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바꾸겠다면서 인기 순위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본 건 카드 이름이 아니라 전월실적, 월 적립한도, 연회비였습니다. 카드사에서 9년 동안 상품을 만들다 보면 알게 됩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적립률 2배라는 문구보다, 그 2배가 몇 원까지 되는지가 돈입니다.
2026년 9월 카드사 상품설명서 기준으로 봤고, 이벤트 캐시백은 계산에서 뺐습니다. 신규 발급 이벤트는 한 번 받고 끝나는 돈이라 카드 자체의 체력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마일 가치는 보수적으로 1마일 15원으로 잡았습니다. 이 값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코노미 단거리로 쓰면 낮고, 장거리 프레스티지 좌석을 잘 잡으면 더 올라갑니다.
1. 순위를 매긴 기준 3가지
항공 마일리지 카드 순위는 인기순위와 실사용 순위가 다릅니다. 카드고릴라 같은 서비스의 조회·신청 기준 인기 차트는 시장 반응을 보는 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내 지갑에서 이득인지 보려면 계산 순서가 달라집니다.
- 첫째, 기본 적립이 전월실적 없이 되는지 봅니다. 월 50만원 조건이 있는 카드는 한 달만 놓쳐도 그 달 적립이 비어버릴 수 있습니다.
- 둘째, 2배 적립의 월 한도를 봅니다. 해외 2배라고 해도 추가분 월 1,000마일 한도면 해외 결제 100만원 이후부터는 기본 적립만 남습니다.
- 셋째, 연회비 손익분기점을 봅니다. 1,000원당 1마일 적립 카드는 1마일 15원 기준으로 약 1.5% 적립률입니다. 연회비 4만9천원이면 연 327만원, 월 27만원 정도를 써야 기본 적립만으로 본전입니다.
2. 실사용 기준 항공 마일리지 카드 순위 5개
1위 카드의정석 EVERY MILE SKYPASS
제가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계산해보는 카드는 우리카드 카드의정석 EVERY MILE SKYPASS입니다. 연회비는 3만9천원이고 국내외 가맹점 1,000원당 1마일이 전월실적 조건 없이 적립됩니다. 해외 가맹점은 1,000원당 1마일이 추가돼 총 2마일 구조인데, 추가 적립은 월 1,000마일 한도입니다. 기본 적립 손익분기점은 연 260만원, 월 22만원 수준입니다. 해외수수료 면제도 붙어 있어 해외결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체감이 더 큽니다. 다만 공항라운지는 전월 국내 가맹점 50만원 조건이 따로 있으니, 라운지 때문에 고르는 카드는 아닙니다.
2위 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 스카이패스
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은 구조가 단순합니다. 해외겸용 기준 연회비 4만9천원, 모든 가맹점 1,000원당 1마일 기본 적립, 전월실적 조건 없음. 여기에 국내형은 백화점·주유·커피·편의점·택시에서, 해외형은 해외 결제에서 추가 1마일을 받는 방식입니다. 특별 적립은 월 2,000마일 한도가 걸립니다. 연회비 손익분기점은 기본 적립만 보면 월 27만원 정도입니다. 일상 소비가 고르게 있고 실적 조건 맞추기 싫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단, 세금·공과금·대학등록금·무이자할부 같은 제외 항목은 꽤 넓습니다.
3위 하나 Mile 1.6 대한항공
하나 Mile 1.6 대한항공은 계산이 조금 번거롭지만 숫자는 좋습니다. 연회비 4만5천원, 국내 1,500원당 1.6 하나마일, 해외 1,500원당 1.8 하나마일입니다. 국내 기준으로 1,000원당 약 1.07마일 수준이라 단순 적립률은 괜찮습니다. 기본 적립만 놓고 보면 연회비 손익분기점은 월 24만원 안팎입니다. 다만 이 카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바로 쌓이는 단순형 카드와 달리 하나마일 적립·전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 건별 1,500원 미만 금액 절사가 있어 소액 결제가 많은 사람은 표시 적립률보다 체감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4위 신한카드 Air One
신한카드 Air One은 월 50만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강합니다. 연회비는 국내전용 4만9천원, 아멕스 5만1천원입니다. 국내외 기본 1,000원당 1마일, 국내 항공·면세와 해외는 추가 1마일로 총 2마일입니다. 국내 항공·면세 추가분과 해외 추가분은 각각 월 2,000마일까지 적용됩니다. 신라면세점 온라인 쪽은 별도 추가 적립 구조가 있어서 면세 소비가 큰 사람에게는 꽤 유리합니다. 하지만 전월실적 50만원 미만이면 기본 적립까지 빠집니다. 그래서 월 30만~40만원 쓰는 사람에게는 실제 순위가 확 내려갑니다.
5위 KB국민 마일리지 가온카드 대한항공
KB국민 마일리지 가온카드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전용 연회비 1만5천원, 마스터는 2만원이고 전월실적 조건 없이 국내 1,500원당 1마일, 해외·면세점 1,500원당 2마일입니다. 국내 기본 적립률은 1,000원당 1마일 카드보다 낮지만 연회비가 워낙 낮습니다. 국내전용 기준 손익분기점은 월 13만원 정도입니다. 카드 사용액이 많지 않거나, 마일리지 카드를 서브로 두고 싶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반대로 월 100만원 이상을 국내에서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면 1,000원당 1마일 카드가 더 낫습니다.
3. 현대 대한항공카드는 왜 따로 봐야 하나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060, 120, 300, the First Edition2는 대한항공을 자주 타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입니다. 060은 연회비 6만원, 전월 50만원 이상 시 국내 1,000원당 1마일,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과 해외는 1,000원당 2마일입니다. 연간 조건을 채우면 1,000마일 보너스와 대한항공 직판 국제선 5만원 쿠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혜택이 실제로 써야 돈이 된다는 점입니다. 대한항공카드 300은 연회비 30만원,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해외·특급호텔·백화점·골프장 등에서 1,000원당 3마일까지 갑니다. 연간 2,400만원 이상 쓰면 1만 마일 보너스도 있습니다. 1만 마일을 15만원으로 보고 항공권 쿠폰 10만원을 전부 쓴다고 해도, 라운지·발레파킹·추가 적립까지 써야 연회비 30만원이 편해집니다. 월 200만원 이상 쓰고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을 매년 사는 사람에게는 후보지만, 일반 생활비 카드로는 무겁습니다.
4. 소비 패턴별로 고르면 답이 달라집니다
월 30만원 안팎으로 쓰고 실적 신경 쓰기 싫다면 카드의정석 EVERY MILE SKYPASS나 삼성 & MILEAGE PLATINUM 쪽이 낫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한 달 쉬어도 적립이 이어지는 카드가 생각보다 편합니다. 특히 생활비가 들쭉날쭉한 사람은 전월실적 50만원 카드보다 무조건 적립 카드가 실수 비용이 적습니다.
해외 결제와 항공권, 면세점 비중이 높고 매월 50만원 이상을 확실히 넘긴다면 신한 Air One이 힘을 냅니다. 해외·항공·면세 추가분 한도를 채우는 소비라면 연회비 5만원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단, 실적 제외 항목으로 50만원을 채운 줄 알았다가 혜택이 빠지는 경우가 있으니 공과금, 세금, 선불충전, 상품권, 무이자할부는 따로 빼고 봐야 합니다.
마일을 아주 공격적으로 모으겠다는 사람은 연회비 높은 프리미엄 카드로 가도 됩니다. 다만 그때는 라운지 몇 번 갔는지보다 항공권 쿠폰을 실제로 썼는지, 연간 보너스 조건을 채웠는지, 추가 적립 업종에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봐야 합니다. 저는 발급 링크보다 12개월 카드값 명세서가 더 정직하다고 봅니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 순위는 남들이 많이 고른 순서가 아니라, 내 소비에서 연회비를 빼고도 마일 가치가 남는 순서로 보는 게 맞습니다.
