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 귀여워서 봤다가 계산이 보였다

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 귀여워서 봤다가 계산이 보였다

얼마 전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스크림 이름보다 먼저 들린 말이 있었습니다. ‘몬치치 컵 남았어요?’였죠.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이 그냥 귀엽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온 것 같지만, 사실은 들고 나갈 이야기 하나를 사러 온 겁니다.

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은 그래서 단순한 캐릭터 굿즈가 아닙니다. 배스킨라빈스가 오래 팔아온 ‘고르는 즐거움’이라는 약속을 컵, 음료, 키링, 케이크까지 넓힌 캠페인에 가깝습니다. 로고를 크게 박는 대신, 소비자가 자기 책상과 가방 속에 브랜드를 데려가게 만든 방식이죠.

컵 하나가 방문 이유가 되는 순간

배스킨라빈스 공식 공지 기준으로 몬치치 플레이컵은 2026년 9월 14일 판매를 시작했고, 몬치치 아메리카노와 몬치치 납작복숭아 아이스티도 보이·걸 디자인 리유저블컵 형태로 일부 매장에서 운영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부 매장’입니다. 모든 매장에 깔리는 전국 균일 상품이 아니라, 매장별 운영과 재고 확인이 필요한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소비자를 조금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움직이게 만듭니다. 한정판 굿즈는 언제나 정보 탐색, 매장 확인, 방문 타이밍이라는 작은 미션을 만듭니다. 근데 그 미션이 너무 어렵지 않으면 소비자는 불편함보다 성취감을 더 크게 기억합니다. 컵을 받는 순간 ‘샀다’보다 ‘구했다’는 감정이 생기거든요.

굿즈가 먹는 경험을 연장하는 방식

아이스크림은 먹으면 사라집니다. 음료도 마시면 끝납니다. 그런데 리유저블컵은 남습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브랜드 경험이 매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날 회사 책상이나 집 냉장고 옆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서 굿즈가 강한 이유는 예쁜 물건이라서만이 아닙니다. 브랜드 접촉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몬치치였을까

몬치치는 1974년 세키구치에서 탄생한 캐릭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10대에게는 새롭고, 30대 이상에게는 어딘가 본 적 있는 얼굴입니다. 이 양쪽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는 캐릭터는 생각보다 귀합니다. 완전히 최신 캐릭터는 화제성은 빠르지만 세대 폭이 좁을 수 있고, 너무 오래된 캐릭터는 촌스러움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몬치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배스킨라빈스 입장에서는 꽤 영리한 선택입니다. 베라는 원래 ‘31가지 맛’으로 대표되는 브랜드입니다. 하나의 정답보다 여러 선택지의 재미를 팔아왔죠. 몬치치 협업도 비슷합니다. 보이와 걸 디자인, 랜덤 요소, 피규어 키링, 플레이컵, 리유저블컵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는 맛을 고르는 사람에서 캐릭터를 수집하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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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 참여 장벽을 낮춘 설계

이번 협업의 신제품인 카라멜 퐁당 몬치치는 밀크 카라멜과 솔티밀크 아이스크림, 카라멜 리본, 슈가 크런치가 들어간 맛입니다. 공식 메뉴 기준 싱글레귤러는 115g, 247kcal, 당류 27g이고 기본 가격은 3,900원입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가 협업을 처음 접하는 비용이 높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캐릭터 협업이 실패하는 순간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굿즈만 앞세워 본 제품이 흐릿해지거나, 참여 가격이 너무 높아 팬덤 밖 소비자를 밀어낼 때입니다. 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은 음료 구매 경험 위에 얹히는 방식이라 진입감이 비교적 가볍습니다. ‘컵 때문에 샀는데 음료도 마셨다’와 ‘음료 사러 갔다가 컵까지 얻었다’가 동시에 가능합니다.

  • 맛 신제품은 평소 구매 단위 안에서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 리유저블컵은 음료와 결합해 실사용 명분을 줬다.
  • 플레이컵과 피규어 키링은 수집 욕구를 따로 자극했다.
  • 일부 매장 운영은 희소성을 만들지만, 재고 불만도 함께 키울 수 있다.

귀여움 뒤에 숨어 있는 위험

솔직히 이런 캠페인은 잘되면 매장 앞 공기가 바뀝니다. 평소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러 오던 사람이 컵 재고를 묻고, 커뮤니티에는 구매 인증이 올라오고, 중고 거래 키워드까지 움직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들여 만든 메시지보다 소비자가 직접 찍은 컵 사진 한 장이 더 강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위험도 있습니다. 랜덤과 한정 수량은 재미를 만들지만, 과하면 피로가 됩니다. 특히 매장마다 판매 여부와 시작일이 다르게 느껴지면 소비자는 브랜드의 장난스러움보다 운영의 불친절함을 먼저 기억합니다. 브랜드가 약속한 건 ‘행복한 선택’인데, 소비자가 체감한 경험이 ‘재고 찾아 헤맨 하루’가 되면 감정의 방향이 바뀝니다.

브랜드가 캐릭터 IP를 빌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캐릭터의 귀여움은 관심을 끌어오지만, 그 관심을 오래 붙잡는 건 브랜드의 운영력입니다. 컵 프린팅이 오래 가는지, 실제로 들고 다니기 괜찮은지, 매장 안내가 명확했는지 같은 사소한 디테일이 결국 다음 협업에 대한 기대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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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가 진짜로 얻을 수 있는 것

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을 보면서 제가 제일 흥미로웠던 건, 이 캠페인이 ‘맛’의 브랜드를 ‘생활 소품’의 브랜드로 잠깐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배스킨라빈스는 늘 냉동 쇼케이스 앞에서 선택되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런데 리유저블컵은 그 선택을 매장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손에 들고 걷고, 사진에 잡히고, 며칠 뒤 다시 쓰입니다.

브랜드의 성장은 이런 작은 이동에서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광고 문구보다 컵 하나가 더 오래 남는 경우가 있고, 신제품 설명보다 친구가 든 리유저블컵이 더 빠르게 욕망을 만듭니다. 이번 협업이 오래 기억되려면 귀여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베라답게 즐거웠다’는 감각이 같이 남아야 합니다. 저는 그 감각이 남는 순간, 컵은 굿즈가 아니라 브랜드가 한 약속의 작은 증거가 된다고 봅니다.

베라 몬치치 리유저블컵, 귀여워서 봤다가 계산이 보였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