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 원두 고르는 방법, 굵기와 로스팅부터 맞추면 맛이 달라집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 고르는 방법, 굵기와 로스팅부터 맞추면 맛이 달라집니다

며칠 전 매장에 오신 손님이 프렌치프레스로 내리면 늘 텁텁하고 끝맛이 씁쓸하다고 하셨습니다. 원두는 꽤 좋은 걸 쓰고 있었고, 물도 생수를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봉투를 보니 분쇄가 핸드드립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프렌치프레스에는 조금 곱죠. 이 한 가지 때문에 커피가 진한 게 아니라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생각보다 솔직한 기구입니다. 종이필터가 향미와 오일을 걸러주지 않고, 금속망이 커피 입자를 느슨하게 잡아줍니다. 그래서 원두의 향, 로스팅 정도, 분쇄 균일도, 미분까지 그대로 잔에 들어옵니다. 잘 맞으면 묵직하고 달고 편안한 커피가 되지만, 대충 맞추면 쓴맛과 탁함이 금방 드러납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는 너무 곱게 갈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산지보다 분쇄도입니다. 보통 프렌치프레스는 굵은소금보다 약간 굵거나, 빵가루처럼 거친 느낌의 분쇄가 맞습니다. 숫자로 말하면 가정용 그라인더 기준 핸드드립보다 2~4칸 정도 굵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출 시간은 대개 4분을 기준으로 둡니다. 원두 20g에 물 300g, 물 온도 92~94도 정도로 시작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분쇄가 곱다면 4분이 너무 깁니다. 쓴맛, 나무껍질 같은 건조함, 혀에 남는 가루감이 같이 올라옵니다. 반대로 너무 굵으면 향은 좋은데 맛이 비어 있고, 식을수록 물 탄 느낌이 납니다.

  • 쓴맛과 떫은맛이 강하면 분쇄를 더 굵게 조절합니다.
  • 신맛만 튀고 단맛이 부족하면 조금 더 곱게 조절합니다.
  • 잔 바닥에 가루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라인더의 미분이 많은지 확인합니다.
  • 맛은 괜찮은데 질감이 거칠면 추출 후 1분 정도 가만히 두고 따릅니다.

프렌치프레스는 누르는 힘으로 맛을 짜내는 기구가 아닙니다. 플런저는 천천히 내려야 합니다. 빠르게 누르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미분이 다시 떠오르고, 마지막 잔이 특히 텁텁해집니다. 저는 손님들에게 끝까지 꾹 누르지 말고, 저항이 느껴지는 지점에서 멈추듯 내려보라고 말합니다.

로스팅 정도는 중배전부터 중강배전이 편합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로 가장 무난한 로스팅은 중배전에서 중강배전 사이입니다. 밝은 산미를 좋아한다면 약배전도 가능하지만, 프렌치프레스의 긴 침지 추출에서는 풋내나 거친 산미가 도드라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분쇄가 균일하지 않으면 밝은 향보다 떫은 뉘앙스가 먼저 느껴질 수 있어요.

중배전 원두는 견과류, 갈색설탕, 잘 익은 과일 같은 단맛을 내기 쉽습니다. 중강배전은 초콜릿, 캐러멜, 구운 곡물 느낌이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다만 강배전으로 너무 많이 가면 프렌치프레스 특유의 오일감과 겹쳐져 무겁고 쓴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우유를 섞어 마실 목적이라면 괜찮지만, 블랙으로 매일 마신다면 피로할 수 있습니다.

산지별로는 이렇게 생각하면 편합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은 베리류 향과 발효감이 매력적입니다. 프렌치프레스에서는 향이 넓게 퍼지고 질감도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추출 온도가 높거나 시간이 길면 와인 같은 향 아래로 텁텁함이 붙을 때가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과테말라는 집에서 실패가 적은 편입니다. 단맛, 산미, 바디가 크게 튀지 않고 균형이 좋습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를 처음 고른다면 저는 이쪽을 자주 권합니다. 브라질은 고소함과 초콜릿 느낌이 편안합니다. 아침에 빵과 같이 마시기 좋고, 산미에 예민한 분에게도 부담이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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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할 때는 로스팅 날짜를 먼저 봅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원두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갓 볶은 원두는 가스가 많아서 물과 커피가 안정적으로 닿지 않습니다. 볶은 지 1~3일 된 원두를 바로 프렌치프레스로 내리면 향은 강한데 맛이 거칠고, 표면에 거품이 과하게 올라오며 추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로스팅 후 5~14일 사이를 가장 편하게 봅니다. 이 시기에는 향이 살아 있고, 가스도 어느 정도 빠져서 단맛을 잡기 좋습니다. 3주가 넘어가면 보관 상태에 따라 향이 둔해지고, 고소함보다 종이 같은 낡은 향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물론 밀봉과 보관이 좋으면 더 버티지만, 집에서는 작은 용량으로 자주 사는 쪽이 맛 관리가 쉽습니다.

  • 하루 1잔이면 200g 단위가 적당합니다.
  • 분쇄 원두는 가능하면 1~2주 안에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 홀빈은 밀폐 용기에 담아 빛과 열을 피합니다.
  • 냉장고 보관은 냄새와 습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분쇄 원두를 살 수밖에 없다면 주문할 때 프렌치프레스용이라고 분명히 말하는 게 좋습니다. 그냥 굵게 갈아달라고 하면 매장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가능하면 “4분 침지용으로 핸드드립보다 굵게”라고 설명하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레시피는 단순하게 잡고 하나씩만 바꿉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를 바꿨는데 맛이 이상하면 많은 분들이 물 온도, 시간, 원두 양을 한꺼번에 바꿉니다. 그러면 뭐가 좋아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기본값을 하나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처음 쓰는 원두라면 원두 20g, 물 300g, 93도, 4분으로 둡니다. 붓고 30초쯤 지나 표면을 한 번 가볍게 저은 뒤, 4분이 되면 천천히 눌러 따릅니다.

더 진하게 마시고 싶다면 원두를 22g으로 늘리는 게 가장 깨끗합니다. 시간을 5분, 6분으로 늘리는 방식은 바디는 생기지만 쓴맛도 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더 산뜻하게 마시고 싶다면 물을 320g으로 늘리거나 온도를 90~91도로 낮춥니다. 산미가 좋은 약배전 원두라면 94~95도도 괜찮지만, 중강배전에서는 그 온도가 쓴맛을 밀어 올릴 때가 많습니다.

잔에 따르는 방식도 맛을 바꿉니다

프렌치프레스에서 커피를 다 내린 뒤 서버나 머그에 전부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안에서는 추출이 계속됩니다. 첫 잔은 괜찮았는데 두 번째 잔이 쓰고 무거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분 추출이 끝났다면 마실 양만 따르는 것보다, 가능한 한 전체를 다른 용기로 옮기는 편이 맛이 일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20~30ml는 과감히 남기는 게 좋습니다.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부분에는 미분과 무거운 성분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카페에서도 프렌치프레스나 커핑 커피를 다룰 때 마지막 침전물까지 억지로 쓰지 않습니다. 깨끗한 맛을 원하면 덜어내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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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원두보다 맞는 원두가 먼저입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를 고를 때 꼭 비싼 싱글오리진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데일리 블렌드 중에 프렌치프레스와 잘 맞는 원두가 많습니다.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베이스에 에티오피아가 조금 섞인 블렌드는 고소함, 단맛, 향을 같이 가져가기 좋습니다. 산미가 아주 높은 원두보다 매일 편하게 마시기 쉽고요.

가격대를 나누면 200g 기준으로 1만 원대 중후반의 신선한 원두면 충분히 좋은 컵이 나옵니다. 2만 원대 이상의 마이크로랏 원두는 향이 섬세하지만, 그라인더가 좋지 않거나 분쇄가 맞지 않으면 장점이 흐려집니다. 집에서는 원두 가격보다 분쇄 균일도와 로스팅 날짜가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제가 프렌치프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를 너무 예민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종이필터처럼 깔끔한 맛은 아니지만, 좋은 원두가 가진 온도감과 질감을 편안하게 보여줍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를 고를 때는 향 설명만 보지 말고, 로스팅 날짜와 분쇄도, 내가 원하는 질감을 같이 봐야 합니다. 그 세 가지가 맞으면 집에서도 꽤 깊고 조용한 맛이 납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 고르는 방법, 굵기와 로스팅부터 맞추면 맛이 달라집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