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화 선발 로테이션 기록을 훑다가 왕옌청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단순히 대만 출신 좌완이라서가 아니었다. 2026시즌 KBO 기록표에 찍힌 숫자가 꽤 묘했다. 25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3.75, 129와 3분의 2이닝. 연봉 10만 달러 아시아쿼터 선수라는 출발선을 생각하면, 이건 그냥 준수한 적응이 아니라 한 시즌 흐름을 바꾼 선발 자원에 가깝다.
왕옌청 프로필, 첫인상은 깔끔한 좌완 선발
왕옌청은 2001년 2월 14일생 대만 투수다. KBO 등록 기준 신장은 180cm, 체중은 82kg. 투타는 좌투좌타, 포지션은 투수다. 한화 이글스에서는 등번호 19번을 달고 뛰고 있다. 경력란에는 대만 Ku-Pao 고교가 적혀 있고, 2026년 한화가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선수다.
프로 경력의 출발은 일본이었다.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뛰었고, 1군에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유형이라기보다 일본 2군 무대에서 시간을 쌓은 쪽에 가깝다. 그래서 KBO에 왔을 때도 처음부터 확실한 스타 카드로 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재미있는 지점은 늘 여기서 나온다. 기대치가 낮았던 선수가 로테이션을 지키기 시작하면, 팀의 계산표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화가 본 건 가격보다 로테이션 안정감이었다
왕옌청의 2026년 계약 규모는 연봉 10만 달러다. 외국인 투수 시장에서 이 숫자는 큰 금액이 아니다. 근데 9월 13일 기준 KBO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5경기에서 129와 3분의 2이닝을 던졌고, 570타자를 상대했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먼저 보는 항목이 이닝 소화라면, 왕옌청은 이미 팀 운영에 꽤 큰 숨통을 틔운 선수다.
승패도 눈에 들어온다. 11승 5패, 승률 0.688. 물론 승수는 타선 지원과 불펜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그래도 선발이 꾸준히 5이닝 이상 버텨야 쌓이는 숫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퀄리티스타트는 8번. 완벽한 에이스형 지배력까지는 아니어도, 한화 입장에서는 계산 가능한 등판이 반복됐다는 뜻이다.
- 2026시즌 성적: 25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3.75
- 이닝: 129와 3분의 2이닝
- 탈삼진: 97개
- 볼넷: 54개
- WHIP: 1.49
- 피안타율: 0.274
기록 속 장점과 불안 요소가 같이 보인다
왕옌청을 숫자로만 보면 장점과 숙제가 꽤 선명하다. 장점은 선발로 계속 던질 수 있는 몸과 경기 운영이다. 최근 10경기만 봐도 7월 23일 KIA전 7이닝 2실점, 7월 29일 롯데전 7이닝 2실점, 8월 4일 삼성전 6이닝 무실점처럼 좋은 경기의 실루엣이 뚜렷하다. 특히 8월 4일 삼성전은 6이닝 동안 피안타 3개, 탈삼진 7개로 꽤 산뜻했다.
다만 WHIP 1.49와 피안타율 0.274는 계속 체크해야 할 지점이다. 주자를 꽤 내보내는 편이고, 매 경기 압도적으로 누르는 투수라기보다는 위기관리와 구종 조합으로 버티는 쪽에 가깝다. 볼넷 54개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탈삼진 97개와 비교하면 삼진으로 모든 문제를 지우는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 왕옌청의 등판은 늘 묘한 긴장감이 있다. 쉽게 무너지진 않는데, 주자가 쌓이는 순간에는 벤치와 수비의 호흡까지 같이 시험대에 오른다.
구종 이야기를 빼면 왕옌청을 다 본 게 아니다
왕옌청 프로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왼손 투수라는 기본값보다 구종 구성이다. 알려진 스타일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투심, 슬라이더, 스위퍼, 스플리터, 커브, 체인지업까지 섞는 유형이다. 최고 구속은 150km대 중반까지 언급되고, 평균 구속은 강속구 투수라기보다 제구와 무브먼트로 타이밍을 흔드는 선발에 가깝다.
스포츠서울 보도에서 특히 눈에 띈 건 KBO 공인구 적응을 위해 탁구공으로 손 감각을 익혔다는 대목이다. 이건 그냥 성실 미담으로 넘길 얘기가 아니다. 리그를 옮긴 투수가 공의 실밥, 미끄러짐, 회전 감각에 적응하는 건 성적과 직결된다. 슬라이더가 무뎌지면 좌완 선발의 카운트 싸움이 흔들리고, 카운트가 흔들리면 볼넷이 늘어난다. 왕옌청이 초반부터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디테일한 적응 과정이 깔려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대만 대표팀 카드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왕옌청은 한화 선수인 동시에 대만 야구대표팀 자원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야구 팬 입장에서는 꽤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 지점이다. KBO에서는 한화 선발진을 살리는 투수인데, 국제대회에서는 한국 타선을 상대할 수 있는 좌완 카드가 된다.
사실 이 장면이 왕옌청의 현재 위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 시즌 전에는 아시아쿼터 10만 달러 선수라는 설명이 먼저 붙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11승 좌완, 한화 로테이션의 실질적 버팀목, 대만 대표팀 선발 후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선수의 평판은 이렇게 바뀐다. 이름값이 먼저가 아니라 등판마다 남긴 이닝과 실점, 그리고 팀이 그를 어떤 경기에서 믿고 올리느냐가 프로필을 다시 써버린다.
왕옌청을 보는 재미는 아직 남아 있다
왕옌청을 완성형 에이스라고 부르기엔 아직 조심스럽다. WHIP, 볼넷, 피안타 관리라는 숙제가 있고, 시즌 후반 체력과 국제대회 일정 변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2026년 한화가 얻은 값어치는 분명하다. 연봉표만 보면 작은 투자였지만, 실제 마운드 위에서는 선발 로테이션 한 칸을 꽤 오래 책임졌다.
개인적으로 왕옌청의 진짜 평가는 다음 단계에서 갈릴 것 같다. 타자들이 한 바퀴 더 적응한 뒤에도 슬라이더와 변화구 조합으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지,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장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긴 시즌 끝까지 평균자책점 3점대 선발로 버틸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왕옌청 프로필은 꽤 매력적이다. 화려한 출발은 아니었지만, 기록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선수. 이런 타입이 야구 보는 맛을 은근히 오래 끌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