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이 너무 뜨거우면 크림은 금방 갈라집니다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크림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같은 생크림을 쓰고 같은 면을 삶아도 어떤 분 것은 부드럽고 어떤 분 것은 기름이 둥둥 뜨더라고요. 레시피 차이가 아니라 거의 불 세기 차이였습니다. 크림파스타는 센 불로 확 볶는 음식이 아닙니다. 특히 생크림이나 우유가 들어간 뒤에는 팬 바닥이 세게 끓으면 소스가 졸기 전에 먼저 분리됩니다.
저도 주방 초반에는 크림소스가 진해야 맛있는 줄 알고 불을 세게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겉으로는 농도가 빨리 나는 것처럼 보여도 입에 넣었을 때 텁텁하고 짠맛이 튀어요. 크림파스타는 중약불에서 천천히 면에 소스를 입히는 쪽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재료는 간단하게, 양은 정확하게 잡습니다
1인분 기준으로 스파게티면 90g, 물 1.2리터, 소금 10g을 준비합니다. 소금이 많아 보일 수 있는데, 면 자체에 밑간을 주는 양입니다. 다만 베이컨이나 치즈가 짠 편이면 소금은 7g 정도로 줄여도 됩니다.
- 스파게티면 90g
- 생크림 120ml
- 우유 80ml
- 베이컨 40g 또는 햄 35g
- 양파 40g
- 마늘 2쪽 또는 다진 마늘 1작은술
- 버터 8g 또는 식용유 1큰술
- 파마산 치즈가루 1큰술, 없으면 슬라이스 치즈 1장
- 면수 60~90ml
- 후추 약간
생크림이 없으면 우유만 180ml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대신 농도가 약하니 밀가루를 아주 살짝 써야 합니다. 버터 8g에 밀가루 1작은술을 넣고 30초만 볶은 뒤 우유를 부으면 묽은 크림소스처럼 잡힙니다. 반대로 우유가 없고 생크림만 있다면 생크림 150ml에 면수 80ml를 섞으면 너무 무겁지 않게 맞출 수 있습니다.
크림파스타 만드는 순서
1. 면은 포장 시간보다 1분 짧게 삶습니다
물이 팔팔 끓으면 소금을 넣고 면을 펼쳐 넣습니다. 8분 삶는 면이라면 7분만 삶으세요. 남은 1분은 팬에서 소스와 함께 익힙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면 겉면의 전분이 크림과 붙으면서 소스가 따로 놀지 않습니다. 면을 다 삶은 뒤에는 면수를 꼭 덜어둡니다. 저는 보통 작은 국자로 반 컵 정도, 약 100ml를 먼저 빼놓습니다.
2. 베이컨과 양파는 중불에서 천천히 볶습니다
팬에 버터를 넣고 중불로 녹입니다. 베이컨을 먼저 넣어 기름을 조금 빼고, 양파와 마늘을 넣어 2분 정도 볶습니다. 마늘이 갈색으로 타면 크림소스 전체에서 쓴맛이 납니다. 마늘 향이 올라오고 양파 가장자리가 투명해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3. 크림과 우유를 넣은 뒤에는 불을 낮춥니다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팬 가장자리가 살짝 보글거릴 때까지 데웁니다. 여기서 절대 세게 끓이지 않습니다. 바글바글 끓이면 고소함보다 느끼함이 먼저 올라옵니다. 치즈가루나 슬라이스 치즈를 넣을 때도 중약불이 좋습니다. 치즈가 완전히 녹으면 삶아둔 면을 넣습니다.
4. 면수로 농도를 맞춥니다
면을 넣은 뒤 처음에는 소스가 묽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 바로 더 졸이려고 하지 말고 면수 60ml를 먼저 넣고 40초 정도 섞습니다. 면이 소스를 먹으면서 농도가 따라옵니다. 그래도 뻑뻑하면 면수를 1큰술씩 추가합니다. 크림파스타는 접시에 담고 1분만 지나도 더 되직해지기 때문에 팬에서는 살짝 흐르는 정도가 좋습니다.
실패했을 때 바로 수습하는 법
소스가 너무 뻑뻑하면 우유보다 면수를 먼저 넣는 게 낫습니다. 우유를 많이 넣으면 맛이 싱거워지고 다시 졸이다가 크림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면수 2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풀어주면 대부분 돌아옵니다.
소스가 기름처럼 분리됐다면 불을 끄고 팬을 30초 식힙니다. 그다음 차가운 우유 1큰술이나 면수 1큰술을 넣고 천천히 저어주세요. 완벽하게 처음 상태로 돌아오지는 않아도 먹기 좋은 정도까지는 살릴 수 있습니다. 이때 치즈를 더 넣으면 짠맛과 텁텁함이 같이 올라가니 조심해야 합니다.
간이 싱거우면 소금부터 넣기보다 치즈가루 1작은술을 먼저 넣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크림파스타는 소금만 추가하면 맛이 납작해질 때가 많습니다. 후추를 마지막에 넉넉히 갈아 넣으면 느끼함도 조금 잡힙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바꿔도 괜찮습니다
베이컨이 없으면 햄, 닭가슴살, 새우로 바꿔도 됩니다. 새우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양파를 볶은 뒤 넣고 색이 변하면 바로 크림을 부어야 합니다. 버섯이 있으면 50g 정도 넣으면 좋습니다. 버섯은 물이 나오기 때문에 베이컨 다음에 넣고 수분이 살짝 날아갈 때까지 볶아야 소스가 싱거워지지 않습니다.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 반 개를 얇게 썰어 넣거나, 페페론치노 2개를 마늘 볶을 때 같이 넣습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많이 넣으면 크림 맛이 흐려지니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넣는 게 좋습니다. 김치를 넣고 싶다면 물기를 꼭 짜서 40g 정도만 넣으세요. 김치가 많으면 크림파스타라기보다 김치볶음면 쪽으로 갑니다.
제가 집에서 제일 자주 하는 방식은 생크림 120ml, 우유 80ml, 면수 70ml 조합입니다. 이 비율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덜합니다. 크림파스타 만들기는 재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팬 온도를 낮추고 면수를 아끼지 않는 쪽이 훨씬 맛을 안정적으로 잡아줍니다. 접시에 담았을 때 소스가 면에 촉촉하게 붙어 있으면 잘 된 겁니다. 그 정도면 집에서도 식당 같은 느낌이 꽤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