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복의 『재미』를 다시 펼쳐봤더니, 의외로 생활 처방전 같았다

한상복의 『재미』를 다시 펼쳐봤더니, 의외로 생활 처방전 같았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한상복 작가의 『재미』를 다시 꺼냈다. 예전에는 그냥 가볍게 읽는 자기계발서쯤으로 넘겼는데, 요즘 다시 보니 느낌이 달랐다. 재미라는 말이 생각보다 생활에 깊게 붙어 있었다. 밥 먹는 일, 출근하는 길, 사람 만나는 방식, 심지어 방 청소까지도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우리는 재미를 꽤 사치스러운 감정처럼 다룬다. 일단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챙기는 것. 그런데 막상 하루를 굴러가게 만드는 힘은 의외로 대단한 의지보다 작은 재미일 때가 많았다. 한상복의 『재미』를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멈춘 지점도 그 부분이었다.

재미는 큰 이벤트가 아니라 작은 반응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재미라고 하면 여행, 취미, 공연, 게임처럼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을 떠올렸다. 그런데 일상에서 오래 가는 재미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다. 커피 맛이 어제보다 조금 낫다든지, 같은 길인데 오늘은 햇빛이 좋다든지, 할 일을 체크했을 때 묘하게 속이 시원하다든지 하는 정도였다.

직접 내 하루를 관찰해보니 재미가 생기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똑같은 청소라도 “해야 해서 한다”와 “15분만 재보고 한다”는 체감이 달랐다. 타이머를 켜고 해보니 설거지는 평균 7분, 빨래 개기는 12분 정도 걸렸다. 막연히 귀찮다고 느끼던 일이 숫자로 보이니 생각보다 만만했다.

이게 꽤 중요했다. 재미는 일이 쉬워져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다루고 있다는 감각에서 생기기도 했다. 한상복이 말하는 재미도 단순한 웃김보다는 삶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에 가까워 보였다.

재미없는 일이 재미있어지는 순간

나는 반복 업무를 싫어하는 편이다. 영수증 모으기, 냉장고 비우기, 메일함 비우기 같은 일은 시작 전부터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이번에 일부러 실험을 해봤다. 재미없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첫째, 시간을 짧게 끊었다. 둘째, 결과가 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셋째, 끝난 뒤 작은 보상을 붙였다. 예를 들어 냉장고 정리는 “전체 청소”가 아니라 “문쪽 칸만 비우기”로 줄였다. 10분 안에 끝내고, 버린 양을 봉투 하나로 확인했다. 그리고 남은 재료로 간단한 볶음밥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니 신기하게도 하기 싫은 일이 조금 덜 무거워졌다. 재미가 갑자기 폭발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아, 이 정도면 할 수 있네”라는 감각이 생겼다. 솔직히 생활 문제의 대부분은 엄청난 해결책보다 이 정도의 작은 전환이 더 잘 먹힌다.

  • 시간을 10~15분 단위로 자르면 시작 부담이 줄었다.
  • 전후 차이가 보이면 성취감이 빨리 왔다.
  • 보상이 크지 않아도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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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식 재미가 생활 노하우로 읽힌 이유

『재미』가 흥미로웠던 건, 재미를 웃고 떠드는 감정 하나로 좁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의미만으로 오래 버티기 어렵고, 의무만으로도 금방 지친다. 그 사이에 재미가 끼어들면 같은 일도 덜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운동도 그렇다. 건강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첫날부터 숙제 같다. 그런데 걸음 수를 기록하거나, 어제보다 500보만 더 걷는 식으로 바꾸면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실제로 일주일 동안 점심 뒤 20분 걷기를 해봤는데, 첫날은 2,300보 정도였고 나흘째에는 3,100보까지 늘었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억지 긍정이 아니었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다고 우기는 건 금방 들통난다. 대신 재미가 들어올 틈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규칙을 조금 바꾸고, 결과를 보이게 하고, 내 취향을 한 숟가락 넣는 것. 이 정도면 평범한 하루에도 꽤 쓸 만했다.

직접 해보니 효과 있었던 작은 장치들

책을 읽고 나서 내 생활에 붙여본 장치가 몇 가지 있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이름 붙이기였다. 그냥 “방 치우기”라고 하면 너무 넓고 지루하다. 대신 “바닥 되찾기 12분”이라고 적었다. 별것 아닌데 시작 버튼이 조금 가벼워졌다.

두 번째는 비교 대상을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로 바꾸는 것이다. 남이 얼마나 생산적으로 사는지 보면 재미보다 초조함이 먼저 온다. 반대로 어제보다 책상 위 물건이 3개 줄었다거나, 배달 대신 집밥을 한 번 먹었다는 식으로 보면 생활이 덜 빡빡해진다.

세 번째는 결과보다 과정에 작은 표식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달력에 표시를 하거나, 메모 앱에 한 줄만 적었다. “오늘은 걷기 성공”, “냉장고 한 칸 비움”, “영수증 8장 처리” 같은 문장이다. 숫자가 쌓이면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재미는 때로 기록을 먹고 자라는 감정 같았다.

내가 써본 방식

  • 귀찮은 일에 별명을 붙였다.
  • 15분 안에 끝나는 단위로 쪼갰다.
  • 전후 사진이나 숫자로 변화를 확인했다.
  • 완벽하게 끝내기보다 다시 하고 싶을 정도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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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너무 큰 감정으로 기대하지 않기

한상복의 『재미』를 다시 읽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남은 생각은 이거였다. 재미는 매일 신나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지루한 생활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작은 받침대에 가깝다. 그래서 재미를 찾겠다고 삶을 통째로 바꾸려 하면 금방 피곤해진다.

나에게는 하루에 하나 정도면 충분했다. 점심 메뉴를 새로 골라보는 것, 퇴근길에 다른 골목으로 걸어보는 것, 청소를 타이머 게임처럼 해보는 것. 그렇게 작게 넣은 재미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생활은 대부분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반복 안에 아주 작은 변주를 넣는 사람이 덜 지치는 것 같다.

읽고 나니 『재미』라는 제목이 가볍게만 보이지 않았다. 재미는 놀 때만 필요한 감정이 아니라, 살림과 일과 관계를 조금 덜 퍽퍽하게 만드는 기술에 가까웠다. 거창한 변화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 커피를 조금 다르게 내려보는 정도의 실험은 계속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한상복의 『재미』를 다시 펼쳐봤더니, 의외로 생활 처방전 같았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