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실에서 “요즘 피곤해서 건강식품을 5가지나 먹고 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멀티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밀크씨슬, 홍삼까지 책상 위에 줄 세워두고 드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식사는 하루 한 끼를 대충 넘기고, 잠은 5시간도 못 자는 날이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건강식품을 챙기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몸이 원하는 순서와 우리가 돈을 쓰는 순서가 꼭 같지는 않습니다.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강식품은 범위가 넓습니다. 몸에 좋을 것 같아 먹는 즙, 환, 분말, 차, 추출물까지 다 포함해서 부르는 말에 가깝습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기능성 원료와 표시 기준을 갖춘 제품입니다.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마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이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는 보통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장이 붙습니다. ‘치료한다’, ‘완치한다’, ‘약을 끊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은 변비나 설사 같은 증상을 모두 해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장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커지진 않습니다
영양소는 부족할 때 채워주는 의미가 큽니다. 컵에 물이 부족하면 채우는 게 필요하지만, 이미 찬 컵에 계속 붓는다고 더 좋아지지는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 NIH의 건강정보에서도 보충제를 여러 식품과 함께 먹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고, 일부 영양소는 과량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예를 들어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는 과량 섭취 시 두통, 간 부담, 임신 중 위험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철분도 필요 없는 사람이 많이 먹으면 속쓰림, 메스꺼움, 변비가 생길 수 있고 드물게는 장기 손상 위험도 언급됩니다. 칼슘, 마그네슘, 아연처럼 흔한 성분도 약이나 다른 제품과 겹치면 하루 총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좋다더라’보다 현재 내 상태를 먼저 봐야 합니다. 햇빛 노출이 적고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D가 낮게 나온 사람과, 매일 야외활동을 충분히 하는 사람은 필요한 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채식 위주 식사를 오래 한 사람은 비타민 B12를 점검할 필요가 있고,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초기인 분은 엽산처럼 권장되는 영양소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문구는 한 번 멈춰서 보세요
건강식품 광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말은 너무 확실한 약속입니다. ‘혈관 청소’, ‘염증 제거’, ‘암 예방’, ‘당뇨 개선’, ‘관절 재생’처럼 질병 치료처럼 들리는 표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식약처 안내에서도 식품이 의약품처럼 오인되도록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내세우는 광고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먹던 약을 끊어도 된다고 말하는 제품
- 후기만 많고 성분명과 함량 확인이 어려운 제품
- 하루 섭취량이 불분명하거나 여러 알을 권하는 제품
- 특정 질병명을 직접 언급하며 효과를 강조하는 제품
- 해외 직구 제품인데 한글 표시와 성분 확인이 어려운 제품
솔직히 후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후기는 그 사람의 식사, 수면, 운동, 복용 약, 기존 질환이 모두 섞인 결과입니다. 내 몸에 그대로 복사해서 붙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혈압약, 당뇨약,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갑상샘약,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 중이라면 새 건강식품을 시작하기 전에 약사나 의사에게 제품명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신호도 있습니다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영양제 문제는 아닙니다. 2주 이상 쉬어도 심한 피로가 계속되거나,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숨이 차고 두근거림이 심하거나, 흑색변·혈변·심한 복통이 있거나, 황달처럼 눈 흰자가 노랗게 보이면 건강식품을 추가하기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손발 저림, 어지럼, 탈모, 생리량 변화도 빈혈, 갑상샘 문제, 혈당 이상처럼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건강식품을 먹고 난 뒤 두드러기, 입술이나 눈 주위 부기, 호흡곤란, 심한 설사, 구토, 가슴 답답함이 생기면 복용을 멈추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간 수치가 높았던 분,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 임신·수유 중인 분, 어린이와 청소년은 ‘천연 성분’이라는 말만 믿고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천연이라는 말은 안전을 보장하는 표시가 아닙니다.
고르는 순서는 이렇게 잡아도 충분합니다
저라면 먼저 식사 기록을 3일 정도 적어보겠습니다. 아침을 거르는지, 단백질이 매끼 들어가는지, 채소와 과일이 너무 적은지, 커피가 식사를 밀어내고 있는지 보는 겁니다. 그다음 건강검진 결과나 최근 증상을 같이 놓고 부족할 가능성이 큰 부분만 좁혀갑니다.
제품은 성분명, 1일 섭취량, 함량, 주의 문구를 봅니다. 같은 오메가3라도 EPA와 DHA 함량이 다르고, 같은 유산균이라도 균주와 보장균수가 다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내 몸에 더 맞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시작하면 어떤 제품이 속을 불편하게 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 시작할 때는 하나씩 천천히 확인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건강식품은 생활을 대신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빈칸을 조금 메우는 조연에 가깝습니다. 식사, 수면, 움직임, 복용 중인 약, 검사 결과를 함께 보면서 필요한 만큼만 고르면 부담도 줄고 몸의 신호도 더 잘 들립니다. 광고 문구보다 내 생활의 빈틈을 먼저 보는 태도가 결국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