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하다 보면 조부모가 손자 통장으로 돈을 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금액은 500만 원, 1,000만 원처럼 작게 시작하는데 몇 년 지나 보면 입학금, 전세자금, 주식계좌 입금까지 섞여서 10년 합계가 커집니다. 문제는 ‘손자니까 따로 5천만 원까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부모에게 받은 돈까지 같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2026년 적용 기준으로 씁니다. 세법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신고 전에는 국세청 홈택스나 세무대리인을 통해 해당 연도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1. 손자도 직계존속 공제 대상입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에게 증여하면, 받는 사람인 손자 입장에서는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입니다. 그래서 증여재산공제는 성년이면 10년간 5,000만 원, 미성년이면 10년간 2,000만 원입니다.
- 성년 손자: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10년간 5,000만 원
- 미성년 손자: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10년간 2,000만 원
- 10년 기준은 수증자, 즉 받는 손자 기준으로 봅니다
여기서 많이 틀립니다. ‘할아버지 5천만 원, 할머니 5천만 원, 아버지 5천만 원’ 이렇게 각각 따로 되는 구조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증여재산공제는 손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은 금액을 10년 단위로 보면서 한도를 적용합니다. 부모, 조부모가 모두 직계존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미 부모에게 공제를 쓴 적이 있으면 조부모 증여 때 남은 공제액이 줄어듭니다.
2. 손자 증여는 세대생략 할증을 같이 봐야 합니다
손자 증여에서 면제한도만 보면 계산이 반쪽입니다. 조부모가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세대생략 증여가 됩니다. 이 경우 일반 증여세 산출세액에 30%가 더 붙습니다. 손자가 미성년자이고 증여재산가액이 20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40% 할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년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현금 1억 원을 증여한다고 보겠습니다. 최근 10년간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가 없었다면 공제 5,000만 원을 뺍니다. 과세표준은 5,000만 원입니다. 기본 산출세액은 10%인 5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손자는 증여자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라 세대생략 할증 30%, 즉 150만 원이 더 붙습니다. 기한 내 신고를 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해 납부세액은 대략 630만 원대가 됩니다.
같은 1억 원이라도 자녀에게 주는 것과 손자에게 주는 것은 세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손자에게 바로 넘기면 상속 단계에서는 장점이 생길 수 있지만, 당장 증여세 계산에서는 할증이 붙는다는 점을 빼면 안 됩니다.
3. 10년 합산은 두 갈래로 봅니다
실무에서 증여세 계산할 때 10년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전부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손자 증여에서는 특히 두 가지를 나눠야 합니다.
- 증여재산공제 10년: 손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은 공제 한도를 따지는 기준
- 재차증여 합산 10년: 같은 증여자에게 다시 받은 증여를 합산해 세율을 따지는 기준
예를 들어 할머니가 2022년에 손자에게 3,000만 원을 주고, 2026년에 다시 4,000만 원을 줬다고 해보겠습니다. 손자가 성년이라면 직계존속 공제 5,000만 원 중 이미 3,000만 원을 쓴 것으로 봅니다. 2026년에는 남은 공제 2,000만 원만 적용됩니다. 나머지 2,000만 원은 과세표준에 들어갑니다.
또 하나 봐야 할 것이 같은 증여자 합산입니다. 같은 사람에게 10년 안에 여러 번 받으면 과거 증여분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이미 낸 세액은 빼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조부모의 경우 배우자를 동일인으로 보는 규정도 같이 검토해야 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눠 보냈다고 항상 계산이 단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4.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2026년 4월 10일에 손자가 돈을 받았다면 2026년 4월 30일부터 3개월을 세어 2026년 7월 31일까지 신고하는 식입니다.
현금 증여는 계좌이체 내역이 남으니 신고가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돈의 성격을 설명하는 자료가 더 중요합니다. 생활비인지, 학비인지, 순수 증여인지, 부모가 대신 보관한 돈인지가 섞이면 나중에 소명할 때 말이 길어집니다.
- 증여일이 확인되는 계좌이체 내역
- 증여자와 수증자의 가족관계증명서
- 현금증여계약서 또는 증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
- 미성년 손자라면 법정대리인 관리 내역
- 주식이나 부동산이면 평가 기준 자료
신고를 기한 안에 하면 신고세액공제 3%가 적용됩니다. 반대로 기한을 넘기면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붙을 수 있습니다. 세액이 크지 않아도 신고 누락이 반복되면 나중에 자금출처 조사에서 설명하기가 더 불편해집니다.
5. 생활비와 교육비라고 전부 비과세는 아닙니다
손자에게 보내는 돈 중 생활비나 교육비는 비과세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여야 하고, 실제로 그 용도에 써야 합니다. 필요한 때마다 직접 학원비나 등록금을 내주는 것과, 손자 명의 계좌에 큰돈을 미리 넣어두고 주식투자를 하게 하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사무실에서 자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조부모가 손자 대학 등록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보냈는데 실제로는 그 돈이 예금으로 남아 있거나 주식 매수에 사용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교육비라고 말해도 증여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등록금 고지서 금액을 학교에 바로 납부하고, 그 내역이 분명하면 설명이 훨씬 간단합니다.
절세를 생각한다면 금액을 쪼개는 것보다 먼저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목적으로 줬는지 남아 있어야 합니다. 특히 손자 증여는 부모의 증여, 조부모의 증여, 교육비 지원이 한 통장에 섞이기 쉽습니다. 통장을 나누고 메모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소명 부담이 많이 줄어듭니다.
실무에서 보는 안전한 순서
손자에게 증여할 계획이 있다면 먼저 최근 10년 내 증여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손자가 부모에게 받은 돈, 조부모에게 받은 돈, 미성년 때 받은 돈이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그다음 성년인지 미성년인지 확인하고, 공제 한도와 세대생략 할증을 같이 계산합니다.
금액이 2,000만 원이나 5,000만 원 아래라고 해서 무조건 끝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과거 증여가 있으면 공제 한도가 이미 줄어 있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나눠 보냈더라도 직계존속 범위 안에서 같이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손자 증여는 ‘면제한도’라는 말보다 ‘10년 기록’이라는 말이 더 실무에 가깝습니다. 기록이 정확하면 신고도 편하고, 나중에 설명할 때도 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