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많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 자식도 아닌데 이 정도 돈 받은 건 그냥 넘어가도 되죠?”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증여세는 가족에게 받을 때만 보는 세금이 아닙니다. 2026년 적용 기준으로 보면, 타인에게 무상으로 받은 돈도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고, 오히려 공제받을 금액이 없어 계산이 더 단순하게 나옵니다.
1. 타인은 증여재산공제가 0원입니다
증여세에서 흔히 말하는 면제한도는 정확히는 증여재산공제입니다.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일정 범위 친족처럼 법에서 정한 관계에만 공제가 있습니다. 타인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2026년 기준 증여재산공제는 배우자 6억 원, 직계존속 5천만 원,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을 때 2천만 원, 직계비속 5천만 원, 기타 친족 1천만 원입니다. 기타 친족은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을 말합니다. 친구, 연인, 동거인, 지인, 사업상 아는 사람은 보통 이 공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키워드를 그대로 말하면, 증여세 면제한도 타인은 0원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과세표준이 50만 원 미만이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과세최저한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이걸 타인의 면제한도라고 부르면 헷갈립니다. 실무에서는 “타인은 공제 없음, 아주 소액은 과세최저한 별도 확인” 정도로 구분해서 봅니다.
2. 100만 원, 1천만 원, 5천만 원을 받으면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아무 조건 없이 1천만 원을 줬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타인은 공제가 없으니 증여재산가액 1천만 원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됩니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구간에서 10%입니다. 산출세액은 100만 원이고, 기한 내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해 납부세액은 대략 97만 원입니다.
5천만 원을 받으면 계산도 그대로 커집니다. 과세표준 5천만 원, 산출세액 500만 원, 기한 내 신고세액공제 후 약 485만 원입니다. 부모에게 받은 5천만 원은 10년 공제 한도 안이면 세금이 안 나올 수 있지만, 타인에게 받은 5천만 원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100만 원도 원칙적으로는 증여 여부를 봐야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생일 선물, 식사비, 사회통념상 축의금이나 조의금처럼 통상적인 범위의 금전은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문제는 금액이 커지거나 반복되거나, 받은 사람의 재산 취득 자금으로 바로 연결될 때입니다. 세무서가 보는 건 이름표가 아니라 돈의 흐름입니다.
3. 타인 증여에서 자주 걸리는 돈의 흐름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건 현금 봉투보다 계좌 기록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취득, 전세보증금 마련, 주식 계좌 입금, 사업자금 투입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묻는 일이 생깁니다. 그때 “아는 형이 잠깐 도와줬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친구가 전세보증금 일부를 대신 이체한 경우
- 연인이 차량 구입대금을 내준 경우
- 지인이 사업 초기 자금을 조건 없이 넣어준 경우
- 타인 명의 카드값이나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경우
-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재산을 넘겨받은 경우
이런 건 단순 입금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나중에 갚기로 했다”고 주장하려면 차용증, 이자 약정, 원금 상환 내역, 이자 지급 내역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차용증만 있고 실제 이자가 한 번도 오가지 않으면 대여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많습니다.
4. 친족인지 타인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금액보다 관계입니다. 같은 1천만 원이라도 기타 친족에게 받으면 10년간 1천만 원 공제가 있을 수 있고, 완전한 타인에게 받으면 공제가 없습니다. 세법상 관계는 생각보다 딱딱하게 봅니다. 친하다, 오래 같이 살았다, 사실상 가족처럼 지냈다는 사정만으로 공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촌은 4촌 이내 혈족이라 기타 친족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촌의 배우자 쪽 친척, 친구 부모, 연인의 부모, 동업자, 직장 상사는 보통 타인으로 봅니다. 혼인신고 전 배우자 예정자도 배우자 공제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도 2026년 기준 직계존속에게 받는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타인이 주는 돈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10년 합산도 봐야 합니다. 증여재산공제는 매년 새로 생기는 한도가 아니라 10년 단위로 봅니다. 타인은 공제가 없으니 이 부분이 덜 복잡해 보이지만, 같은 사람에게 여러 번 받으면 증여재산가액 합산 문제가 생깁니다. 부모처럼 직계존속인 경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일인 범위로 보는 규정도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5. 신고기한과 증빙을 놓치면 세금보다 피곤합니다
증여세는 받은 사람이 신고하고 납부합니다.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2026년 4월 10일에 받았다면 2026년 7월 31일까지입니다. 4월 30일에 받아도 같은 7월 31일입니다. 받은 날부터 딱 3개월로 세면 틀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현금은 계좌 이체일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고, 부동산은 등기 접수일 등 취득 시점을 봅니다. 신고할 때는 증여계약서, 계좌이체 내역, 가족관계증명서나 관계 확인 자료, 재산 평가 자료를 챙깁니다. 타인 증여라면 왜 받은 돈인지 설명할 자료가 더 중요합니다. 대여라면 차용증만으로 끝내지 말고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 내역까지 맞춰야 합니다.
국세청 안내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2026년 시행 법령을 기준으로 보면, 타인에게 받은 돈은 “가족 공제처럼 어느 금액까지 괜찮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위험합니다. 세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중에 자금 출처를 소명할 때 말과 계좌가 맞지 않으면 일이 커집니다. 저는 보통 큰돈이 오가기 전에는 증여인지 대여인지부터 문서와 이체 방식으로 분명히 해두라고 말합니다. 그게 절세보다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