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목이 뻐근한 정도를 넘어서 팔까지 찌릿한 날이 있었다. 처음엔 잠을 잘못 잤나 싶었는데, 이틀째 되니 마우스를 잡는 손끝까지 이상했다. 정형외과를 갈까, 한의원을 갈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 간판에서 자주 보던 마취통증의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만 보면 마취를 하는 곳 같은데, 왜 통증을 본다는 건지 솔직히 예전부터 좀 궁금했다.
가보고 나서 느낀 건, 마취통증의학과는 ‘아픈 부위에 주사 한 방 맞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면 꽤 얕게 본 거라는 점이었다. 물론 주사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전에 어디가 왜 아픈지, 신경이 눌리는지, 근육 문제인지, 관절 문제인지 묻고 확인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
마취통증의학과라는 이름을 처음 보면 수술실 마취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수술 마취, 중환자 관리, 급성 통증, 만성 통증을 함께 다루는 의학 분야에서 훈련받는다. 병원 밖에서 우리가 흔히 만나는 ‘통증클리닉’은 그중 통증 진료 쪽에 가까운 모습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접수 후 바로 치료실로 가는 게 아니라 문진부터 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특정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저림이 있는지, 밤에 깨는 통증인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목을 뒤로 젖힐 때 팔 저림이 올라오는지 확인했고, 어깨 관절 움직임도 같이 봤다. 통증 위치만 보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사실 생활 통증은 원인이 하나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목 디스크처럼 신경이 관련된 경우도 있고, 승모근이나 견갑 주변 근육이 오래 긴장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허리 통증도 디스크, 협착, 근막통, 엉치관절 문제처럼 갈래가 많다. 그래서 첫 진료에서 ‘왜 아픈지 설명을 듣는 시간’이 의외로 중요했다.
주사치료는 만능 버튼이 아니었다
마취통증의학과 하면 신경차단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한통증학회 설명을 보면 신경차단술은 통증과 관련된 신경 주변에 약물을 넣어 염증과 과민한 반응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름이 조금 무섭지만, 신경을 끊는 치료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다만 바늘이 신경 주변으로 접근하는 시술이라 해부학 지식과 경험이 꽤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바로 시술을 권하지 않았다. 증상이 심한 편은 아니고, 팔 힘이 떨어지거나 감각이 뚜렷하게 둔해지는 단계도 아니라서 약, 물리치료, 자세 조절을 먼저 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병원 갔는데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 들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무작정 주사부터 맞지 않아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통증 주사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운동치료를 시작할 수 없을 만큼 아프거나, 염증이 강하게 의심될 때는 증상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반복해서 맞는다고 생활 습관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특히 목과 허리는 앉는 자세, 수면 자세, 운동량, 근력 상태가 계속 영향을 준다.
병원에서 물어보면 좋은 질문들
처음 가면 긴장해서 의사가 하는 말만 듣고 나오기 쉽다. 나도 진료실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아, 그걸 물어볼걸’ 싶은 게 몇 개 있었다. 다음에 간다면 아래 질문은 꼭 챙길 생각이다.
- 제 통증은 신경 문제에 가까운지, 근육이나 관절 문제에 가까운지
- 지금 단계에서 주사치료가 필요한 이유가 있는지
- 주사를 맞는다면 약물 종류와 기대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 몇 번까지 지켜보고, 어떤 변화가 있으면 다시 와야 하는지
- 집에서 피해야 할 자세와 해도 되는 운동은 무엇인지
이 질문들이 좋은 이유는 치료를 ‘받고 끝’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으로 신경차단술을 받았다고 해도, 며칠 뒤 통증이 줄었을 때 무거운 짐을 바로 들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겁을 먹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 움직여도 되는지 아는 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간판보다 확인하면 좋은 것
통증 진료는 여러 진료과에서 한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에서도 통증 환자를 많이 본다. 그래서 마취통증의학과만이 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신경차단술처럼 바늘을 이용한 시술을 받는다면, 누가 어떤 경험과 설명을 바탕으로 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한통증학회는 통증 분야의 추가 교육과 경험을 갖춘 의사를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모든 병원이 이 인증을 갖고 있어야만 좋은 진료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통증 진료 경험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병원 소개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여부, 통증 진료 경력, 시술 전 설명 방식 등을 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내가 중요하게 느낀 건 화려한 치료명보다 설명이었다. 왜 이 치료를 하는지, 안 하면 어떻게 지켜볼 수 있는지, 위험 신호는 무엇인지 말해주는 병원이 훨씬 믿음이 갔다. 통증은 당장 아프니까 마음이 급해지는데, 그럴수록 선택지가 몇 개인지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직접 가본 뒤 바뀐 생각
마취통증의학과는 생각보다 ‘생활 통증의 교통정리’를 해주는 곳에 가까웠다. 당장 시술을 받는 사람도 있고, 약과 물리치료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영상검사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내 통증이 어느 단계인지 아는 일이었다.
물론 병원 한 번 간다고 오래된 자세 습관이 바로 고쳐지지는 않았다. 나도 며칠 괜찮아지자마자 노트북을 목 앞으로 빼고 쓰는 버릇이 다시 나왔다. 그래도 이제는 팔이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 밤에 깨는 통증처럼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를 조금 구분하게 됐다.
마취통증의학과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가면 주사 맞겠지’ 하고 맡겨버리기보다는, 내 증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고 치료 선택지를 같이 확인하는 쪽이 낫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꽤 끈질긴 알림이라서, 끄는 방법보다 왜 울리는지 아는 게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