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전설을 다시 켜봤더니 집안일 미루는 습관이 보였다

젤다의전설을 다시 켜봤더니 집안일 미루는 습관이 보였다

얼마 전 밤에 설거지를 미뤄두고 젤다의전설을 켰는데, 이상하게 게임 속에서는 그렇게 부지런한 제가 현실에서는 컵 하나도 싱크대에 그대로 두고 있더라고요.

젤다의전설은 그냥 유명한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해보니 생활 습관을 보는 거울 같은 면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반짝이는 풀을 보면 베고, 수상한 바위를 보면 들어보고, 높은 곳이 보이면 일단 올라가 봅니다. 근데 현실에서는 택배 박스가 쌓여도 못 본 척하고, 냉장고 안쪽에 뭐가 있는지도 며칠씩 잊어버립니다. 이 차이가 좀 웃겼습니다.

게임 속 나는 왜 그렇게 잘 움직일까

젤다의전설을 하다 보면 작은 행동 하나가 바로 반응으로 돌아옵니다. 나뭇가지를 주우면 무기가 되고, 사과를 따면 체력이 되고, 동굴에 들어가면 보상이 있습니다. 현실의 집안일은 다릅니다. 청소기를 돌려도 금방 다시 먼지가 보이고, 장을 봐도 며칠 지나면 또 냉장고가 비어 있습니다. 보상이 느리게 오는 편이죠.

그래서 저는 이걸 생활에 조금 가져와 봤습니다. 집안일을 크게 잡지 않고 젤다의전설 속 작은 퀘스트처럼 쪼갰습니다. 예를 들면 ‘주방 치우기’가 아니라 ‘컵 5개 씻기’, ‘바닥 청소’가 아니라 ‘식탁 아래만 밀기’처럼요. 실제로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해보니 부담이 꽤 줄었습니다. 10분 동안 컵 7개, 접시 3개, 냄비 1개를 치웠고, 생각보다 싱크대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젤다식 탐색을 집에 적용해봤다

젤다의전설에서 제일 재미있는 순간은 지도를 열고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뭔가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 멀리 이상한 구조물이 보이면 방향을 바꾸고, 길가에 놓인 상자를 보면 괜히 열어봅니다. 생활에서도 비슷하게 해봤습니다. ‘오늘은 대청소’ 같은 거창한 계획 대신 집 안을 천천히 돌면서 눈에 걸리는 작은 문제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적어본 작은 퀘스트

  • 현관에 쌓인 영수증 8장 버리기
  • 냉장고 문 쪽 유통기한 지난 소스 확인하기
  • 책상 위 충전 케이블 3개만 묶기
  • 세탁기 위에 올라간 물건 제자리 찾기
  • 욕실 거울 물자국 1분만 닦기

웃긴 건 이런 작은 퀘스트가 하나 끝나면 다음 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영수증만 버리려고 했는데, 그 옆에 있던 마스크 포장지와 오래된 택배 송장까지 같이 치우게 됐습니다. 게임에서 상자 하나 열다가 동굴까지 들어가는 느낌과 꽤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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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관리가 현실 살림에도 통했다

젤다의전설을 하다 보면 가방이 금방 복잡해집니다. 무기, 방패, 재료, 요리, 장비가 늘어나는데, 막상 필요한 순간에 뭘 갖고 있는지 모르면 손이 꼬입니다. 집도 그렇습니다. 저는 가위가 분명히 3개 있는데 매번 찾고, 건전지는 사뒀는데 사이즈가 안 맞고, 양말은 많은데 짝이 안 맞는 상황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템 창’처럼 물건을 분류해 봤습니다. 거창하게 수납함을 새로 사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종이봉투 3개를 꺼내서 각각 ‘자주 씀’, ‘가끔 씀’, ‘정체 모름’으로 나눴습니다. 20분 정도 걸렸고, 책상 서랍 하나에서만 볼펜 14개, 오래된 이어팁 5쌍, 안 쓰는 카드 케이스 2개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작은 유적 발굴 같았습니다.

여기서 효과가 컸던 기준은 ‘언젠가 쓸 것’이 아니라 ‘최근 3개월 안에 썼는가’였습니다. 최근에 쓴 물건은 가까이 두고, 안 쓴 물건은 한곳에 모았습니다. 버릴지 말지 바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덜 피곤했습니다. 젤다의전설에서도 당장 안 쓰는 재료를 전부 버리지는 않잖아요. 다만 필요한 순간 찾을 수 있게만 해두면 됩니다.

막힐 때는 공략보다 시도 횟수가 중요했다

게임을 하다가 퍼즐이 안 풀리면 처음에는 괜히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런데 젤다의전설은 한 가지 답만 강요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불을 붙이거나 물체를 옮기거나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식으로 여러 방법을 시험하게 됩니다. 생활 문제도 비슷했습니다. 빨래 개기가 너무 싫으면 ‘예쁘게 개기’가 아니라 ‘종류별로만 나누기’로 바꾸면 됩니다. 냉장고 청소가 부담이면 전체를 비우지 말고 한 칸만 보는 식으로요.

저는 특히 아침 루틴에 이 방식을 써봤습니다. 원래는 기상, 물 마시기, 스트레칭, 샤워, 아침 식사까지 한 흐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사흘을 못 갔습니다. 그래서 젤다의전설 퍼즐처럼 조건을 바꿨습니다. 침대 옆에 물컵을 두고, 스트레칭은 5분에서 90초로 줄이고, 아침 식사는 조리 없는 메뉴로 바꿨습니다. 그러자 7일 중 5일은 성공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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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재미는 의외로 표시 하나에서 시작됐다

젤다의전설에서 지도를 열어 핀을 찍는 행동이 별것 아닌데 꽤 강력합니다. 목표가 눈에 보이면 몸이 움직이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냉장고 옆 작은 메모지에 ‘이번 주 작은 퀘스트’를 적었습니다. 세탁조 청소, 신발장 한 칸 비우기, 냉동실 얼음 정돈처럼 정말 작게 적었습니다.

중요한 건 보상을 크게 만들지 않는 거였습니다. 퀘스트 하나 끝나면 커피를 마시거나, 15분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영상 하나를 보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보상이 너무 크면 오히려 일을 미루게 됐습니다. 작은 문제에는 작은 보상이 잘 맞았습니다.

젤다의전설을 오래 붙잡고 있다 보면 결국 남는 건 거대한 모험보다 ‘어? 저기 뭐 있지?’ 하는 마음입니다. 그 호기심을 집안일이나 생활 습관에 살짝 옮겨오니, 귀찮기만 하던 일들이 조금은 덜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대단한 계획표보다 작은 퀘스트 방식으로 살림을 굴려볼 생각입니다. 컵 5개부터 시작하는 모험도 나름 꽤 쓸 만했습니다.

젤다의전설을 다시 켜봤더니 집안일 미루는 습관이 보였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