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고를 때 보호소 봉사자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사료 고를 때 보호소 봉사자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얼마 전 보호소에서 새로 들어온 아이 밥그릇을 씻다가, 봉지째 기부된 사료 성분표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아이는 말랐고 변은 묽었고, 사람 손은 좋아하는데 밥을 먹고 나면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그럴 때 저는 브랜드 이름보다 먼저 숫자를 봅니다. 사료는 ‘좋다더라’보다 ‘이 아이 몸에 맞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1. 조단백은 나이와 몸 상태에 맞춰 봅니다

성견용 건사료에서 조단백 18% 이상이면 기본 기준은 넘는 편입니다. 성장기 강아지나 임신·수유 중인 개는 보통 22% 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양이는 육식성이 강해서 성묘 사료도 조단백 26% 이상, 성장기에는 30% 이상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단백질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신장 질환이 의심되거나 이미 진단받은 아이는 단백질 함량을 보호자가 마음대로 올리면 안 됩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늘었거나, 살이 빠지고 구토가 반복되면 사료부터 바꾸기보다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먼저 받는 게 맞습니다.

2. 지방은 활동량과 변 상태를 같이 봅니다

보호소 아이들은 산책 시간이 짧은 날이 많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지방 20% 넘는 고열량 사료를 계속 주면 살이 금방 붙습니다. 일반 성견은 조지방 8~15% 정도를 많이 보고, 활동량이 많은 아이나 마른 아이는 15% 안팎도 고려합니다. 고양이는 대체로 9% 이상이 기본이고, 체중 관리가 필요하면 열량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사료 봉투에는 100g당 칼로리가 적힌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한 컵이어도 어떤 사료는 330kcal, 어떤 사료는 420kcal입니다. 10kg 성견이 중성화 후 실내 생활을 한다면 하루 필요 열량이 대략 400~550kcal 근처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식까지 주면 사료량은 줄어야 합니다. 사실 살은 사료 때문에만 찌는 게 아니라, ‘간식은 밥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습관 때문에 찌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광고

3. 원료명은 앞 5개를 먼저 읽습니다

성분표 옆 원료 목록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앞 5개 안에 닭고기, 칠면조, 연어, 계란, 육분처럼 동물성 단백질원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봅니다. ‘육류’처럼 너무 넓게 적힌 표현보다 ‘닭고기분’, ‘연어’, ‘계란분’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이름이 읽기 쉽습니다.

곡물이 들어갔다고 바로 나쁜 사료는 아닙니다. 쌀, 보리, 귀리 같은 탄수화물원이 잘 맞는 아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곡물프리라고 해서 모든 아이에게 안전하거나 우월한 것도 아닙니다. 피부가 가렵고 귀 염증이 반복된다고 보호자가 임의로 알레르기라고 단정하면 길을 돌아가게 됩니다. 알레르기는 식이 제한을 6~8주 이상 엄격하게 해보는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병원과 상의하는 쪽이 낫습니다.

4. 사료 교체는 최소 7일, 예민하면 14일 잡습니다

보호소에서 제일 흔한 실수가 ‘좋은 사료니까 바로 바꿔도 되겠지’였습니다. 저도 초반엔 그랬고, 그 결과로 설사 치우는 시간을 꽤 보냈습니다. 보통은 기존 사료 75%에 새 사료 25%로 2~3일, 반반으로 2~3일, 기존 25%와 새 사료 75%로 2~3일, 그다음 완전 교체가 무난합니다.

장이 예민한 아이, 노령견, 보호소에서 막 나온 아이는 10~14일로 더 천천히 갑니다. 변이 묽어지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기지 않고 하루 이틀 멈춥니다. 피가 섞인 설사, 하루 3회 이상 반복되는 구토, 축 처짐, 물도 못 마시는 상태라면 사료 적응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는 시간을 끌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광고

5. 급여량 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봉투 뒤 급여량은 꽤 크게 잡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표기량의 80~90% 정도로 시작하고, 2주 단위로 몸을 만져 봅니다. 갈비뼈가 손끝에 살짝 느껴지고 위에서 봤을 때 허리 라인이 보이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갈비뼈가 전혀 안 만져지면 많을 수 있고, 등뼈와 골반이 도드라지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체중은 가능하면 2주에 1번 같은 시간대에 잽니다.
  • 간식은 하루 총열량의 10% 안쪽으로 잡습니다.
  • 물그릇은 사료 옆에 두고 하루 섭취량 변화를 봅니다.
  •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는 하루 3~4회, 성견과 성묘는 보통 2회 급여가 관리하기 쉽습니다.

보호소에서 배운 건 비싼 사료보다 관찰입니다

입양 간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 중에는 건강 문제도 있지만, 생각보다 밥과 배변 관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료를 너무 자주 바꾸고, 간식은 많이 주고, 설사는 며칠 더 지켜보다가 병원 타이밍을 놓치는 식입니다. 좋은 사료를 고르는 일은 봉투 앞 광고 문구를 믿는 일이 아니라, 성분표 숫자와 아이 몸의 반응을 같이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는 보호소에서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밥그릇은 작아 보여도, 그 안에 책임이 꽤 많이 담겨 있습니다.

사료 고를 때 보호소 봉사자가 먼저 보는 5가지 숫자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