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사잇돌대출을 고민하는 분의 월 지출표를 같이 본 적이 있습니다. 카드값은 매달 160만 원 안팎, 기존 신용대출 이자는 18만 원, 통신비와 구독료까지 더하니 월급날 전에 이미 70만 원 정도가 고정비로 빠져나가고 있더라고요. 이럴 때 대출 한도만 보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데 생활 재무에서는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보다 ‘매달 얼마까지 흔들리지 않고 갚을 수 있나’가 먼저입니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성격의 상품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안내 기준으로 사잇돌2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보증대출이고, 근로소득자는 보증 신청 시점에 5개월 이상 재직과 연소득 1,200만 원 이상, 사업소득자는 4개월 이상 사업소득과 연소득 600만 원 이상, 연금소득자는 연금 수령 이력과 연소득 600만 원 이상 같은 기본 문턱이 있습니다. 다만 실제 승인 여부와 금리는 SGI서울보증 심사, 금융회사 내부 기준, 현재 부채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1. 한도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계산하기
대출 상담 화면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숫자는 보통 한도입니다. 최대 2,000만 원, 3,000만 원 같은 숫자를 보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한도보다 월 상환액이 훨씬 현실적인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5년 동안 원리금균등으로 갚는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금리가 연 10%라면 월 상환액은 대략 21만 원대, 연 15%라면 23만 원대까지 올라갑니다. 2,000만 원이면 단순히 두 배에 가깝습니다. 월급이 300만 원인 집에서 매달 45만 원 안팎의 새 고정비가 생기면 식비, 병원비, 경조사비가 바로 밀립니다.
- 월급 300만 원 기준 대출 상환액 30만 원은 소득의 10%입니다.
- 월 상환액이 45만 원이면 소득의 15%입니다.
- 기존 카드 할부와 다른 대출까지 합쳐 25%를 넘으면 생활비가 꽤 빡빡해집니다.
저는 가계부에서 대출 상환액을 ‘필수 고정비’로 봅니다. 월세, 관리비, 보험료처럼 먼저 빠지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는 한도 조회보다 내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갈 돈을 먼저 적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사잇돌대출이 맞는 상황과 아닌 상황
사잇돌대출은 보통 은행권 대출이 애매하고, 고금리 대출은 부담스러운 중간 지대에서 많이 찾습니다. 이름 그대로 빈틈을 이어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활비 부족을 해결해주는 상품은 아닙니다.
맞을 수 있는 경우
- 소득은 꾸준한데 신용점수 때문에 은행 신용대출 조건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처럼 더 비싼 돈을 낮은 금리로 바꾸려는 경우
- 일시적인 지출 공백이 있고 6개월 이후 상환 계획이 분명한 경우
조심해야 하는 경우
- 이미 매달 적자가 반복되고 있는데 생활비를 메우려고 빌리는 경우
- 상환액을 넣으면 비상금 적립이 완전히 멈추는 경우
- 기존 대출 이자만 내고 원금은 거의 줄지 않는 상태인 경우
특히 생활비 적자가 원인이라면 대출은 시간을 벌어줄 뿐입니다. 3개월 연속으로 월 30만 원씩 부족한 집이 1,000만 원을 빌리면 처음에는 편해 보이지만, 몇 달 뒤에는 부족한 생활비에 대출 상환액까지 얹힙니다. 이때부터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갑니다.
3. 신청 전 가계부에서 확인할 3개 항목
사잇돌대출을 알아보기 전, 저는 딱 세 칸만 먼저 보라고 말합니다. 소득, 고정비, 변동비입니다. 너무 뻔해 보여도 이 세 칸을 숫자로 쓰면 판단이 꽤 달라집니다.
- 소득: 세후 월급, 사업 순수입, 연금처럼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
- 고정비: 주거비, 보험료, 통신비, 구독료, 기존 대출 상환액
- 변동비: 식비, 교통비, 병원비, 의류비, 외식비, 경조사비
예를 들어 세후 소득이 280만 원이고 고정비가 130만 원, 변동비 평균이 120만 원이라면 남는 돈은 30만 원입니다. 여기에 사잇돌대출 상환액 25만 원이 들어오면 남는 돈은 5만 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한 번의 병원비나 자동차 수리비로 바로 적자가 납니다.
반대로 같은 소득 280만 원이어도 고정비가 95만 원, 변동비가 110만 원이라면 남는 돈은 75만 원입니다. 이 경우 월 25만 원 상환이 들어와도 50만 원의 완충 공간이 있습니다. 같은 대출이라도 가계부 구조에 따라 부담감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4. 금리 1%보다 중요한 상환 기간
대출을 볼 때 금리 1% 차이에 민감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생활비 흐름에서는 상환 기간도 정말 중요합니다. 기간을 길게 잡으면 월 상환액은 줄지만 전체 이자는 늘고, 짧게 잡으면 총이자는 줄지만 매달 압박이 커집니다.
제 기준은 단순합니다. 비상금이 0원에 가까우면 무리하게 짧은 기간을 고르지 않습니다. 월 상환액을 낮춰서라도 최소한의 비상금 적립을 같이 가져가는 쪽이 낫습니다. 반대로 매달 여유자금이 꾸준히 남는 집이라면 기간을 너무 길게 잡지 않아도 됩니다.
사잇돌2는 저축은행 상품 기준으로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구조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윳돈이 생길 때 일부 상환을 할 수 있는지, 금융회사별 조건을 신청 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단, ‘중도상환이 가능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큰 금액을 빌리면 계획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돈은 남으면 갚는 게 아니라, 갚을 돈을 먼저 떼어둬야 실제로 줄어듭니다.
5. 대출 전 30일 소비 점검표
급한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비 점검을 하자는 말이 야속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압니다. 그런데 30일만 보면 대출 규모를 200만 원 줄일 수 있는 집이 꽤 많습니다. 그 200만 원은 앞으로 몇 달 동안의 이자를 줄여주는 돈입니다.
- 최근 30일 카드값에서 편의점, 배달, 택시 금액만 따로 더합니다.
- 구독료와 자동결제 중 2개월 이상 쓰지 않은 항목을 표시합니다.
- 보험료 중 보장 내용을 모르는 항목은 증권을 다시 확인합니다.
- 다음 달 꼭 나갈 지출과 미뤄도 되는 지출을 나눕니다.
예전에 한 달 배달비가 42만 원 나온 집이 있었습니다. 배달을 끊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 5회에서 주 2회로 줄이고 밀키트와 냉동식품을 섞었습니다. 다음 달 배달비가 19만 원대로 내려갔고, 택시비까지 줄이니 월 30만 원 가까이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정도면 1,000만 원 대출의 월 상환액 하나를 버틸 수 있는 차이입니다.
사잇돌대출은 나쁜 돈도, 좋은 돈도 아닙니다. 다만 내 가계부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돈입니다. 신청 전에는 금융회사 화면의 한도보다 내 통장의 반복되는 흐름을 먼저 보는 게 맞습니다. 대출이 생활을 덜 흔들게 만들려면, 승인 가능성보다 상환 가능성을 더 크게 봐야 합니다. 저는 그게 가계부를 오래 쓴 사람이 돈을 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