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숏폼 드라마를 몇 편 이어 보다가 묘하게 제작사 이름까지 찾아보게 됐다. 보통은 배우 얼굴, 원작 유무, 몇 부작인지 정도만 챙기는데 요즘은 누가 이 판을 만들고 있는지도 은근히 궁금해진다. 그러다 엔피 최지훈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배우나 예능 출연자 이름인가 싶었는데, 따라가 보니 드라마 한 편의 줄거리보다 콘텐츠 산업의 방향에 더 가까운 이야기였다.
엔피 최지훈이라는 이름이 닿아 있는 판
엔피는 행사, 브랜드 경험, XR 실감 콘텐츠 쪽에서 이름을 알려온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기업이다. 최지훈은 엔피 시절 백승업과 함께 공동대표로 소개되던 인물이고, 2026년에는 위지윅스튜디오와 합쳐 컴투스엔으로 새 출발한 흐름까지 같이 봐야 한다. 현재 공식 표기는 조재덕 대표 체제로 보이는 만큼, 엔피 최지훈이라는 검색어는 지금의 직함 하나만 보는 키워드라기보다 엔피가 콘텐츠 회사로 방향을 넓혀가던 시기를 읽는 단서에 가깝다.
공식 소개 기준으로 컴투스엔은 콘텐츠 450건 이상, 프로젝트 3100건 이상, 브랜드 파트너 150곳 이상, 글로벌 네트워크 160개라는 숫자를 내세운다. 이 숫자가 꽤 많은 말을 한다. 단순히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회사라기보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행사, 기술, 배우 매니지먼트, 브랜드 경험까지 넓혀 굴리는 회사에 가깝다는 뜻이다.
숏폼 드라마 쪽에서 눈에 들어온 이유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엔피가 XR과 숏폼 드라마를 차세대 카드로 꺼낸 대목이 흥미로웠다. 16부작 드라마는 인물 관계를 천천히 쌓을 수 있지만, 숏폼은 첫 10초 안에 욕망, 갈등, 다음 화를 누를 이유를 던져야 한다. 정주행러 입장에서는 편하다. 그런데 너무 자극적으로만 가면 금방 피곤해지는 장르이기도 하다.
최지훈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재밌게 보이는 건 현장형 콘텐츠를 오래 다뤄온 쪽의 감각 때문이다. 브랜드 행사나 XR 무대는 관객이 그냥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간 안에서 반응해야 완성된다. 이 감각이 숏폼 드라마로 옮겨오면 대사보다 장면 전환, 리액션, 화면 밀도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짧은 영상인데도 눈이 바쁘고, 한 장면 안에 정보가 꽉 들어가는 식이다.
정주행할 때 잡아볼 관전 포인트
- 첫 장면의 미끼: 숏폼은 썸네일과 1화 초반이 예고편 역할을 한다. 설명이 길면 바로 힘이 빠진다.
- 캐릭터의 욕망: 1분 안팎이라도 주인공이 원하는 게 또렷하면 다음 화로 손이 간다.
- 세트와 화면 질감: XR 계열 회사가 참여한 콘텐츠라면 공간을 어떻게 쓰는지 보는 재미가 생긴다.
- 클립 예능과의 거리: 웃긴 컷만 뽑는 방식인지, 드라마처럼 감정을 이어가는 방식인지 비교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를 가장 본다. 숏폼은 길이가 짧아서 설정을 숨길 곳이 없다. 주인공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납득되면 20화가 훅 지나가고, 안 되면 화려한 화면도 금방 얇아 보인다. 짧다고 대충 봐도 되는 장르가 아니라, 오히려 빈틈이 더 빨리 들키는 장르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
솔직히 숏폼 드라마는 장점이 단점과 붙어 있다. 빠른 전개는 시원하지만, 인물의 침묵이나 관계의 여백이 사라지기 쉽다. 기존 미니시리즈의 맛이 밥 한 공기라면 숏폼은 계속 집어먹는 스낵 쪽이다. 맛은 강한데 포만감은 작품마다 차이가 크다.
또 기업이 IP, 기술, 마케팅을 한 덩어리로 말할수록 콘텐츠가 너무 상품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근데 요즘 시장을 보면 이 흐름을 마냥 피하기도 어렵다. 드라마는 이제 방송 편성표에만 갇혀 있지 않고, 쇼츠, 플랫폼 클립, 팬미팅, 팝업, OST, 배우 콘텐츠까지 같이 움직인다. 엔피 최지훈 키워드가 걸리는 지점도 바로 이 넓어진 판이다.
그래도 계속 눈이 가는 이름
컴투스엔 쪽으로 바뀐 뒤에는 영화, 드라마, 예능, 웹툰, 웹소설, 뮤지컬, OST까지 사업 영역이 더 넓게 펼쳐져 있다. 여기에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우리 엄마 이경실, S라인 같은 작업명이 보이면 정주행러로서는 그냥 지나가기 어렵다. 작품을 볼 때 배우와 감독만 보던 습관에서 조금 벗어나, 어떤 회사가 판을 깔고 어떤 기술이 리듬을 바꾸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엔피 최지훈을 스타 한 명의 이름처럼 소비하기보다는, K콘텐츠가 어디로 방향을 틀고 있는지 보여주는 표식처럼 보는 편이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짧은 호흡의 몰입과 XR식 체험이 붙는 순간 새로운 취향이 생길 수도 있다. 이 흐름이 진짜 좋은 작품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에서 갈릴 테고, 그 부분만큼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시청자가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