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이직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채용사이트는 어디를 봐야 해?”였다. 나도 예전에 구직할 때는 그냥 검색창에 직무명만 넣고 우르르 뜨는 공고를 훑었다. 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같은 공고를 또 보고, 이미 마감된 듯한 공고에 지원하고, 내 경력과 안 맞는 알림까지 계속 받게 됐다. 솔직히 채용사이트가 많아진 건 좋은데, 너무 많아서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채용사이트를 단순히 “많이 올라오는 곳” 기준으로 보지 않았다. 실제로 구직자가 매일 들어가서 쓸 만한지, 공고를 고르는 데 시간이 줄어드는지, 지원 후 관리가 편한지 쪽으로 나눠서 봤다. 직접 써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꽤 선명하다.
채용사이트는 다 비슷해 보여도 쓰임이 다르다
처음에는 채용사이트마다 공고가 겹친다고 느꼈다. 같은 회사, 같은 직무, 비슷한 제목의 공고가 여러 곳에 올라온다. 그런데 며칠 써보니 차이는 공고 개수보다 “찾는 방식”에서 갈렸다.
대형 채용사이트는 공고 수가 많다. 신입, 경력, 계약직, 파견직, 인턴까지 폭이 넓어서 탐색용으로 좋다. 반면 원하는 조건을 대충 넣으면 결과가 너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라고 검색하면 콘텐츠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영업기획에 가까운 포지션까지 섞인다. 이때는 키워드를 2개 이상 넣는 편이 낫다. “콘텐츠 마케팅 주니어”, “CRM 마케팅 경력 3년”처럼 좁히면 쓸데없는 클릭이 확 줄어든다.
스타트업 중심 채용사이트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공고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회사 소개, 팀 문화, 기술 스택, 복지 설명이 비교적 자세한 편이다. 특히 직무가 애매하게 걸쳐 있는 사람에게 좋았다. 예를 들면 기획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데이터도 조금 보는 식의 경력은 전통적인 직무명으로 검색하면 잘 안 잡힌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보는 쪽이 더 빠르다.
공고 개수보다 중요한 건 필터였다
채용사이트를 볼 때 나는 예전엔 연봉부터 봤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을 아껴준 건 연봉보다 필터였다. 재택 가능 여부, 경력 연차, 지역, 고용 형태, 산업군, 마감일 필터가 정확할수록 매일 보는 시간이 줄었다.
특히 마감일 필터는 꼭 확인하는 편이 좋다. 공고가 오래 떠 있다고 해서 늘 채용 중인 건 아니었다. 일부 공고는 상시채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지션이 이미 닫혔거나, 인재풀 등록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나는 최근 등록순으로 먼저 보고, 마음에 드는 공고는 회사명으로 다시 검색해서 같은 포지션이 다른 채용사이트에도 올라와 있는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공고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었다. 한쪽에는 우대사항이 자세하고, 다른 쪽에는 전형 절차가 더 자세한 식이다.
- 최근 등록순으로 먼저 보기
- 직무명은 넓게 한 번, 좁게 한 번 검색하기
- 회사명으로 다시 검색해 중복 공고 비교하기
- 마감일과 지원 방식이 실제로 열려 있는지 확인하기
- 관심 공고는 바로 저장하고 다음 날 다시 읽기
이렇게 해보니 하루에 1시간 넘게 보던 공고 탐색 시간이 30분 안쪽으로 줄었다. 채용사이트를 오래 보는 것보다, 반복해서 볼 기준을 먼저 만드는 게 훨씬 덜 지친다.
알림 설정은 편하지만 그대로 믿으면 피곤하다
채용사이트의 알림 기능은 분명 편하다. 원하는 직무와 지역을 저장해두면 새 공고가 올라올 때 알려준다. 근데 알림을 너무 넓게 설정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엉뚱한 공고가 온다. “기획”이라고만 설정했더니 서비스기획, 상품기획, 영업기획, 행사기획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내가 써보고 가장 덜 피곤했던 방식은 알림을 3개 정도로 쪼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콘텐츠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에디터”처럼 실제 지원 가능한 직무명으로 나눠두는 식이다. 지역도 전국으로 열어두기보다 출퇴근 가능한 범위와 원격 가능 공고를 따로 보는 편이 낫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채용사이트 추천 공고가 내 마음을 완전히 읽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한 번 클릭한 공고와 비슷한 직무를 계속 밀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호기심으로 눌렀던 공고가 추천 목록을 흐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관심 없는 공고는 숨김 처리하고, 진짜 지원할 만한 공고만 저장했다. 작은 습관인데 추천 정확도가 조금씩 좋아졌다.
지원하기 전에는 회사 쪽 신호를 같이 봤다
채용사이트 안의 공고만 보고 바로 지원하면 빠르긴 하다. 하지만 지원서를 쓰는 데도 시간이 들어가니, 최소한 몇 가지 신호는 더 봤다. 회사 소개가 너무 짧은지, 담당 업무가 구체적인지, 자격요건이 현실적인지, 전형 절차가 적혀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빠른 실행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주도적인 분” 같은 표현만 있고 실제 업무가 거의 없다면 조금 조심스럽다. 반대로 맡게 될 업무가 주 단위나 프로젝트 단위로 적혀 있으면 준비하기가 훨씬 쉽다. 면접에서도 내가 어떤 경험을 꺼내야 할지 감이 온다.
내가 따로 적어둔 확인 항목
- 주요 업무가 3개 이상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
- 필수 조건과 우대 조건이 구분되어 있는가
- 연봉, 근무지, 근무 형태 중 최소 2개 이상이 명확한가
- 전형 절차와 예상 일정이 있는가
- 같은 공고가 오래 반복해서 올라오는지 확인했는가
같은 공고가 몇 달째 계속 보인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채용 규모가 큰 회사일 수도 있고, 상시로 좋은 사람을 찾는 포지션일 수도 있다. 다만 지원 전에 왜 계속 열려 있는지 정도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어떤 이유로 비어 있는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질문이 달라진다.
나에게 맞는 채용사이트 조합은 따로 있었다
며칠 써본 뒤에는 채용사이트를 하나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대신 역할을 나누니 훨씬 편했다. 대형 채용사이트는 전체 시장 분위기를 보는 용도, 직무 특화 사이트는 깊게 파는 용도, 기업 리뷰나 커뮤니티는 지원 전 확인용으로 두는 식이다.
실제로 이 방식이 좋은 이유는 기준이 생긴다는 점이다. 대형 사이트에서 같은 직무 공고 30개를 보면 요즘 어떤 역량을 많이 요구하는지 보인다. 직무 특화 사이트에서는 실무 언어가 더 잘 보인다. 회사 리뷰나 채용 후기는 너무 믿기보다 반복해서 나오는 표현만 참고했다. 한두 개의 극단적인 후기보다 여러 사람이 비슷하게 말하는 부분이 더 신경 쓸 만했다.
채용사이트는 많이 들어갈수록 좋은 도구가 아니라, 덜 헤매게 만들어야 좋은 도구에 가깝다. 나에게는 매일 모든 사이트를 도는 것보다, 주력 2곳과 보조 1곳을 정해두는 방식이 훨씬 낫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새 공고를 훑고, 마음에 드는 곳은 하루 묵혔다가 다시 읽었다. 이상하게도 다음 날 다시 보면 처음엔 좋아 보였던 공고의 애매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냥 넘겼던 공고가 꽤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구직은 정보 싸움 같지만, 막상 해보면 체력 관리에 더 가깝다. 채용사이트를 잘 쓰는 건 모든 공고를 다 보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덜 빼앗기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나도 예전에는 놓칠까 봐 계속 새로고침했는데, 이제는 저장한 공고를 차분히 비교하는 쪽이 더 믿음직하다고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