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플랜테리어는 예쁜 화분보다 위치부터 잡아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 집에 가서 거실 한쪽을 봤는데, 식물은 정말 예쁜데 화분 받침 주변 마루가 살짝 떠 있더군요. 물을 많이 줘서가 아니라, 화분과 받침 사이에 물기가 오래 고여 있었던 겁니다. 플랜테리어 화분은 식물만 살리는 물건이 아니라 바닥, 벽, 동선까지 같이 봐야 하는 인테리어 요소입니다.
저도 처음엔 큰 몬스테라 하나만 들이면 집 분위기가 확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화분 크기, 받침 높이, 햇빛 방향, 물 주는 자리까지 맞아야 오래 갑니다. 특히 초보라면 식물보다 화분을 먼저 욕심내면 실패가 빠릅니다. 무거운 토분을 샀는데 배수가 불편하거나, 예쁜 도자기 화분을 샀는데 물 빠짐 구멍이 없으면 관리가 바로 귀찮아집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집 안에서 식물이 머물 자리를 2곳 정도만 정하세요. 거실 창가, 주방 옆 선반, 침실 협탁처럼 생활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곳이 좋습니다. 문 열고 닫는 자리, 로봇청소기 지나가는 길, 아이나 반려동물이 자주 움직이는 라인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화분 재질별로 장단점이 꽤 다릅니다
플랜테리어 화분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색과 디자인인데, 실제 관리에서는 재질 차이가 큽니다. 같은 식물을 심어도 토분, 플라스틱, 세라믹 화분이 물 마르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물을 주면 뿌리가 썩거나 잎끝이 마르는 일이 생깁니다.
토분
토분은 숨을 쉬는 재질이라 흙이 비교적 빨리 마릅니다. 과습이 걱정되는 초보에게 괜찮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도 좋습니다. 대신 물 얼룩이 생기고, 바닥에 흙가루가 묻을 수 있습니다. 큰 사이즈는 꽤 무거워서 자주 옮기기 어렵습니다. 20cm 이상 토분은 물 준 뒤 들면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플라스틱 화분
가볍고 가격이 낮습니다. 1만 원 안팎으로도 쓸 만한 제품이 많고, 식물을 자주 옮겨야 하는 집이면 편합니다. 단점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땐 식물을 플라스틱 포트에 그대로 두고 겉화분만 따로 쓰는 방식이 좋습니다. 관리도 쉽고, 분위기도 살릴 수 있습니다.
세라믹과 도자기 화분
인테리어 효과는 확실합니다. 흰 벽 앞에 무광 세라믹 화분 하나만 둬도 공간이 단정해 보입니다. 그런데 물 빠짐 구멍이 없는 제품이 많습니다. 이런 화분은 직접 흙을 채워 심기보다 속화분을 넣어 쓰는 게 안전합니다. 물을 준 뒤에는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인 물을 버려야 합니다.
- 처음 시작 예산: 식물 포함 작은 화분 1개당 1만5천 원에서 4만 원 정도
- 중형 화분 예산: 식물 포함 5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
- 필수 준비물: 물받침, 분갈이 흙, 마사토 또는 난석, 장갑, 작은 삽
- 있으면 편한 도구: 분무기, 이동식 화분 받침대, 흙 매트
초보자는 큰 화분 하나보다 작은 화분 세 개가 편합니다
솔직히 사진으로 보면 대형 화분 하나가 훨씬 멋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리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큰 화분은 흙 양이 많아서 물이 마르는 속도를 감으로 잡기 어렵습니다. 겉흙은 말랐는데 안쪽은 젖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상태에서 또 물을 주면 뿌리 쪽이 답답해집니다.
처음 플랜테리어를 시작한다면 10cm에서 15cm 정도 화분 2개, 18cm 정도 화분 1개 조합이 무난합니다. 예를 들면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산세베리아처럼 비교적 튼튼한 식물로 시작하는 식입니다. 세 식물은 빛이 아주 강하지 않아도 버티는 편이라 실내 적응이 쉽습니다.
배치는 높이를 다르게 주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바닥에 하나, 낮은 스툴 위에 하나, 선반 위에 하나. 이렇게만 해도 식물이 한 줄로 늘어선 느낌이 줄어듭니다. 저는 작은 원목 스툴을 많이 씁니다. 새로 사도 1만 원대부터 있고, 중고로 구하면 더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단, 흔들리는 스툴은 쓰지 마세요. 물 준 뒤 화분 무게가 늘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분갈이는 30분 작업이 아니라 1시간 작업으로 잡으세요
인터넷에서는 분갈이를 금방 끝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준비와 청소 시간이 더 깁니다. 화분 하나만 해도 흙 펼치고, 뿌리 상태 보고, 바닥층 깔고, 식물 세우고, 주변 닦는 데 40분에서 1시간은 잡는 게 맞습니다. 초보라면 두 개만 해도 반나절 기분 납니다.
작업은 베란다나 욕실 근처에서 하는 게 편합니다. 거실에서 할 거면 바닥에 김장 매트나 큰 비닐을 깔아야 합니다. 신문지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물기 있는 흙이 닿으면 찢어지고, 마루 틈으로 흙이 들어갑니다. 제가 예전에 신문지 믿고 분갈이했다가 틈새 흙 빼느라 청소기를 세 번 돌렸습니다.
- 화분 바닥에 배수망을 올립니다.
- 난석이나 굵은 마사토를 2cm 정도 깝니다.
- 분갈이 흙을 조금 넣고 식물 높이를 맞춥니다.
- 식물을 세운 뒤 빈 공간에 흙을 채웁니다.
- 손으로 너무 세게 누르지 말고 흔들림만 잡습니다.
- 물을 천천히 주고 받침에 고인 물은 버립니다.
여기서 많이 막히는 부분이 식물 높이입니다. 흙을 너무 많이 덮으면 줄기 아랫부분이 습해지고, 너무 얕으면 식물이 흔들립니다. 기존 포트에 심겨 있던 흙 높이와 비슷하게 맞추는 게 안전합니다.
집을 망치지 않으려면 물 관리가 절반입니다
플랜테리어 화분에서 제일 조심할 건 과습보다도 바닥 손상입니다. 마루, 장판, 원목 가구 위에 화분을 바로 두면 물 자국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원목 선반은 받침을 둬도 습기가 오래 머물면 자국이 남습니다. 화분 아래에는 물받침 하나만 두지 말고, 통풍이 되는 낮은 받침대나 코르크 매트를 같이 쓰면 훨씬 낫습니다.
물 주기는 날짜로 외우면 잘 안 맞습니다. 집마다 햇빛, 난방, 환기가 다릅니다. 손가락을 흙에 2cm 정도 넣었을 때 말라 있으면 물을 주는 식이 더 정확합니다. 겨울에는 2주 넘게 물을 안 줘도 괜찮은 경우가 있고, 여름 창가에서는 일주일 안에 마를 때도 있습니다.
전기 콘센트 근처에는 큰 화분을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 줄 때 튀거나 받침이 넘치면 위험합니다. 조명과 식물을 같이 연출하고 싶다면 콘센트 위치를 먼저 보고, 멀티탭은 바닥에 두지 말고 벽면이나 가구 뒤쪽에 올려 고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전기 배선 이동이나 콘센트 증설은 직접 하지 않는 쪽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처음 구성은 이렇게 잡으면 실패가 적습니다
거실 기준으로 가장 무난한 구성은 중형 식물 1개, 작은 식물 2개, 빈 공간 1곳입니다. 식물을 너무 촘촘히 놓으면 처음 며칠은 예쁜데 청소가 불편해집니다. 먼지가 쌓이고 물 줄 때마다 화분을 옮겨야 해서 결국 손이 덜 갑니다.
색은 화분끼리 2가지 정도만 맞추면 됩니다. 예를 들어 흰색 세라믹 2개에 토분 1개, 또는 베이지톤 플라스틱 2개에 짙은 회색 화분 1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모든 화분을 세트로 맞추면 오히려 매장 진열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조금 다른 질감이 섞여야 자연스럽습니다.
처음 비용은 8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면 꽤 괜찮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식물 3개, 화분이나 겉화분 3개, 흙, 난석, 받침까지 포함한 금액입니다. 이미 집에 큰 그릇이나 바구니가 있다면 겉화분처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안쪽에 물이 고이지 않게 속화분을 꺼내 물을 주고, 물이 빠진 뒤 다시 넣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플랜테리어는 많이 들이는 것보다 오래 버틸 수 있게 놓는 게 더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거실을 식물원처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세 개만 잘 살아도 집 분위기는 충분히 바뀝니다. 그리고 식물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다음 화분을 하나씩 늘리는 재미가 꽤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