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구경보다 치수를 들고 가는 게 먼저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홈스타일링페어에 처음 간다고 해서 같이 준비물을 챙겨준 적이 있습니다. 그냥 예쁜 가구 보러 가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다녀오면 쿠션 두 개 사고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반대로 치수와 사진을 들고 가면 선반, 조명, 커튼, 페인트 색까지 꽤 현실적으로 골라올 수 있습니다.
저는 셀프 인테리어를 11년 하면서 박람회장을 여러 번 돌았습니다. 처음엔 저도 분위기에 취해서 필요 없는 손잡이, 애매한 조명, 설치도 못 할 선반 브라켓을 샀습니다. 집에 와서 벽 재질이 석고보드인 걸 뒤늦게 알고 한숨 쉰 적도 있고요. 홈스타일링페어는 싸게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비교하고 만져보고 질문하는 곳입니다.
가기 전에는 최소 세 가지를 챙기는 게 좋습니다. 첫째, 바꾸고 싶은 공간 사진입니다. 거실, 침실, 주방처럼 넓게 찍은 사진 2장과 문제되는 부분을 가까이 찍은 사진 2장이면 됩니다. 둘째, 치수입니다. 커튼은 창문 가로와 세로, 선반은 벽 폭과 깊이, 러그는 소파와 테이블 사이 거리까지 적어두면 좋습니다. 셋째, 예산입니다. 총액을 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눈이 계속 높아집니다.
- 줄자나 메모 앱에 적은 실측 치수
- 시공할 공간 사진 3~5장
- 현재 쓰는 가구 색상과 바닥 색상 사진
- 현장 결제용 예산 상한선
- 집 벽이 콘크리트인지 석고보드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
홈스타일링페어에서 먼저 볼 품목과 나중에 볼 품목
입장하자마자 예쁜 소품부터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사실 소품은 마지막에 봐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부터 보는 편입니다. 벽지, 페인트, 커튼, 조명, 러그처럼 집 분위기를 크게 바꾸는 품목이 먼저입니다. 작은 화병이나 트레이는 그 뒤에 맞춰도 됩니다.
예를 들어 거실을 바꾸고 싶다면 벽 색과 커튼을 먼저 봐야 합니다. 24평 아파트 거실 기준으로 셀프 페인트를 하면 재료비는 대략 8만~18만 원 정도 잡습니다. 프라이머, 롤러, 붓, 마스킹테이프, 보양비닐까지 포함한 금액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페인트 색만 보고 사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조명 아래에서 예뻐 보이는 색이 집에서는 누렇게 보일 수 있거든요.
커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성 커튼은 저렴하지만 길이가 애매하면 바닥에서 붕 뜹니다. 맞춤 커튼은 가격이 올라가지만 창 폭과 레일 방식이 맞으면 만족도가 큽니다. 홈스타일링페어에서는 원단을 직접 만져볼 수 있으니 암막률, 비침, 주름 폭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만 듣는 암막 90%와 실제로 손전등을 비춰봤을 때 느낌은 꽤 다릅니다.
초보자가 현장에서 꼭 물어볼 질문
- 이 제품은 셀프 설치가 가능한가요?
- 설치할 때 전동드릴이 꼭 필요한가요?
- 석고보드 벽에도 버틸 수 있나요?
- 기본 구성품에 피스와 앙카가 포함되나요?
- 반품이 가능한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에 판매자가 바로 설명하지 못하면 일단 보류하는 게 낫습니다. 특히 선반과 조명은 예쁘다고 바로 사면 곤란합니다. 선반은 하중이 문제고, 조명은 전기 배선이 문제입니다. 콘센트에 꽂는 스탠드나 플러그형 펜던트는 비교적 쉽지만, 천장 전선을 직접 만지는 조명 교체는 전기 차단부터 배선 연결까지 위험이 있습니다. 전기 작업이 익숙하지 않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쪽이 맞습니다.
현장 할인에 휩쓸리지 않는 예산 잡는 방법
홈스타일링페어에 가면 현장 특가, 오늘만 할인, 패키지 구성 같은 문구가 많습니다. 근데 제가 겪어보니 싸게 산 것보다 안 맞는 걸 산 손해가 더 컸습니다. 특히 러그, 식탁 조명, 수납장처럼 크기가 중요한 물건은 현장에서 바로 결제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예산은 공간별로 나누면 덜 흔들립니다. 침실 분위기만 바꿀 생각이라면 침구 10만~25만 원, 커튼 15만~40만 원, 협탁 조명 3만~12만 원 정도로 범위를 잡을 수 있습니다. 거실은 러그 8만~30만 원, 쿠션과 패브릭 3만~10만 원, 벽 선반 2만~8만 원 정도가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물론 브랜드와 소재에 따라 더 올라갑니다.
저는 현장에서 바로 사도 되는 것과 집에 와서 다시 확인할 것을 나눕니다. 쿠션 커버, 작은 조명, 수납 바구니처럼 치수 실패가 적은 물건은 현장 구매가 괜찮습니다. 반면 블라인드, 붙박이 수납, 벽 선반, 대형 러그는 집에서 다시 치수를 재고 사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블라인드는 가로 1cm 차이로 설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셀프 시공 가능한 것과 멈춰야 하는 작업
홈스타일링페어에서 가장 좋은 점은 시공 상담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상담을 받을 때도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작업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페인트칠, 손잡이 교체, 커튼 레일 설치, 가벼운 선반 설치 정도는 준비만 잘하면 초보자도 가능합니다. 대신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방 하나 페인트칠은 인터넷에서 3시간이면 끝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가구 빼기, 먼지 닦기, 보양하기, 1차 칠, 건조, 2차 칠, 테이프 제거까지 하면 초보자는 하루 반 정도 잡는 게 편합니다. 10평 내외 방 기준으로 혼자 하면 6~9시간은 금방 갑니다. 손이 느리면 이틀 작업으로 보는 게 마음이 덜 급합니다.
선반 설치도 벽 상태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콘크리트 벽은 해머드릴이 필요할 수 있고, 석고보드 벽은 전용 앙카를 써야 합니다. 무거운 책을 올릴 선반이라면 셀프로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벽 안쪽 구조를 모르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장식용 선반은 직접 달지만, TV장 위 긴 선반이나 주방 상부 수납은 웬만하면 전문가를 부릅니다.
- 직접 해도 괜찮은 작업: 페인트칠, 손잡이 교체, 커튼봉 설치, 가벼운 액자 걸기
- 도구를 빌리면 좋은 작업: 콘크리트 타공, 레일 설치, 큰 가구 조립
- 전문가가 필요한 작업: 전기 배선 조명, 수도 연결, 무거운 벽걸이 수납, 구조 변경
다녀온 뒤 바로 뜯지 말고 하루만 더 보는 습관
집에 돌아오면 산 물건을 바로 설치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 마음 압니다. 그런데 저는 큰 제품은 하루 정도 바닥에 놓고 봅니다. 낮에도 보고 밤 조명에서도 봅니다. 색이 집에 맞는지, 동선에 걸리는지, 기존 가구와 싸우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홈스타일링페어는 잘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여줍니다. 화면으로만 보던 원단을 만져보고, 조명 색을 직접 보고, 판매자에게 설치 난이도를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예쁜 것보다 내 집에 맞는지를 먼저 봐야 돈이 덜 샙니다. 11년 동안 집을 고치면서 느낀 건, 인테리어는 감각보다 순서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치수 재고, 사진 찍고, 설치 방법 묻고, 위험한 작업은 멈추는 것. 이 네 가지만 지켜도 박람회장에서 들고 오는 물건의 만족도가 꽤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