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10년 뛰어봤더니, 초보가 몰릴 때 꼭 터지는 일들

경매시장 10년 뛰어봤더니, 초보가 몰릴 때 꼭 터지는 일들

입찰장 공기가 달라질 때가 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예전보다 처음 온 사람 얼굴이 확실히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류 봉투를 들고는 있는데 사건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보증금 봉투를 만지작거리고, 개찰 전부터 낙찰가를 계산기 두드리며 중얼거리는 분들이 보였죠. 이런 분위기가 생기면 경매시장은 꽤 위험해집니다. 물건이 좋아져서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라, 일반 매매가 답답하니까 경매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감정가 3억짜리가 2억 4천까지 떨어지면 무조건 싸 보였습니다. 근데 현장에서 10년 넘게 보니, 경매시장에서 싼 물건은 이유가 있습니다. 권리가 꼬였거나, 점유자가 세거나, 대출이 생각보다 안 나오거나, 수리비가 크게 들어가거나, 시세를 잘못 본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들어가면 입찰장에서는 용감한데 잔금일이 다가올수록 잠이 안 옵니다.

경매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낙찰가는 빨리 올라간다

경매시장에서 초보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유찰 횟수입니다. 1회 유찰, 2회 유찰, 감정가 대비 70퍼센트. 이 숫자가 눈에 들어오면 괜히 기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입찰 경쟁이 붙는 순간 그 할인은 금방 사라집니다. 감정가 4억짜리 아파트가 2회 유찰돼 최저가 2억 5천만 원대까지 내려왔다고 해도, 실제 낙찰은 3억 4천, 3억 5천에 찍히는 일이 흔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낙찰가만 보면 시세보다 2천만 원 싸게 받은 것 같아도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이자, 수리비, 중개보수까지 넣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한 물건은 낙찰자는 3천만 원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내부 누수와 샷시 교체로 1천 500만 원이 들어갔고 점유자 이사 협의금까지 500만 원을 더 썼습니다. 팔 때는 양도세와 중개비를 제하고 나니 수익이 아니라 고생값만 남았습니다.

경매시장이 과열될 때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집니다. 낙찰받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입찰장에서 2등과 3등이랑 몇백만 원 차이로 이기면 기분은 좋습니다. 그런데 1등이 됐다는 말은 그 물건을 그 가격에 책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매는 이긴 사람이 돈을 버는 게임이 아니라, 계산이 맞은 사람이 버티는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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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은 서류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매시장에 들어오면 말소기준권리,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같은 단어를 금방 접합니다. 처음엔 어렵지만 몇 번 보면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익숙해졌다고 실제로 이해한 건 아니거든요. 등기부등본에서 근저당이 먼저 잡혀 있으니 뒤 권리는 다 없어지겠지, 이렇게 단순하게 보면 사고가 납니다.

예를 들어 전입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임차인이 있고, 확정일자와 배당요구 여부가 애매한 물건이 있습니다. 보증금이 8천만 원인데 배당으로 전액 못 받는 구조라면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여기서 한 줄을 놓치면 싸게 낙찰받은 게 아니라 남의 보증금을 떠안은 셈이 됩니다. 초보가 피해야 할 물건은 바로 이런 물건입니다. 겉으로는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권리관계가 수익을 다 잡아먹습니다.

저는 권리분석할 때 최소 세 번 봅니다. 첫 번째는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로 큰 구조를 봅니다. 두 번째는 현황조사서와 전입세대 열람 가능 여부를 염두에 두고 점유관계를 봅니다. 세 번째는 예상 배당표를 직접 그려봅니다. 이 과정을 귀찮아하면 입찰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경매시장에서는 모르는 위험이 가장 비쌉니다.

명도는 숫자보다 사람 문제에 가깝다

낙찰 전에는 다들 수익률을 말합니다. 낙찰 후에는 대부분 명도를 말합니다. 점유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수익률 계산표는 종이쪼가리가 됩니다. 실제로 집행까지 가면 시간과 비용이 꽤 들어갑니다. 협의로 끝나면 2주 안에도 가능하지만, 감정이 상한 점유자를 만나면 3개월, 6개월도 갑니다.

제가 기억하는 물건 중 하나는 빌라였습니다. 낙찰가는 괜찮았고 권리상 인수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유자가 사업 실패 후 들어와 살고 있었고, 보증금도 거의 못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낙찰자가 우위에 있어도 사람 마음은 법 조문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이사비를 일부 지급하고 날짜를 맞춰 내보냈습니다. 그 돈이 아까워서 버티면 더 큰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는 명도비를 손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시간을 사는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무리한 요구를 다 받아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용증명, 인도명령, 강제집행 절차를 알고 있어야 협의도 제대로 됩니다. 상대가 버틴다고 무조건 끌려가면 안 되고, 내가 가진 절차를 알아야 말이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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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잔금대출과 시세조사는 입찰 전날 끝내면 늦다

경매시장에서 의외로 많이 터지는 문제가 대출입니다. 낙찰받고 나서 은행에 가면 되겠지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위험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물건 종류, 지역, 낙찰가, 소득, 기존 부채, 규제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3억짜리 아파트라도 어떤 사람은 2억까지 가능하고, 어떤 사람은 1억 4천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잔금은 보통 낙찰 후 정해진 기한 안에 치러야 합니다. 대출이 막히면 보증금 10퍼센트를 날릴 수 있습니다. 3억에 낙찰받았다면 3천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 전 최소 두 군데 이상 금융기관에 물어봅니다. 구두 답변만 믿지 않고 물건지, 감정가, 최저가, 예상 낙찰가, 내 소득 자료까지 넣어서 대략적인 가능 범위를 확인합니다.

시세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앱에 찍힌 호가만 보면 안 됩니다. 호가는 팔고 싶은 가격이고, 실거래가는 실제로 거래된 가격입니다. 그런데 실거래가도 층, 향, 수리 상태, 동 위치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합니다. 같은 단지라도 저층 도로변과 로열동 중층은 매수자 반응이 다릅니다. 현장 중개업소에 전화할 때도 그냥 시세 얼마냐고 묻지 말고, 이 가격이면 몇 주 안에 팔리겠느냐고 물어야 감이 옵니다.

초보라면 경매시장보다 자기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경매시장은 늘 기회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새로운 물건이 나오고, 유찰된 사건이 쌓이고, 누군가는 낙찰 후 수익을 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남의 성공 사례만 보고 들어가면 내 돈으로 수업료를 냅니다. 초보일수록 물건을 많이 보는 것보다 안 들어갈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 권리관계가 이해되지 않으면 입찰하지 않는다.
  • 명도 비용과 기간을 계산에 넣지 않은 물건은 보류한다.
  • 대출 가능액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증금을 넣지 않는다.
  • 실거래가와 급매가 기준으로도 수익이 안 남으면 포기한다.
  • 입찰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예정가를 올리지 않는다.

저는 지금도 입찰표 쓰기 전에 스스로 묻습니다. 이 물건을 낙찰받지 못하면 아쉬운가, 아니면 낙찰받고 나서 불안한가. 후자라면 대부분 쓰지 않습니다. 경매시장에서는 못 산 물건 때문에 망하는 사람보다, 사면 안 되는 물건을 산 사람 때문에 더 많이 무너집니다. 오래 버티는 투자자는 대단한 물건을 잡는 사람보다, 위험한 물건 앞에서 손을 멈출 줄 아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경매시장 10년 뛰어봤더니, 초보가 몰릴 때 꼭 터지는 일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