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멸치볶음이 딱딱해지는 이유부터 잡아야 해요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큰멸치볶음을 했는데,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분 것은 촉촉하고 어떤 분 것은 과자처럼 딱딱해졌어요. 옆에서 보니 차이는 딱 세 가지였습니다. 멸치를 오래 볶았고, 양념을 센 불에서 끓였고, 물을 거의 넣지 않았어요.
큰멸치는 잔멸치보다 살이 두껍고 내장 쪽 쓴맛도 더 잘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냥 팬에 오래 볶으면 비린내는 조금 줄어도 살이 마르면서 질겨져요. 특히 물엿이나 올리고당이 들어간 뒤에 계속 볶으면 식으면서 단단해집니다. 뜨거울 때는 괜찮아 보여도 밥상에 올릴 때쯤 딱딱해지는 이유가 그거예요.
저는 큰멸치볶음을 할 때 멸치는 먼저 가볍게 데우듯 볶고, 양념은 따로 끓인 뒤, 마지막에 짧게 버무립니다. 이 순서가 번거로워 보여도 실패가 훨씬 적습니다. 팬 하나로 끝나고 시간도 15분이면 충분해요.
재료와 손질, 없으면 이렇게 바꿔도 됩니다
2~3인 반찬 기준입니다. 큰멸치 80g, 식용유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진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물 3큰술, 설탕 1작은술, 올리고당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 1개를 송송 썰어 넣어도 좋아요.
- 맛술이 없으면 물 1큰술과 설탕 한 꼬집을 더 넣습니다.
- 올리고당 대신 물엿을 쓰면 양을 2작은술로 줄입니다. 물엿은 식으면 더 단단해져요.
- 진간장이 짜게 느껴지는 집은 간장 2작은술부터 시작합니다.
- 견과류를 넣는다면 호두나 아몬드 20g 정도가 적당합니다.
큰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빼면 훨씬 깔끔합니다. 손질이 귀찮을 때도 내장만은 빼는 편이 좋아요. 배 쪽을 살짝 벌리면 검은 내장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오래 볶았을 때 쓴맛으로 올라옵니다. 머리는 취향입니다. 저는 손님상이나 아이 반찬이면 머리까지 떼고, 집에서 먹을 때는 큰 것만 골라 뗍니다.
손질한 멸치는 체에 담아 잔가루를 털어 주세요. 이 가루가 팬에서 먼저 타면서 비린 냄새를 만듭니다. 물에 씻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씻으면 살이 물을 머금어서 볶을 때 부서지고, 비린내가 더 퍼질 때도 있어요.
불 세기와 순서가 맛을 갈라요
1단계, 멸치는 중약불에서 2분만 볶기
마른 팬을 중약불로 30초 예열한 뒤 멸치를 넣고 2분 정도 볶습니다. 여기서 센 불은 피합니다. 큰멸치는 겉면이 빨리 마르기 때문에 센 불에 올리면 고소한 냄새보다 탄 냄새가 먼저 납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따뜻하고 표면이 살짝 보송해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볶은 멸치는 잠깐 접시에 덜어 둡니다. 팬에 그대로 둔 채 양념을 넣으면 팬의 열 때문에 멸치가 계속 마릅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식감에 꽤 크게 옵니다.
2단계, 양념은 약불에서 바글바글 40초
같은 팬에 식용유 1큰술과 다진 마늘 1작은술을 넣고 약불에서 20초 정도만 볶습니다. 마늘이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쓴맛이 납니다. 향이 올라오면 진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물 3큰술, 설탕 1작은술을 넣고 40초 정도 끓입니다.
여기서 물 3큰술이 중요합니다. 큰멸치볶음은 양념이 멸치 겉에만 묻으면 짜고 딱딱합니다. 물이 조금 있어야 양념이 살에 스며들고, 팬 안에서 당이 너무 빨리 졸아붙지 않아요. 양념이 반 정도로 줄고 가장자리에 작은 거품이 생기면 다음 단계로 갑니다.
3단계, 멸치를 넣고 1분만 섞기
덜어 둔 멸치를 팬에 넣고 중약불에서 1분 정도 섞습니다. 젓가락보다 주걱으로 크게 뒤집는 게 좋습니다. 자꾸 뒤적이면 살이 부서져요. 견과류나 청양고추를 넣는다면 이때 넣습니다.
불을 끈 뒤 올리고당 1큰술과 참기름 1작은술을 넣고 섞습니다. 올리고당은 불 위에서 오래 볶지 않는 게 좋아요. 윤기는 남고 딱딱함은 줄어듭니다. 통깨는 마지막에 뿌리면 됩니다.
실패했을 때 수습하는 법
이미 짜게 됐다면 물 2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넣고 약불에서 30초만 다시 데웁니다. 여기에 올리고당을 더 넣으면 단짠이 세져서 밥 없이는 먹기 힘들어져요. 짠맛은 단맛보다 물로 풀어야 부드럽습니다.
딱딱해졌다면 팬에 물 3큰술과 맛술 1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뚜껑을 덮어 1분 데웁니다. 그런 다음 뚜껑을 열고 30초만 수분을 날립니다. 완전히 처음 식감으로 돌아오진 않지만, 반찬통에서 서로 붙은 멸치는 꽤 풀립니다.
비린내가 남았다면 다음번에는 첫 볶는 시간을 늘리기보다 손질과 가루 털기에 신경 쓰는 게 낫습니다. 이미 만든 상태라면 청양고추나 생강가루 아주 조금, 정말 손끝에 묻는 정도만 넣고 다시 섞습니다. 생강가루를 많이 넣으면 멸치 맛보다 생강 향이 먼저 나서 아쉽습니다.
보관할 때도 덜 굳게 하는 요령
큰멸치볶음은 완전히 식힌 뒤 반찬통에 담습니다. 뜨거울 때 바로 뚜껑을 닫으면 수증기가 맺혀서 다음 날 비린 향이 올라올 수 있어요. 반대로 팬에서 너무 오래 식히면 잔열에 더 마릅니다. 넓은 접시에 펼쳐 10분 정도 식힌 뒤 담는 정도가 좋습니다.
냉장 보관은 4~5일 안에 먹는 걸 권합니다. 꺼내 먹을 때 차가운 상태가 딱딱하게 느껴지면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리지 말고,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 10초 정도만 데웁니다. 팬에 데울 때는 물 1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살짝만 풀어 주세요.
제가 주방에서 자주 느낀 건, 멸치볶음은 양념보다 타이밍이 더 무섭다는 겁니다. 간장 반 큰술 차이보다 올리고당 넣고 2분 더 볶은 차이가 식감에 더 크게 와요. 큰멸치볶음은 멸치를 말리는 반찬이 아니라 양념을 얇게 입히는 반찬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편해집니다. 그렇게 만들면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와도 밥 위에 올렸을 때 뻣뻣하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