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서 종합비타민을 사 가시려던 분이 손에 비타민D, 비타민C, 루테인까지 들고 오셨어요. “이거 다 같이 먹어도 되죠?”라고 물으셨는데, 사실 이런 질문이 효능 질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비타민은 익숙해서 안전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종류와 용량,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약국에서 11년째 일하면서 비타민을 “몸에 좋은 것”으로만 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구분하고 있고, 기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말이 곧 누구에게나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타민은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요?
비타민은 크게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눕니다. 수용성은 비타민B군, 비타민C처럼 물에 잘 녹는 종류이고, 지용성은 비타민A, D, E, K처럼 지방과 함께 흡수되는 종류입니다. 수용성은 남는 양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고용량을 오래 먹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C는 감기 예방 목적으로 많이 드시지만, 고용량을 먹으면 속쓰림, 설사, 복부 불편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장결석 병력이 있는 분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서도 성인 비타민C의 상한섭취량은 하루 2,000mg으로 안내합니다. 시중 제품 중에는 한 알에 1,000mg인 제품도 많아서 두세 가지를 겹치면 생각보다 금방 올라갑니다.
비타민D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성인의 일반적인 권장량은 하루 600~800IU 정도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고, 상한섭취량은 하루 4,000IU로 자주 제시됩니다. 다만 결핍 치료 목적으로 의사가 일정 기간 더 높은 용량을 처방하는 경우는 별도입니다. 문제는 5,000IU, 10,000IU 제품을 검사 없이 오래 드시는 경우입니다. 비타민D가 과하면 혈중 칼슘이 올라가 메스꺼움, 갈증, 소변 증가, 신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같이 먹으면 조심해야 하는 조합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조합은 비타민K와 와파린입니다. 와파린은 혈액응고를 조절하는 약인데, 비타민K 섭취량이 갑자기 늘거나 줄면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비타민K를 무조건 끊는 게 아니라, 일정하게 먹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입니다. 녹색 채소, 종합비타민, 뼈 건강 제품에 비타민K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비타민E도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드시는 분에게는 가볍게 볼 성분이 아닙니다. 고용량 비타민E는 출혈 위험과 관련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같은 약을 드시는 분은 “천연 비타민E니까 괜찮겠지”보다 먼저 약사나 의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타민D와 칼슘을 함께 먹는 조합도 흔합니다. 뼈 건강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조합이지만,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복용 중이거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분은 혈중 칼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디곡신 같은 심장약을 드시는 분도 칼슘 변화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상담이 필요합니다.
비타민C와 철분은 흡수를 도와주는 조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철분제를 먹을 때 비타민C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위가 예민한 분은 속이 쓰리거나 메스꺼울 수 있고, 철분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습관처럼 추가할 이유는 부족합니다. 특히 철분은 과량 섭취 시 변비, 복통, 간 부담이 생길 수 있어 검사 결과나 진료 내용을 기준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종합비타민을 먹는데 단일 비타민을 더해도 될까요?
약국에서 가장 많이 확인하는 부분이 성분 중복입니다. 종합비타민 한 알에 비타민A, D, E, K, B군, 아연, 셀레늄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눈 영양제, 피로 영양제, 뼈 건강 제품을 더하면 같은 성분이 겹칩니다. 제품 이름은 달라도 뒷면의 원료명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눈 건강” 제품에는 비타민A 또는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을 수 있고, “피로” 제품에는 비타민B군이 고함량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타민B6는 장기간 고용량 섭취 시 손발 저림 같은 신경 증상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제품마다 기준이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고함량 제품을 여러 개 겹쳐 먹는 습관은 피하는 쪽이 낫습니다.
엽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 준비나 임신 초기에는 중요한 영양소지만, 고용량 엽산을 오래 먹으면 비타민B12 부족이 가려질 수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 손발 저림, 빈혈, 위장질환 병력이 있는 분이라면 단순히 “피곤해서 비타민을 더 먹자”로 접근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복용 시간은 어떻게 잡는 게 편할까요?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는 식사와 함께 먹는 편이 흡수에 유리합니다. 특히 기름기가 아주 없는 식사만 하는 경우보다 평소 식사 후가 낫습니다. 반대로 비타민B군은 속이 불편하지 않다면 아침이나 점심 식후에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늦은 저녁에 먹으면 사람에 따라 잠이 예민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비타민C는 위가 약한 분이라면 공복보다 식후가 편합니다. 철분제와 함께 먹는 경우에는 커피, 녹차, 칼슘제와 시간을 띄우는 게 좋습니다. 칼슘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고, 커피나 차의 일부 성분도 철분 흡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는 보통 철분은 아침 또는 점심 사이, 칼슘은 저녁 식후처럼 나눠 잡아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종합비타민과 단일 비타민을 함께 먹을 때는 같은 성분의 합산 용량을 확인합니다.
- 와파린, 항혈소판제, 이뇨제, 심장약, 항경련제, 여드름 치료제 등을 복용 중이면 먼저 상담이 필요합니다.
- 임신 준비, 임신, 수유, 신장질환, 간질환, 암 치료 중인 경우에는 제품 선택 전 의료진 확인이 안전합니다.
- 검사에서 결핍이 확인된 경우와 피곤해서 임의로 고용량을 먹는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합니다.
비타민을 고를 때 제가 꼭 보는 것
저는 제품 앞면의 “고함량”, “프리미엄”보다 뒷면의 함량표를 먼저 봅니다. 특히 비타민D는 IU와 마이크로그램 표기가 섞여 있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1마이크로그램은 40IU입니다. 25마이크로그램이면 1,000IU, 100마이크로그램이면 4,000IU입니다. 이 계산만 알아도 중복 섭취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복용 기간입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며칠 비타민C를 조금 더 먹는 것과, 고함량 제품을 1년 내내 먹는 건 다릅니다. 피로가 오래가면 비타민 부족만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면, 빈혈, 갑상선, 혈당, 간 기능, 우울감, 복용 중인 약까지 같이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비타민은 분명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다만 “좋다니까 하나 더”가 반복되면 필요한 양을 넘기 쉽습니다. 약을 드시는 분, 질환이 있는 분, 여러 제품을 이미 먹고 있는 분이라면 제품을 들고 약국에 오셔서 함량표를 같이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광고 문구보다 내 몸의 상태와 지금 먹는 약 목록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