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미니카 WBC 4강 오심 논란, 마지막 공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밤

미국-도미니카 WBC 4강 오심 논란, 마지막 공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밤

얼마 전 WBC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4강전을 다시 돌려봤는데, 처음 볼 때보다 더 찝찝했다. 스코어는 2-1, 내용은 투수전, 분위기는 거의 결승전급이었다. 그런데 경기 뒤에 남은 장면은 홈런도, 호수비도 아니라 9회말 마지막 스트라이크 콜이었다. 스포츠에서 이런 경기는 참 묘하다. 숫자로는 미국의 승리인데, 기억 속에는 도미니카의 항의가 더 오래 남는다.

2-1이라는 스코어가 만든 압력

2026년 3월 16일 한국시간,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WBC 4강전은 미국이 도미니카공화국을 2-1로 이긴 경기였다. 도미니카는 주니어 카미네로의 홈런으로 먼저 앞서갔고, 미국은 거너 헨더슨과 로만 앤서니의 솔로 홈런으로 뒤집었다. 딱 세 방의 홈런이 점수 전부였다.

이런 경기는 한 타석, 한 베이스, 한 판정이 너무 커진다. 10-2 경기의 애매한 스트라이크와 2-1 경기 9회말 2사 3루의 스트라이크는 무게가 다르다. 공식 기록지에는 똑같이 루킹 삼진으로 남지만, 보는 사람의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사실 미국도 쉽게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도미니카 타선은 이름값부터 압도적이었고, 관중석 분위기도 도미니카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었다. ESPN 보도 기준 관중은 3만6337명. WBC 특유의 국가대항전 열기가 붙으면서, 정규시즌 한 경기보다 감정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

문제의 장면, 페르도모의 풀카운트

논란의 중심은 9회말 2사 3루, 헤라르도 페르도모와 미국 마무리 메이슨 밀러의 승부였다. 점수는 미국 2-1 리드. 도미니카 입장에서는 볼넷이면 주자가 나가고, 다음 타자에게 동점 또는 역전 흐름을 넘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페르도모는 풀카운트까지 버텼다. 밀러의 강속구를 파울로 걷어내며 타이밍을 맞춰갔고, 마지막 공은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다. 중계 화면의 스트라이크존 그래픽과 여러 매체의 판정 분석을 보면, 그 공은 존 아래로 빠진 볼에 가까웠다. 페르도모가 1루로 걸어나가려는 동작을 보인 것도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주심 코리 블레이저의 손이 올라갔다. 루킹 삼진. 경기 종료. 미국 선수들은 뛰어나왔고, 도미니카 선수들은 멈춰 섰다. 이 장면 하나가 ‘오심 논란’이라는 키워드를 경기 전체 위에 덮어버렸다.

왜 더 크게 번졌나

  • 상황이 9회말 2사 3루 풀카운트였다.
  • 볼넷이면 동점 주자가 홈에 가까워지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었다.
  • 앞선 8회 후안 소토도 낮은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 WBC에는 당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ABS 챌린지가 없었다.

특히 후안 소토의 8회 삼진 장면까지 겹치면서 도미니카 쪽 불만은 더 커졌다. 한 번이면 경기 중 흔한 불운으로 넘길 수 있지만, 비슷한 낮은 코스가 반복되면 선수들은 존이 흔들린다고 느낀다. 그리고 국제대회 4강에서 그 감각은 곧 분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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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하나로만 보면 놓치는 경기의 흐름

그렇다고 이 경기를 마지막 공 하나로만 읽으면 또 중요한 장면들이 빠진다. MLB 공식 경기 분석에서도 짚었듯, 도미니카는 경기 중 스스로 살리지 못한 기회가 있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3루 진루 시도였다. 우익수 애런 저지의 송구에 잡히면서 흐름이 끊겼고, 이런 베이스러닝 하나도 1점 승부에서는 크게 남는다.

미국은 공격에서 길게 몰아치지는 못했지만, 홈런 두 방으로 최소한의 득점을 만들었다. 도미니카가 더 화려한 타선을 갖고 있어도 단기전에서는 ‘언제 터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카미네로의 홈런은 선취점이었지만, 미국의 두 솔로포는 곧바로 경기의 방향을 바꿨다.

불펜 싸움도 컸다. 미국은 경기 후반 강한 구위의 투수들을 앞세워 도미니카 타선을 눌렀고, 도미니카는 장타 한 방이나 연속 출루로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서 페르도모 타석이 더 극적으로 보였다. 이미 길이 좁아진 상태에서 마지막 문까지 닫힌 느낌이었다.

ABS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이 논란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2026시즌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특히 챌린지 방식 도입을 준비하거나 시행하는 흐름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WBC는 국가별 선수단, 구장, 대회 운영 조건이 복잡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기술이 있는데 국제대회에는 없었다는 점이 팬들의 불만을 키웠다. 야구는 오래전부터 심판의 존을 경기 일부로 받아들여 왔다. 근데 이제 팬들은 화면으로 바로 확인한다. 공이 낮았는지, 바깥쪽이었는지, 존을 스쳤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본다. 심판의 권위보다 화면의 좌표가 먼저 설득력을 갖는 시대가 됐다.

미국 마크 데로사 감독도 도미니카가 화낼 만한 상황이라는 취지로 반응했고, ABS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승리한 쪽 감독까지 기술 판정 필요성을 말한다는 건, 이 논란이 단순히 패자의 불평으로만 소비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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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록은 미국 승리로 남는다

공식 기록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은 2-1로 이겼고, 도미니카는 4강에서 멈췄다. 페르도모의 타석은 루킹 삼진, 밀러는 세이브성 마침표를 찍은 투수로 남는다. 야구 기록의 냉정함은 여기에 있다. 논란과 감정은 길게 이어져도, 박스스코어는 아주 짧게 말한다.

하지만 팬들이 기억하는 경기는 박스스코어보다 넓다. 도미니카가 얼마나 강한 전력을 갖고 있었는지, 미국이 얼마나 얇은 차이로 버텼는지, 그리고 마지막 판정이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는지까지 같이 남는다. 솔직히 이 경기는 미국이 잘해서 이긴 경기이면서도, 도미니카가 억울함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나는 이런 경기일수록 기록과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2-1이라는 숫자는 승자를 알려주지만, 그 밤의 온도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WBC 같은 무대에서 판정 시스템 논의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은 이제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만들어진 경로까지 같이 본다.

미국-도미니카 WBC 4강 오심 논란, 마지막 공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