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간월재를 평일 아침에 걸어봤더니, 유명한 곳에도 조용한 시간이 있었다

울산 간월재를 평일 아침에 걸어봤더니, 유명한 곳에도 조용한 시간이 있었다

얼마 전 울산 간월재를 다시 걸었다. 사실 간월재는 이미 꽤 유명한 곳이라 ‘숨은 장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을 억새철 주말에는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지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평일 아침, 조금 이른 시간에 사슴농장 쪽 길로 천천히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조용했다. 유명한 장소에도 빈틈 같은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들어가면 여행의 표정이 꽤 달라진다.

사슴농장 코스로 천천히 올라간 이유

간월재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슴농장 코스가 가장 부담이 적다. 울산관광과 한국관광공사 안내에서도 이 길은 비교적 평탄한 임도가 약 6km 이어지는 코스로 소개된다. 왕복으로 생각하면 짧은 산책은 아니지만, 돌계단을 계속 치고 오르는 산길보다는 호흡을 고르기 쉽다.

나는 보통 이 길을 ‘등산’보다 ‘긴 산책’에 가깝게 느낀다. 초반에는 숲이 양옆을 막아주고, 길 폭도 넉넉해서 마음이 급하지 않다. 대신 지루할 수는 있다. 계속 비슷한 임도가 이어져서, 풍경이 확 바뀌는 재미를 기대하면 초반 30분쯤은 조금 심심하다. 근데 그 심심함이 간월재에 잘 어울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길을 걷다 보면, 발소리와 숨소리가 슬슬 또렷해진다.

사람 적은 시간은 생각보다 분명했다

간월재가 한적하게 느껴지는 시간은 대체로 평일 이른 오전이었다. 특히 억새가 절정인 10월 주말과 공휴일은 피하는 편이 낫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겹치고, 정상부 데크 주변은 사진을 기다리는 흐름이 생긴다. 반대로 오전 7시대에 출발하면 간월재에 닿았을 때 바람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린다.

물론 계절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봄에는 억새가 막 올라오는 연한 초록빛이 좋고, 여름에는 해가 강해서 그늘 없는 구간이 조금 버겁다. 가을은 풍경만 놓고 보면 가장 화려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다. 겨울은 바람이 세고 체감온도가 낮아 준비가 필요하지만, 맑은 날에는 능선이 차갑고 선명하게 떠오른다. 솔직히 ‘사진 잘 나오는 계절’과 ‘걷기 좋은 계절’은 꼭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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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의 진짜 매력은 정상보다 고개에 있었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고개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도착했을 때 ‘올라왔다’는 느낌보다 ‘어딘가를 지나가는 중’이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옛날에는 배내골과 언양을 오가던 길목이었다고 한다. 울산관광 안내에서도 간월재를 장터로 넘어가던 고개로 설명하는데, 그 이야기를 알고 걷다 보면 억새밭이 단순한 포토존처럼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많은 날에는 억새가 한 방향으로 눕는다. 그 움직임이 꽤 크다. 멀리서 보면 은빛 물결이라는 표현이 흔하지만, 가까이 서 있으면 물결보다는 숨을 쉬는 풀밭에 가깝다. 데크 위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가기엔 조금 아깝다. 휴게소 주변에서 바로 돌아서기보다, 사람이 덜 모인 가장자리 쪽으로 몇 걸음만 더 걸어가도 소리가 달라진다. 말소리는 줄고 바람이 커진다.

가볍게 가도 되지만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길

사슴농장 코스가 비교적 쉽다고 해도 간월재는 산 위의 공간이다. 편도 약 6km를 걸어야 하고, 왕복하면 반나절은 잡는 게 편하다. 물은 최소 1리터 정도 챙기는 게 좋았고, 가을에도 바람막이는 거의 필수에 가까웠다. 출발할 때는 덥다가도 위쪽에 닿으면 땀이 식으면서 금방 서늘해진다.

  • 주말보다 평일 오전이 훨씬 조용하다.
  • 억새 절정기에는 이른 출발이 체감 차이를 만든다.
  • 운동화보다는 접지력 있는 트레킹화가 편하다.
  • 정상부는 바람이 강해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 사진보다 걷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덜 피곤하다.

주차는 방문 시기와 시간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 억새철 주말에는 아래에서부터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간월재를 누군가에게 권할 때 꼭 시간을 같이 말한다. 장소만 좋다고 해서 여행이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살짝 비껴가야 그 장소가 가진 조용한 얼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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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더 오래 남는 풍경

간월재는 도착했을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오래 남았다. 올라갈 때는 언제쯤 능선이 열릴까 기다리느라 바쁘고, 도착해서는 바람과 풍경에 잠깐 들뜬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는 이미 본 풍경이 몸 안에 들어와 있어서 그런지, 숲길의 반복도 덜 심심하다. 같은 길인데 발걸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울산 간월재는 완전히 한적한 비밀 장소는 아니다. 유명하고, 계절에 따라 붐비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평일 아침의 간월재에는 아직 고개다운 조용함이 남아 있었다. 여행지가 너무 알려졌다고 해서 늘 같은 얼굴만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시간을 조금 바꾸고, 걸음을 조금 늦추면 익숙한 이름 아래에 다른 풍경이 숨어 있다.

울산 간월재를 평일 아침에 걸어봤더니, 유명한 곳에도 조용한 시간이 있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