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 판화전, 울산에서 만나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 울산 중구 약사동에 위치한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선생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남준이라는 이름은 TV 여러 대를 모아 거북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판화전이라는 타이틀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이에 백남준 선생이 판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어떤 예술적 주파수를 만들어냈는지 궁금증을 안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 개요와 위치 안내
| 전시명 | 백남준 판화전: 예술의 주파수 |
|---|---|
| 장소 | 울산광역시 중구 곽남길 95 (약사동 541-1),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
| 전시기간 | 2026년 8월 4일(화)부터 9월 29일(화)까지 |
| 운영시간 | 09:00~18:00 (12:00~13:00 휴게), 매주 월요일 휴관 |
| 관람시간 | 09:30~17:30 |
| 문의전화 | 052-290-5600 |
대중교통으로는 약사아이파크(혜인학교 방면, 11202) 정류장에 216, 219, 412, 752, 중구51번 버스가, 약사아이파크(약사중학교 방면, 11201) 정류장에도 동일한 노선이 운행된다. 혜인학교 인근 정류장에서는 215, 216, 219, 318, 412, 732, 752번 버스가 이용 가능하다.
백남준과 판화의 만남
백남준 선생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서 TV와 비디오를 예술의 도구로 활용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판화 작품에 주목한다. 판화는 한정된 수량만 제작되며 각 작품마다 고유한 에디션 넘버가 부여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백남준 선생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소통하려 했던 의도를 판화 작품을 통해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역사적 배경과 주요 작품
백남준 선생의 첫 개인전은 1963년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TV를 예술 작품으로 갤러리에 처음 들여온 역사적인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TV 화면을 일부러 변형시키고 관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해 비디오 아트의 탄생을 알렸다.
파르나스 판화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담아 '아듀 캔버스'라는 제목으로 전통적인 캔버스 시대의 종말과 비디오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1989년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받은 백남준 선생은 혁명가와 철학자를 TV, 라디오, 스피커 부품으로 조립한 로봇으로 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혁명 정신을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한 TV 1,003대를 18m 높이로 쌓은 설치작품과 함께,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를 기리는 판화 시리즈도 전시 중이다. 이 시리즈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 속에서 일본 국기를 달고 경기에 임해야 했던 두 선수의 고통과 희망을 타임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백남준 선생은 모교인 경기고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무궁화를 주제로 한 판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는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과 역사를 상징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그의 예술적 뿌리를 돌아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작가들의 재해석과 전시의 의미
이번 전시에는 Shuk, Buttercup, Yeniko, 숲림, 양빈, 전세원, 정이화 등 국내 작가들이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백남준 선생의 예술적 유산이 시대를 넘어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원작과 오마주 작품을 비교하며 예술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확장되고 지속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관람 후기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만난 백남준 선생의 판화 작품은 비디오 아트 거장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평면의 판화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상상력과 메시지는 강렬하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예술이 얼마나 친근하고 흥미로울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했다.
비디오 화면 뒤에 숨겨져 있던 백남준 선생의 인간적인 온도와 거침없는 상상력을 판화라는 매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