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적 전에 집 상태부터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거실 분위기만 바꾸고 싶다며 홈스타일링 견적을 받았는데, 처음엔 120만 원이라고 했다가 최종 금액이 260만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업체가 일부러 속였다는 느낌보다는, 처음 상담할 때 집 상태와 원하는 범위를 너무 뭉뚱그려 말한 게 컸습니다. “따뜻한 느낌으로 바꾸고 싶어요”는 예쁘지만 견적에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벽을 칠할지, 조명을 바꿀지, 커튼만 손볼지, 가구 배치까지 맡길지에 따라 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셀프 인테리어를 오래 하면서 견적을 받을 때 꼭 방별로 적습니다. 거실 1개, 침실 2개, 주방 1개처럼 공간을 나누고, 각 공간마다 바꾸고 싶은 항목을 씁니다. 예를 들면 거실은 벽지 유지, 커튼 교체, 조명 교체, 러그 추가. 침실은 침대 방향 변경, 협탁 구매, 벽 페인트 1면. 이렇게 적어야 업체도 헛다리 짚지 않습니다.
사진도 중요합니다. 낮에 찍은 전체 사진, 밤에 조명 켠 사진, 콘센트 위치, 창문 크기, 기존 가구 크기까지 있으면 훨씬 좋습니다. 줄자로 대충이라도 재서 적어두면 상담 시간이 줄고, 그만큼 견적이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홈스타일링 견적은 보통 어디서 갈리나
홈스타일링 견적은 크게 상담비, 디자인 제안비, 제품 구매비, 시공비, 설치비로 나뉩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설치비입니다. 커튼은 원단값만 보는 분이 많은데, 레일 설치와 방문 실측, 출장비가 붙으면 금액이 꽤 달라집니다. 조명도 제품값 5만 원짜리를 골라도 전기기사 방문비가 7만~15만 원 붙을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범위를 잡아보면, 소품 중심 홈스타일링은 한 공간 기준 30만~80만 원 선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튼, 러그, 쿠션, 액자, 조명 일부 정도입니다. 가구 배치와 구매 대행까지 들어가면 100만~300만 원대로 올라갑니다. 도배, 필름, 페인트, 조명 교체가 같이 들어가면 작은 원룸도 200만 원을 넘기기 쉽습니다. 20평대 아파트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작업은 500만 원 이상 잡는 게 마음 편합니다.
물론 집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벽지가 깨끗하고 가구도 살릴 수 있으면 비용이 확 줄어듭니다. 반대로 몰딩 색이 너무 튀거나, 바닥 색이 어둡거나, 조명 위치가 애매하면 소품만 바꿔서는 티가 덜 납니다. 이럴 땐 예쁜 쿠션보다 벽과 조명에 돈을 먼저 쓰는 게 효과가 큽니다.
견적서에서 꼭 봐야 할 항목
- 상담비와 디자인 제안비가 별도인지
- 제품 구매 대행 수수료가 포함인지
- 배송비, 설치비, 출장비가 빠져 있지 않은지
- 기존 가구 이동이나 폐기 비용이 있는지
- 조명, 선반, 커튼 설치를 누가 책임지는지
셀프로 할 것과 맡길 것을 나누면 예산이 줄어듭니다
솔직히 홈스타일링을 전부 맡기면 편합니다. 그런데 예산이 정해져 있다면 손을 댈 부분과 돈을 쓸 부분을 나눠야 합니다. 저는 페인트 한 면 칠하기, 손잡이 교체, 액자 걸기, 작은 선반 설치 정도는 직접 해도 된다고 봅니다. 준비 시간까지 치면 느리긴 하지만, 도구만 있으면 실패해도 복구가 되는 작업입니다.
반대로 전기 배선이 필요한 조명 이동, 천장 보강이 필요한 무거운 선반, 수도와 연결된 주방 작업은 전문가를 불러야 합니다. 특히 조명은 스위치 내리고 전선 연결만 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는 글이 많은데, 집마다 배선 상태가 다르고 오래된 아파트는 선 색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전기는 아끼는 항목이 아닙니다.
도구 구매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전동드릴은 앞으로 커튼, 선반, 가구 조립을 계속 할 생각이면 사도 됩니다. 10만 원 안팎 제품으로도 가정용은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타카, 레이저 레벨기, 큰 사다리처럼 자주 쓰지 않는 장비는 빌리거나 설치 기사에게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장비값보다 보관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같은 예산이면 우선순위를 이렇게 잡습니다
홈스타일링 견적을 받을 때 “예산은 최대 200만 원입니다”라고만 말하면 업체는 그 안에서 가능한 조합을 만듭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우선순위를 안 주면 결과가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빛, 큰 면적, 생활 동선 순서로 봅니다.
첫째는 조명입니다. 같은 가구도 주광색 형광등 아래에서는 사무실처럼 보이고, 전구색 간접등 아래에서는 훨씬 편안해 보입니다. 거실 메인등을 그대로 두더라도 플로어 스탠드나 식탁 펜던트 하나로 분위기가 바뀝니다. 단, 펜던트 위치 이동은 전기 작업이라 비용을 따로 봐야 합니다.
둘째는 커튼과 벽입니다. 창이 큰 집은 커튼 면적이 벽만큼 크게 보입니다. 저렴한 가구를 써도 커튼 길이가 천장 가까이에서 바닥까지 떨어지면 집이 훨씬 정돈돼 보입니다. 벽은 전체 도배가 부담되면 한 면 페인트나 포인트 벽지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납니다.
셋째는 가구 크기입니다. 홈스타일링 실패의 절반은 예쁜 물건을 샀는데 집에 비해 너무 큰 경우입니다. 24평 거실에 깊이 100cm 넘는 소파를 넣으면 통로가 바로 답답해집니다. 구매 전에는 바닥에 마스킹테이프로 가구 크기를 표시해보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이건 제가 아직도 하는 방법입니다.
견적 비교할 때 싼 금액만 보면 나중에 피곤합니다
견적을 3곳 정도 받아보면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그런데 가장 싼 곳이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어떤 곳은 제품비를 낮게 잡고 설치비를 나중에 붙입니다. 어떤 곳은 디자인 제안은 예쁜데 실제 구매 가능한 제품이 아니라 예산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견적서는 총액보다 포함 범위를 봐야 합니다.
상담할 때는 “이 금액에서 빠진 비용이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또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지, 업체가 구매해야만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 구매가 가능하면 카드 할인이나 적립을 챙길 수 있습니다. 대신 배송 일정과 반품 처리는 본인이 감당해야 합니다.
작업 기간도 꼭 물어봐야 합니다. 소품 배치만이면 하루면 충분하지만, 커튼 제작은 보통 실측 후 7~14일이 걸립니다. 페인트는 하루 만에 칠할 수 있어도 냄새 빠지고 가구 다시 넣는 시간까지 봐야 합니다. 도배나 필름까지 들어가면 일정은 더 길어집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하루 완성 사진은 준비와 주문 기간이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 전에 준비하면 좋은 메모
- 전체 예산과 절대 넘기 싫은 금액
- 살리고 싶은 가구와 버릴 가구
- 원하는 분위기 사진 5장 이하
- 집에서 불편한 동선이나 어두운 공간
- 직접 할 수 있는 작업과 맡길 작업
홈스타일링 견적은 예쁜 집을 사는 가격표라기보다, 내 집에서 어디를 고치면 가장 티가 나는지 찾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예산이 작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조명 하나, 커튼 길이 하나, 가구 크기 하나를 대충 넘기지 않으면 결과가 훨씬 단단해집니다. 제 경험상 돈을 많이 쓴 집보다 기준을 정확히 잡은 집이 오래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