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가율만 믿고 들어갔다가 잔금 앞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경매 낙찰가율만 믿고 들어갔다가 잔금 앞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초보 투자자 두 분이 휴대폰으로 낙찰가율 표만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요즘 이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88%니까 감정가 3억이면 2억 6천대 쓰면 되겠네요.” 옆에서 듣고 있다가 속으로 좀 아찔했습니다. 경매 낙찰가율은 분명 중요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 하나만 보고 입찰가를 정하면, 낙찰받고도 손에 남는 게 없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그랬습니다. 법원 통계에서 평균 낙찰가율을 보고, ‘이 정도면 시장 분위기를 읽은 거겠지’ 생각했습니다. 근데 현장은 평균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같은 동네, 같은 평형이라도 층, 방향, 점유자, 미납 관리비, 대출 가능액, 전세가율에 따라 입찰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평균은 평균일 뿐이고, 내 돈이 들어가는 물건은 딱 하나입니다.

낙찰가율 90%가 싸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매 낙찰가율은 보통 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입니다. 감정가 5억짜리 아파트가 4억 5천만 원에 낙찰되면 낙찰가율은 90%입니다. 숫자만 보면 시세보다 10% 싸게 산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이들 한 번 미끄러집니다.

감정가는 현재 시세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 시점이 6개월 전, 1년 전인 경우도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감정가 자체가 이미 높게 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급등 구간에서는 감정가보다 현재 시세가 훨씬 높아 낙찰가율 100%가 넘어도 수익이 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수도권 외곽 아파트 물건이 그랬습니다. 감정가가 3억 2천만 원이었고 1회 유찰 후 최저가가 2억 2천만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낙찰가율만 보면 75% 전후로 싸 보였죠. 그런데 실제 실거래를 뜯어보니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최근 거래가 2억 6천만 원대였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이자, 수리비 1천만 원만 얹어도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숫자는 싸 보였지만, 실제로는 애매한 물건이었습니다.

평균 낙찰가율보다 중요한 건 내 물건의 체력입니다

초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지역 평균 낙찰가율을 내 물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2%라고 해서, 내가 보는 반지하 빌라나 오래된 오피스텔도 92%를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됩니다. 물건마다 체력이 다릅니다.

제가 입찰가를 잡을 때 먼저 보는 것들

  • 최근 3개월 실거래가와 호가의 차이
  • 같은 단지, 같은 동, 비슷한 층의 거래 여부
  • 전세가와 매매가의 간격
  • 대출 가능 금액과 잔금 일정
  •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임차인인지
  • 인수되는 권리나 미납 관리비 가능성
  • 수리 후 팔 물건인지, 보유할 물건인지

이걸 다 보고 나면 낙찰가율은 참고자료 정도로 내려갑니다. 특히 명도 난도가 높거나 내부 상태 확인이 안 되는 물건은 평균보다 훨씬 낮게 써야 합니다. 입찰장에서는 남들이 얼마를 쓸지보다, 내가 얼마까지 써도 버틸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버티는 게임입니다. 잔금일 안에 대출이 안 나오면 보증금이 날아갈 수 있고, 명도가 길어지면 이자가 계속 붙습니다. 낙찰가율 82%로 받았다고 좋아했는데, 5개월 동안 점유자와 협의가 꼬이고 수리비까지 예상보다 1,500만 원 더 나오면 계산서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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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율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입찰장 공기가 바로 바뀝니다. 같은 물건에 3명 들어오던 게 15명, 20명으로 늘어납니다. 뉴스에서 “경매 낙찰가율 상승”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뒤늦게 들어오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이때가 사실 제일 위험합니다.

낙찰가율이 오른다는 건 수요가 붙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싸게 살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파트처럼 대중적인 물건은 경쟁이 빨리 붙습니다. 1회 유찰된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가 감정가의 95% 이상에 낙찰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겉으로는 경매인데, 실제로는 일반 매매와 별 차이가 없는 가격이 나옵니다.

제가 입찰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좋은 물건입니다. 역에서 가깝고, 단지도 크고, 학군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물건은 초보도 알아봅니다. 그래서 입찰자가 몰립니다. 결국 낙찰가는 시세에 바짝 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가 아니라 ‘좋은 물건을 시장가 근처에서 산다’가 됩니다.

반대로 낙찰가율이 낮다고 무조건 기회도 아닙니다. 지방 구축 상가, 임차관계가 복잡한 다가구,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빌라, 대항력 문제가 애매한 물건은 낙찰가율이 낮은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이 바보라서 안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위험을 아는 사람들이 빠진 자리일 수 있습니다.

실전 입찰가는 이렇게 거꾸로 계산합니다

저는 입찰가를 정할 때 감정가에서 몇 퍼센트를 뺄지 먼저 보지 않습니다. 팔 수 있는 가격이나 보유가치를 먼저 잡고, 거기서 비용을 하나씩 빼며 거꾸로 내려옵니다. 이 방식이 덜 화려하지만 사고가 적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매도 가능 가격을 4억 원으로 봤다고 해보겠습니다. 취득세와 법무비로 600만 원, 명도와 이사 협의비로 400만 원, 수리비 800만 원, 대출 이자와 보유비 500만 원, 매도 시 중개비와 여유 비용 500만 원을 잡으면 이미 2,800만 원이 빠집니다. 여기에 최소 수익 2,000만 원은 남기고 싶다면, 입찰 상한선은 3억 5,200만 원 근처가 됩니다.

이 물건의 감정가가 4억 5천만 원이라면 입찰 상한선 기준 낙찰가율은 약 78%입니다. 그런데 법원 통계상 그 지역 평균 낙찰가율이 86%라면 어떨까요. 저는 보통 안 들어가거나, 들어가도 제 숫자까지만 씁니다. 남이 더 높게 써서 가져가면 보내줍니다. 경매에서 안 사는 판단도 투자입니다.

반대로 감정가가 3억 6천만 원인데 현재 시세가 4억 원 이상이고, 점유가 깨끗하고 대출도 안정적으로 나온다면 낙찰가율 95%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낙찰가율은 높고 낮음 자체보다 감정가와 현재 가치의 관계를 같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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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면 낙찰가율보다 피해야 할 물건부터 익혀야 합니다

경매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저는 수익률 계산보다 먼저 피해야 할 물건을 익히라고 말합니다. 수익은 조금 덜 나도 배울 수 있지만, 권리분석에서 크게 틀리면 한 번에 시장에서 밀려납니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지분물건,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한 물건은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낙찰가율이 낮은 물건 중에는 이런 위험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가 1억짜리가 4천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해서 60% 할인 상품처럼 보면 안 됩니다. 왜 두 번, 세 번 유찰됐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권리가 복잡해서인지, 입지가 약해서인지, 환금성이 떨어져서인지, 대출이 안 나와서인지 이유가 있습니다.

초보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건 권리관계가 단순한 아파트, 점유자가 소유자인 물건, 최근 실거래가 충분한 단지입니다. 이런 물건은 낙찰가율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공부값을 크게 내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첫 낙찰에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잔금 치르고 명도하고 등기까지 끝내는 전체 흐름을 몸으로 익히는 게 오래 갑니다.

경매 낙찰가율은 입찰장 분위기를 읽는 온도계 같은 숫자입니다. 온도계만 보고 옷을 사지는 않듯이, 낙찰가율만 보고 입찰가를 쓰면 안 됩니다. 감정가가 맞는지, 실제 시세가 받쳐주는지, 비용을 빼도 남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버틸 현금이 있는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입찰표 쓰기 전 스스로 묻습니다. 이 가격에 낙찰받아도 잠이 오는가. 잠이 안 올 가격이면, 남이 가져가게 두는 게 맞습니다.

경매 낙찰가율만 믿고 들어갔다가 잔금 앞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