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 집 거실을 같이 봐주러 갔는데, 홈스타일링 업체 견적이 3곳에서 왔는데도 뭐가 비싼지 싼지 판단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당연합니다. 소파, 커튼, 조명, 러그, 선반, 시공비가 한 줄씩 섞여 있으면 처음 보는 사람은 총액만 보게 됩니다. 그런데 셀프 인테리어를 오래 해보면 총액보다 더 중요한 게 보입니다. 무엇을 해주고, 무엇은 안 해주는지입니다.
홈스타일링 업체는 전체 리모델링 업체와 조금 다릅니다. 벽을 다 뜯고 배관을 옮기는 공사보다, 기존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가구 배치, 조명, 커튼, 컬러, 수납, 소품, 부분 시공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잘 만나면 집이 훨씬 편해지고, 잘못 만나면 예쁜 사진은 남는데 실제 생활은 불편해집니다.
홈스타일링 업체가 해주는 일부터 나눠서 봐야 합니다
홈스타일링 업체라고 해도 범위가 꽤 다릅니다. 어떤 곳은 상담과 제품 추천만 합니다. 어떤 곳은 가구 구매 대행까지 해줍니다. 또 어떤 곳은 도배, 필름, 조명 교체 같은 부분 시공까지 묶어서 진행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같은 200만 원 견적도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많이 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컨설팅형입니다. 집을 보고 배치도와 제품 리스트를 주는 방식입니다. 보통 비용은 낮지만, 구매와 설치는 집주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둘째는 구매 대행형입니다. 업체가 제품을 골라주고 주문까지 맡습니다. 셋째는 시공 포함형입니다. 커튼 레일, 조명, 벽 선반, 부분 도배까지 같이 움직입니다.
- 컨설팅형: 예산은 줄일 수 있지만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 구매 대행형: 시간이 절약되지만 제품 마진이나 대행 수수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 시공 포함형: 결과는 빠르게 나오지만 견적 항목을 자세히 봐야 합니다.
혼자 사는 원룸이나 작은 투룸은 컨설팅형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있는 집, 짐이 많은 집, 맞벌이 집은 실행까지 맡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직접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커튼 사이즈 재고, 조명 주문하고, 선반 위치 잡고, 배송 일정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견적서는 총액보다 항목을 먼저 봅니다
홈스타일링 업체 견적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볼 건 총액이 아닙니다. 제품비, 시공비, 디자인비, 운반비, 설치비가 분리되어 있는지 봐야 합니다. 뭉뚱그려서 ‘거실 스타일링 300만 원’이라고만 적힌 견적은 나중에 말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실 하나를 바꾼다고 해도 비용은 이렇게 갈립니다. 커튼 40만~120만 원, 조명 10만~60만 원, 러그 10만~50만 원, 소파나 테이블 교체 80만 원 이상, 벽 선반 설치 10만~30만 원 정도가 흔합니다. 물론 브랜드와 원단, 시공 난이도에 따라 더 올라갑니다. 중요한 건 비싼지 싼지가 아니라 왜 그 가격인지 설명이 되는가입니다.
저는 견적서에서 제품 모델명이나 사이즈가 없는 항목을 특히 조심해서 봅니다. ‘예쁜 커튼’, ‘감성 조명’, ‘디자인 선반’ 이런 식으로만 적혀 있으면 나중에 기대한 것과 다른 제품이 올 수 있습니다. 최소한 원단 종류, 가로세로 사이즈, 설치 위치, 전구 색온도, 선반 하중 정도는 확인해야 합니다.
견적서에서 꼭 물어볼 것
- 제품비와 시공비가 따로 적혀 있는지
- 제품 브랜드, 모델명, 사이즈가 확인되는지
- 배송비와 설치비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 기존 가구 이동이나 폐기 비용이 들어가는지
- AS 기간과 범위가 문서로 남는지
특히 조명은 조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등기구만 교체하는 건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배선을 새로 따거나 스위치 회로를 바꾸는 작업은 전기 작업입니다. 이건 셀프로 욕심내면 안 됩니다. 업체가 진행하더라도 전기 자격이 있는 작업자가 오는지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사진 포트폴리오보다 생활 동선을 봐야 합니다
홈스타일링 업체를 고를 때 많은 분들이 인스타그램 사진부터 봅니다. 저도 봅니다. 사진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진만 보고 고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실제 생활 동선입니다. 사진 속 거실은 예쁜데 청소기가 지나갈 공간이 없거나, 식탁 의자는 벽에 걸려 잘 안 빠지거나, 콘센트가 가구 뒤에 숨어버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좋은 업체는 예쁜 색 조합만 말하지 않습니다. 이 집에서 누가 사는지, 아침에 어디서 준비하는지, 빨래는 어디에 두는지, 아이 장난감은 얼마나 나오는지 물어봅니다. 저는 이 질문을 하는 업체를 더 신뢰합니다. 집은 촬영장이 아니라 매일 쓰는 공간이니까요.
예전에 24평 아파트 안방을 봐준 적이 있습니다. 침대 양옆에 협탁을 두면 사진은 안정적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붙박이장 문이 반만 열렸습니다. 결국 협탁 하나를 빼고 벽등 대신 집게형 조명을 썼습니다. 사진으로는 조금 덜 완벽해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훨씬 편했습니다. 홈스타일링은 이런 선택이 쌓여야 오래 갑니다.
상담할 때 이 질문은 꼭 해두면 좋습니다
상담 때는 취향 사진만 보여주지 말고, 싫은 것도 같이 말하는 게 좋습니다. ‘호텔 같은 느낌’보다 ‘먼지가 잘 보이는 검은 가구는 싫고, 아이가 뛰어도 모서리가 덜 위험했으면 좋겠다’가 훨씬 실용적인 정보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예산을 엉뚱한 데 쓰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예산은 숨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300만 원으로 가능한 집과 800만 원으로 가능한 집은 접근이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예산을 말하지 않고 견적만 받아보면 서로 시간만 씁니다. 제 경험상 전체 예산의 10~15% 정도는 예비비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커튼 박스 상태가 안 좋거나, 벽이 석고보드라 보강이 필요하거나, 기존 조명이 예상보다 복잡한 경우가 생깁니다.
상담 전에 준비하면 좋은 것
- 방마다 가로세로 길이와 천장 높이
- 바꾸고 싶은 공간 사진 5장 이상
- 버릴 가구와 꼭 살릴 가구 목록
- 원하는 분위기 사진과 싫은 분위기 사진
- 최대 예산과 이사 날짜 또는 입주 날짜
도구를 직접 사야 하는지도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반 하나 달려고 해머드릴을 새로 사는 건 아깝습니다. 콘크리트 벽 타공은 장비도 필요하고 소음도 큽니다. 한두 번 쓸 거면 업체에 맡기거나 대여가 낫습니다. 반대로 줄자, 수평계, 전동드라이버 정도는 집에 있으면 계속 씁니다.
싸게 하는 것보다 덜 후회하는 쪽을 고릅니다
홈스타일링 업체 견적이 부담되면 일부만 맡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을 꽤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스타일 방향과 큰 가구 배치만 업체에 받고, 소품 구매는 직접 하는 식입니다. 또는 조명과 커튼처럼 실패하면 돈이 크게 나가는 항목만 맡기고, 액자나 쿠션은 천천히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대로 무조건 맡겨야 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전기 배선 변경, 수도 위치 변경, 가스 관련 작업은 집주인이 직접 할 일이 아닙니다. 벽 선반도 가벼운 장식용이면 괜찮지만, 책을 많이 올리거나 아이 손이 닿는 높이라면 벽체 종류와 앙카를 제대로 봐야 합니다. 석고보드에 아무 피스나 박으면 처음엔 멀쩡해도 어느 날 툭 떨어집니다.
업체를 고를 때는 말이 너무 빠른 곳보다,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하는 곳이 낫습니다. ‘하루면 다 됩니다’라는 말도 조심해서 들어야 합니다. 실측, 발주, 배송, 설치, 보완까지 생각하면 작은 공간도 보통 며칠에서 몇 주는 걸립니다. 특히 맞춤 커튼이나 제작 가구가 들어가면 2~4주는 자연스러운 일정입니다.
집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감정이 많이 들어갑니다. 예산도 쓰고, 먼지도 나고, 가족 취향도 부딪힙니다. 그래서 홈스타일링 업체는 예쁜 사진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내 생활을 같이 읽어주는 사람에 가까워야 합니다. 저는 견적이 조금 높더라도 설명이 자세하고, 위험한 작업을 분명히 구분하고, 생활 습관을 묻는 업체 쪽에 마음이 갑니다. 그런 집은 처음 봤을 때만 예쁜 게 아니라, 몇 달 지나도 손이 덜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