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공장임대 물건을 보러 가면 월세부터 보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소형 제조업을 시작한다며 공장임대 물건을 같이 봐달라고 했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250만 원짜리,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320만 원짜리, 겉으로 보면 당연히 앞 물건이 싸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진입로가 좁아 5톤 트럭이 한 번에 못 들어오고, 전력 용량도 부족했고, 바닥 크랙이 꽤 깊었습니다. 월세 70만 원 아끼려다 설비 이전비와 전기 증설비로 몇천만 원이 먼저 나갈 판이었죠.
공장임대는 아파트나 상가 임대와 다릅니다. 위치와 임대료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제조업은 한 번 들어가면 설비를 깔고, 전기·수도·압축공기 라인을 맞추고, 직원 동선까지 잡아야 합니다. 나중에 옮기는 비용이 큽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부터 ‘여기서 실제로 굴러가느냐’를 봐야 합니다.
싼 공장임대가 꼭 싼 게 아닌 이유
경매 물건도 그렇지만 공장임대도 숫자는 앞면만 보여줍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싸도 숨은 비용이 많으면 실제 부담은 더 커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보는 비용은 전기 증설, 바닥 보강, 지붕 누수 보수, 호이스트 설치, 폐수 처리, 소방 보완입니다. 특히 제조업 초보 사장님들이 전기 용량을 대충 보고 들어갔다가 크게 당합니다.
예를 들어 30평짜리 공장에 월세 180만 원이라 좋아 보였는데, 실제 장비를 돌리려면 계약전력 증설이 필요했습니다. 전기공사 견적이 1천만 원 넘게 나왔고, 한전 협의와 공사 기간까지 잡으니 생산 시작이 한 달 밀렸습니다. 월세가 50만 원 싸도 한 달 매출이 비면 계산이 완전히 깨집니다.
- 계약전력과 실제 장비 사용량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진입도로 폭과 회차 공간은 반드시 현장에서 봐야 합니다.
- 바닥 하중, 층고, 기둥 간격은 장비 배치와 직결됩니다.
- 소음·분진·냄새가 있는 업종은 민원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 폐수나 위험물 관련 업종은 인허가 문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솔직히 부동산 중개사도 모든 업종의 설비 조건을 알 수는 없습니다. 중개사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공장을 쓰는 사람의 장비와 공정을 임차인 본인이 제일 잘 압니다. 그래서 현장 볼 때 장비 목록, 필요 전력, 차량 크기, 하루 입출고 횟수 정도는 들고 가야 합니다.
권리관계는 임차인도 봐야 합니다
공장임대는 사업장이라 보증금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등기부를 제대로 안 보고 계약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인이 오래 갖고 있던 건물이라 괜찮다”, “중개사가 확인했다” 정도로 넘어가죠. 경매장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압니다. 등기부 한 줄 때문에 보증금 회수가 흔들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근저당이 과하게 잡혀 있거나, 압류·가압류가 여러 개 붙어 있거나, 이미 임대인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흔적이 보이면 조심해야 합니다. 공장은 일반 주택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가가 예상보다 낮게 찍히기도 합니다.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리면 사업도 흔들리고 돈도 묶입니다.
계약 전에는 등기부,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위반건축물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특히 무단 증축 창고나 가설건축물을 당연한 시설처럼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은 넓어 보여도 나중에 철거 요구가 나오면 임차인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현재 사용하는 공간의 범위, 부속시설, 수리 책임, 원상복구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계약서에서 제일 많이 싸우는 부분
공장임대 분쟁은 대부분 나갈 때 터집니다. 들어갈 때는 서로 웃으면서 계약합니다. 그런데 3년 뒤 나가려니 임대인은 “원상복구 다 해놓고 가라”고 하고, 임차인은 “처음부터 낡아 있었다”고 맞섭니다. 이때 사진과 특약이 없으면 말싸움이 길어집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입주 전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계약서에 첨부한다는 문구를 넣는 겁니다. 바닥 파손, 벽체 구멍, 지붕 누수 흔적, 전기 분전반 상태, 화장실 상태, 출입문 작동 여부까지 찍어야 합니다. 귀찮아도 이게 나중에 몇백만 원을 지켜줍니다.
특약에 꼭 넣어볼 만한 항목
- 전기 증설 및 설비 공사의 비용 부담 주체
- 호이스트, 배관, 덕트 설치 가능 여부와 철거 범위
- 누수·구조 문제 발생 시 수리 책임
- 업종 제한과 인허가 불가 시 계약 해제 조건
- 원상복구 기준과 예외로 인정되는 시설
- 보증금 반환 시기와 지연 시 처리 방식
근데 특약을 많이 넣는다고 좋은 계약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애매한 문구가 문제입니다. “상호 협의한다”는 말만 있으면 분쟁 때 힘이 약합니다. 누가, 언제까지, 어느 범위로 부담하는지 적어야 합니다. 공장 계약은 말맛보다 숫자와 범위가 중요합니다.
초보 임차인이 현장에서 놓치는 장면들
공장임대 현장을 보면 초보와 경험자의 시선이 다릅니다. 초보는 평수와 월세를 봅니다. 경험자는 트럭이 들어오는 각도, 비 오는 날 물 고임, 옆 공장의 업종, 전봇대 위치, 직원 주차 공간, 점심시간 주변 식당까지 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반복되면 비용이 됩니다.
예전에 한 대표님은 월세가 싸다는 이유로 외진 공장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출퇴근을 힘들어했고, 구인도 잘 안 됐습니다. 납품 차량은 길을 자주 헤맸고, 겨울에는 진입로 결빙 때문에 물류가 밀렸습니다. 결국 1년 만에 이전했습니다. 월세는 아꼈지만 이전비, 생산 공백, 직원 이탈까지 합치니 손실이 훨씬 컸습니다.
공장은 건물만 빌리는 게 아닙니다. 도로, 전기, 물류, 인력, 민원 환경까지 같이 빌리는 겁니다. 그래서 최소 두 번은 봐야 합니다. 맑은 날 한 번, 비 오는 날이나 퇴근 시간대 한 번. 가능하면 주변 공장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중개사가 안 알려주는 이야기가 옆집 사장님 입에서 나올 때가 많습니다.
공장임대는 싸게 들어가는 게임이 아니라, 들어간 뒤 버틸 수 있는 자리를 고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월세 30만 원 차이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현장 초반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래 해보니 진짜 무서운 건 비싼 월세보다 멈춰 선 생산라인이었습니다. 처음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하루만 더 보고 한 번만 더 물어보는 습관이 사업장의 목숨줄을 지켜줄 때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