고 해도 실제 사용처가 재산 형성이면 증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부동산 증여는 증여세만 보면 안 됩니다
아파트나 토지를 증여할 때는 증여세 기준만 보면 부족합니다. 받은 사람은 증여세 외에 취득세도 부담합니다. 증여자가 보유하던 부동산에 대출이 붙어 있고 그 채무를 수증자가 함께 인수하면 부담부증여가 되어 양도소득세 문제도 같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가 8억 원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전세보증금 3억 원을 자녀가 승계한다면, 단순히 8억 원 전체를 증여로만 보지 않습니다. 채무 승계 부분은 양도처럼 취급될 수 있어 부모 쪽 양도소득세 검토가 필요합니다. 자녀 쪽은 순수 증여 부분에 대한 증여세와 취득세를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부동산은 평가액도 중요합니다. 원칙적으로 시가를 우선 봅니다. 비슷한 물건의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경매·공매가액 등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준시가로만 낮게 잡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고 전에 꼭 확인할 부분
제가 실무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증자 기준으로 최근 10년 안에 같은 관계에서 받은 돈이 있는지 봅니다. 둘째, 현금이면 계좌 이체 내역과 사용처를 맞춥니다. 셋째, 부동산이면 증여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가능성을 같이 봅니다.
가족 간 거래는 금액이 커질수록 “우리끼리 한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 주택 취득, 사업자금 지원, 혼인 전후 큰돈 이동은 나중에 자금출처 소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여세 기준은 복잡한 절세 공식보다 날짜, 관계, 10년 합산, 증빙 네 가지를 놓치지 않는 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세금은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설명할 수 있게 남겨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